서적소개
첫 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 과학적 사고의 탄생
카를로 로벨리 / 푸른지식 / 2017.2.1
- 과학적 사고의 본질은 비판과 저항이다
과학은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이오니아 해변에서 시작되었다. 소크라테스가 태어나기 200년 전에 자연철학자들이 등장했다.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엠페도클레스, 아낙시고라스, 데모크리토스 등이다. 이 중에서 과학의 시조로 꼽히는 인물은 단연 탈레스다. 그는 우주의 근원 물질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물’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과학사에서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의 제자로 소개되는 존재감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카를로 로벨리는 탈레스를 밀어내고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양자중력 이론을 연구하는 이론 물리학자가 보았을 때, 과학의 시조는 아낙시만드로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 힌트는 책의 부제 ‘과학적 사고의 탄생’에 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였다.
로벨리는 과학적 사고를 이렇게 설명한다. “과학의 힘은 확실성이 아니라 우리의 무지가 어디까지인지를 날카롭게 인식하는 데서 온다. 이러한 인식이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고, 계속해서 배워나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과학적 사고는 세계를 비판하고, 전복하고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과학적 사고가 무엇인지 최초로 보여준 이가 바로 아낙시만드로스였다는 것이다.
탈레스보다 8살 손아래였던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 이론을 비판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먼저 우주의 근본물질이 물이 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탈레스 말대로 모든 물질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면 불이나 열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왜냐면 물은 불을 생성하지 않고 제거하기 때문이다.” 굉장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물은 불을 꺼버리고, 불은 물을 증발시킨다. 물과 불이 이렇게 공존하고 있는데 물만을 우주의 근본 물질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고는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아페이론(apeiron, 무한)’을 들고 나왔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과학 개념이었다. 아페이론은 소위 말하는 ‘원소’가 아니다. 지금까지 언급된 그 어떤 물질과도 다르며 온 세상에 끝없이 퍼져 있는 것이다. 모든 만물은 이로부터 탄생하여, 이것으로 되돌아간다. 서로 상반되는 물질들이 그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데모크리토스의 진공이 아페이론에서 영감을 얻어서 나왔다고 한다.

또한 아낙시만드로스는 자신의 아페이론으로 탈레스의 우주모델에서 ‘땅을 떠받치는 바다’를 제거했다. 탈레스는 지구가 바닷물 위에 떠있다고 했는데 아낙시만드로스는 아페이론이라는 텅빈 공간 속에 지구가 있다고 상상했다. 무언가 떠받치지 않아도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로벨리는 이렇게 아낙시만드로스를 통해 과학적 사고는 비판, 저항, 도전, 혁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고대 그리스 과학이라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과학의 초심을 상기하기 위해서였다. 수천년 동안 인류의 사고를 지배했던 신화와 종교에서 벗어났던 과정은 결코 자연스럽거나 순응적이지 않았다. 고대 자연철학자들은 의심하고 비판하고, 끊임없이 재발견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갔다. 과학적, 합리적 사고가 시작된 곳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_ 정인경 과학저술가
○ 목차
머리말 – 인류 최초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찬란한 문명이 꽃핀 기원전 6세기
아낙시만드로스의 과학혁명
대기 현상을 최초로 이해하다
혁명적인 우주론의 등장
만물에 근원에 대한 새로운 사고
스승에게 도전하는 비판 정신
과학혁명은 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을까
과학적 사고란 무엇인가
다양한 문화의 진리 체계
과학적 사고와 종교의 충돌
수천 년간 변화한 인류의 세계관
맺음말 – 아낙시만드로스의 유산
참고문헌

○ 저자소개 : 카를로 로벨리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이라는 개념으로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로,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 평가받는다.
1981년 볼로냐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1986년 파도바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교 이론 물리학센터 교수이자 프랑스 대학연구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 : Sette brevi lezioni di fisica’,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La realta non e come ci appare’,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Et si le temps n’existait pas?’ 등이 있다. 2014년 이탈리아에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 첫 출간된 이후 그의 책들은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번역되어 13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과학책으로 유례없는 기록이다.
카를로 로벨리는 이 책에서 우리를 ‘시간이 없는 우주’로 이끈다. 우주라는 공간에서는 시간이라는 변수가 없고, 과거와 미래의 차이도 없고, 때때로 시공간도 사라진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기본 구조, 과거–현재–미래 순서로 흐르는 사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느껴지는 세월의 속도도 산산조각 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는 시간은 사실 연속된 ‘선’이 아니라 흩어진 ‘점’이다.
이 믿기 힘든 놀라운 이야기들, 시간의 본질에 대한 신비로운 내용들은 그가 평생을 바친 이론 물리학 연구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 그는 지금껏 현대 물리학이 시간에 대해 알아낸 성과 위에서, 시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걷고 있는 수많은 시도들, 또한 여전히 알아내지 못한 것 그리고 예상 가능해 보이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역자 : 이희정
서울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현재 다양한 장르의 프랑스 책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엄마를 요리하고 싶었던 남자』, 『21세기 지구에 등장한 새로운 지식』, 『안녕, 판다!』, 『학교에서 정치를 해요!』, 『루브르 박물관에 간 페넬로페』, 『바보 같은 내 심장』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세계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은 지식의 과학적 탐구에서 핵심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험은 뉴턴의 이론, 갈릴레이의 선구적인 실험, 혹은 알렉산드리아 천문학자들이 내놓은 최초의 수학적 모델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위대한 ‘과학혁명’은 아낙시만드로스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가 시도한 것은 확실성을 반대하는 것에 기반을 둔 지식 탐구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낙시만드로스는 의문의 여지없이 과학적 사고의 아버지이다.(p.11)
이오니아는 소아시아의 해안에 위치하며 도시국가 열두 개의 동맹으로 이루어진 협소한 지역이다. 바다를 향해 열려 있고 해안에는 기암절벽이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세계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 작은 지역에서 비판적 사고가 최초로 탄생했다. 그리스 사상, 훗날에는 근대 세계의 특징이 될 자유로운 탐구 정신이 태어난 곳도 이오니아다. 인류 문명은 이 땅에 빚을 졌다. 아마도 이집트, 바빌로니아, 아테네에 진 것보다 더 큰 빚일 것이다.(p.51)
인류의 역사 중 어느 지점에서 신의 변덕이라는 이유를 대지 않고도 대기 현상의 발생, 관계, 원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생각이 싹텄다. 전환은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사상에서 이루어졌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저자들이 이러한 한 수 위의 생각은 밀레토스의 아낙시만드로스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p.74)
‘지구는 편평하다’는 세계관에서 ‘유한한 물체인 지구가 허공에 떠 있다’는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척 어렵고 엄청난 진전이다. 그 증거로 중국은 황실 천문 관서가 있어도 20세기 동안 이런 전환을 이룰 수 없었고 다른 문명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지구는 원통형이다’에서 ‘지구는 구형이다’로 전환하는 것은 한 세대만 지나도 이루어질 만큼 쉽다. (……) 우주론의 혁명은 마땅히 아낙시만드로스의 업적으로 돌려야 한다.(p.87)
과학적 사고를 통해 우리는 세계를 탐험하고 다시 그리며, 새로운 세계관을 정립하고 세계의 형태를 배워나간다. 과학적 사고는 우리에게 세계에 관해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과학은 세계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생각의 새로운 형태를 탐험하는 것이다.( p.166)

○ 출판사 서평
- “인류 최초의 과학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제2의 스티븐 호킹’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독창적인 사유
카를로 로벨리는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하여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평가받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다. 로벨리에 대한 찬사는 학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현대 과학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내는 감각이 뛰어난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가 물리학의 최신 흐름을 압축적으로 풀어낸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유럽에서만 100만부 이상이 팔리고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등의 세계 언론이 ‘2015년 올해의 책’으로 꼽으며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그가 이번에는 과학적 사고의 근원지를 추적한다. 바로 ‘인류 최초의 과학자는 누구인가?’를 묻는 일이다.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를 역사상 최초의 과학자로 명명하고 과학적 사고의 근원과 본질이 무엇인지 고찰해낸 책이다. 그는 탄탄한 논리와 쉽고 명료한 언어로 독자들을 과학의 출발점으로 안내한다.
- “인류 최초의 과학혁명은 아낙시만드로스와 함께 시작되었다.” 혁명적인 우주론과 물질관의 등장
당신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과학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근대 과학의 포문을 연 갈릴레이, 뉴턴 등 걸출한 과학자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탈레스나 피타코라스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로벨리는 최초의 과학자가 기원전 6세기에 활약한 고대 그리스의 아낙시만드로스라고 단언한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지구가 편평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지구가 우주에 떠 있는 천체라는 개념적 도약을 처음으로 해낸다. 또한, 대기 현상이 물의 순환으로 발생하며 만물이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물질(아페이론)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생명이 바닷속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생물의 진화를 기후 조건의 변화와 연관 지어서 설명한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론과 물질관은 놀라울 만큼 현대 과학과 닮아 있다. 오늘날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의 출발점이라고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아낙시만드로스의 주장을 하나하나 면밀하게 살펴보며 그의 발견이 과학의 역사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그가 왜 인류 최초의 과학자인지 증명한다.

- “과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다.” 세계를 비판하고, 전복하며,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과학적 사고의 힘
아낙시만드로스는 신비주의적, 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시대에 자연주의적 관점으로 세계를 설명했다.
스승 탈레스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한 끝에 과학사에서 어마어마한 개념 혁명을 이뤄낼 수 있었다. 저자 로벨리는 기존 지식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정신은 과학적 사고의 핵심이며 현대 과학에서도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과학적 사고는 세계를 비판하고, 전복하며,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힘이 있다. 아낙시만드로스가 허공에 떠 있다고 상상한 지구는 원통형에서 구형으로, 타원체로, 배 모양으로 점차 정교하게 규명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을 상상한 그의 물질관은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전자기장, 겔만의 쿼크, 원자, 20세기 양자역학으로 발전했다.
로벨리는 과학적 사고가 인류 문명의 중요한 축으로 수천 년간 세계를 재발견해왔음을 보여주면서 “과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다.”라고 예찬한다.
아낙시만드로스의 과학혁명과 더불어 과학적 사고의 본질을 꿰뚫는 저자의 탄탄한 논리와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