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의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 삼인 / 2006.4.14
“문제는 말 [언어]이다.” 노엄 촘스키와 함께 세계적인 언어학자로 꼽히는 지은이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를 바라보며 내놓은 결론이다. 왜 말일까? 그건 말이 유권자들이 세계를 보는 프레임[생각의 틀]을 결정짓고, 이는 곧 정치적 입장과 투표 성향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언어의 문제에 주목하여 미국 민주당의 선거 승리전략에 대해 실제적인 지침들을 조언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4년 출간 이후 민주당원들의 입소문을 타고 2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정치와 언론에서 ‘프레임’ 개념이 새로이 각광받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전작 <도덕의 정치>를 기반으로 책이 내놓는 주장은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의 실패와 거짓말을 공격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유권자들이 진보 진영에 투표해 줄거란 환상은 버려야 한다는 것. 또한 유권자들은 자기 이익이 아닌 정체성에 맞추어 투표하며, 그들의 프레임에 맞지 않는 진실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범한 서민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겉으로 보기엔 이해 불가능한 현상을 명쾌하게 증명해낸 것.
그래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제목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동물 코끼리를 비꼬는 직설적인 의미와 함께 보수 진영이 선점한 틀짓기의 헤게모니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대안을 의미한다. 즉 보수 진영이 내놓는 프레임을 공격하지 말고, 아예 그 프레임을 재구성하라는 것이다.
터미네이터를 연기한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배경에 대한 분석을 비롯하여 각종 미국 정치 담론에 말과 프레임의 힘이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쉬운 내용 구성 안에서 언어학과 정치학이 흥미롭게 결합하여 한국 정치 환경을 해석하는 데에도 강력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 왜 평범한 서민들이 보수 정당에 투표할까?
한국의 경우도 그러하고 미국의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를 보아도 노동계급에 유리한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 동일시의 대상으로 선택한다. 진보진영은 선거유세 기간동안 보수진영의 실책에 관한 사실들을 알려주면 사람들이 자신들을 선택할 것이라 믿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생각의 틀’이 사실을 받아 들일 준비가 되었는가이다.
이 책의 제목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저자가 대학에서 ‘인지과학 입문’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내주는 과제에서 비롯되었다고한다. 그 과제는 바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그러나,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코끼리를 떠올려야 한다. 따라서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선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한다. 미국 민주당 지지 세력에게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주의 세력의 프레임을 모두 전복할 것을 권유하는 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 정치를 분석하고 미국 민주당의 승리 전략을 논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문제의식과 분석의 틀은 우리에게도 꽤 재미있고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왜 평범한 서민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가 하는 의문과 그 해답을 중심으로, 일상 언어와 정치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 목차

추천사 / 하워드 딘
서문 / 돈 헤이즌
머리글 –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이다
1부 그것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1. 입문_어떻게 공론을 되찾아 올 것인가
2. 터미네이터 등장
3 ‘결혼’이란 말이 의미하는 것
4. 테러의 은유
5. 은유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6. ‘거짓말’이냐, ‘신뢰에 대한 배신’이냐
2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1. 우익이 원하는 것
2. 진보 세력을 결집하는 것
3. 자주 묻는 질문들(FAQ)
4. 보수주의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감사말
옮긴이 후기 – 철저히 당파적인, 그러나 재미있고 유용한
지은이 소개
○ 저자소개 : 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off)

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off)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언어학자로 손꼽힌다. 정치 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전문가로서 다수의 민주당 지지 단체, 진보적 여론 조사 단체, 홍보 회사를 상대로 프레임에 대해 자문하고 있으며, 민주당 정책 연수회 및 전당 대회에서 연설하고 활동가 지원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여러 라디오 토크쇼와 TV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대중 강연을 이어나가는 한편 공적 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UC 버클리 국제컴퓨터과학연구소 내 ‘언어신경이론프로젝트’의 공동 디렉터, 로크리지연구소 선임 연구원, 산타페연구소 과학위원, 국제인지언어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세계 수십여 국가의 주요 대학에서 강연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뇌의 신경 회로가 사고와 언어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이다. 저서로 『삶으로서의 은유』『폴리티컬 마인드』『도덕의 정치』『프레임 전쟁』『자유는 누구의 것인가』 등이 있다.
– 역자 : 유나영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삼인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하름 데 블레이의 『왜 지금 지리학인가』, 스티븐 그레이엄의 『수직사회』, 리처드 플래너건의 『굴드의 물고기 책』 등이 있다. 개인 블로그 ‘유나영의 번역 애프터서비스lectrice.co.kr’에서 오탈자와 오역 신고를 받고 있다.
○ 책 속으로
보수주의자들이 ‘결혼을 수호’하겠다고 선포하자 리버럴들은 혼란에 빠졌다. 사실 동성 결혼 때문에 진짜로 결혼을 위협받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허락받을 수 있게 된 것뿐이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엄격한 아버지’의 가족과 더불어 그들의 정치적 가치가 공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들이 옳다. 이것은 그들의 정치와 도덕적 가치 전체에 심각한 문제이다. 심지어 ‘시민 결합 [civil union: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동성 커플이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당국에 신고하면 건강보험이나 연금 등 결혼한 커플이 누리는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 옮긴이]’도 전통적인 ‘엄격한 아버지’ 가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위협적이긴 마찬가지이다.
(…) 우리 모두는 자신의 생각을 밝혀 우리 후보자들이 여기에 기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무실이나 교회 등에서 토론이 벌어졌는데 누군가 ‘나는 게이들은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해. 안 그래?’라고 말했을 때 간단하게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나는 평등권을 믿어. 그게 다야. 주 정부가 사람들한테 너는 누구랑 결혼하고 누구랑은 결혼하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 결혼은 사랑과 헌신으로 이루어지는 거야.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혼할 권리를 부인하는 건 존엄성을 침해하는 거야.’라고 응수하는 것이다. – 102~105쪽에서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한 측면은 30초 안에 가치 있는 교훈 하나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우리 모두가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는 – 경쟁자의 프레임을 공격하는 것은 그들의 메시지를 더욱 강화해 줄 뿐이라는 – 교훈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한발짝 전진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자신의 가치관, 소망, 사명을 담은 프레임을 구성하되, 상대방의 프레임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순간, 그들의 생각이 바로 공론의 중심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 14~15쪽에서
○ 출판사 서평
선거철이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계급적 이해관계나 정치 성향이 아니라 ‘지역감정’으로 투표하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지역색에 따라 선택한 당에 그동안 거듭 실망하고 분노했으면서도, 막상 선거 때가 되면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사람은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유권자들은 과연 이익을 좇아 표를 행사하는 것일까?
상대적으로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은 지역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더욱 커진다. 이를테면 한나라당이 노동자, 농민, 서민을 정치 기반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고용 안정보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분배와 지속 가능한 성장보다 신자유주의적 경쟁을 통한 가시적인 성장을 추구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오지의 농촌에서도, 대규모 공업 단지가 들어선 지역에서도, 서울의 영세 상가 지역에서도 선거에 이긴다. 한때 노동 운동의 성지라는 칭송을 듣고, 전국 최초로 노동자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했던 울산에서도 보궐선거에서는 노동자 후보를 외면했다 (2005년 9월 민주노동당 울산 북구 국회의원 조승수 의원직 상실, 10월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윤두환 당선). 이 사실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이야기하는,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와 자연스레 겹쳐진다.
2003년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공화당 후보로 주지사 선거에 나와 승리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노조들은 현임 주지사였던 그레이 데이비스 (민주당)가 아널드 슈워제네거보다 서민과 노동자에게 훨씬 유리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을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데이비스와 슈워제네거 중 어느 편이 더 당신에게 유리합니까?” 하는 질문에는 거의 대부분 데이비스라고 대답했던 노조원들이, 그런데 누구에게 투표할 예정이냐고 묻자 슈워제네거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공화당이 표방하는 가치 체계는 ‘엄격한 아버지’ 모델로 정리할 수 있다. 세상은 위험하고 살기 힘든 곳이며, 아이들은 원래 나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선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엄격한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는 권위자로서, 어머니와 자녀에게 바른 길을 인도하는 사람이다. 자녀가 바르게 성장하려면 고통스런 체벌을 통해 규율을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 규율을 잘 터득한다는 것은 세상에 적응해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말과 같다. 선한 사람은 규율을 잘 터득해서 성공한 사람이고, 성공이 첫째가는 도덕이다. 선한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 사회 복지를 시행하는 것은 악이다. 왜냐하면 선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것을 빼앗아 스스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규율을 잘 터득해서 열심히 일하면, 선한 사람이 받아야 마땅한 성공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진보 진영이 표방하는 가치 체계는 ‘자상한 부모’ 모델이다. 세상은 비록 험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좋은 곳이고,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 아이들은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부모는 아이들의 선한 본성을 북돋아 주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책임이 있다. 부모는 자녀를 자상하게 보살피고, 자녀 역시 다른 사람을 보살필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따라서 첫째가는 도덕은 ‘보살핌’이다. 보살핌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공감, 곧 타인을 헤아리고 돌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 곧 나 자신과 내가 돌보는 타인을 책임지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가치관과 ‘자상한 부모’ 모델의 가치관을 동시에 가지고서, 처지와 상황에 따라 둘 중 어느 한쪽을 작동한다. 자상한 부모 모델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도 수동적으로나마 엄격한 아버지 모델을 이해한다. 때로는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 자상한 부모식 정치관을 가진 학자가 제자들에게는 엄격한 아버지처럼 돌변하는가 하면, 소외 계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집안에서는 엄격한 아버지로서 권위를 누리기도 한다. 자상한 부모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자상한 부모 모델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상한 부모 모델을 선택하게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