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세트 21~25권
경제 / 반동-복고 / 통일/ 협회 / 습속,윤리,도덕
라인하르트 코젤렉 / 푸른역사 / 2022.10.29
–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1~25권으로 구성된 세트 상품
‘경제’, ‘반동-복고’, ‘통일’, ‘협회’, ‘습속, 윤리, 도덕’, 이 오래된 개념들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되새김질되고 있는 중이다. 역사의 장면에서 그리고 우리의 광장에서. 개념은 지시 대상의 역사적 층위 위에 서 있다. 그런 개념을 파악한다는 것은 과거를 다시 바라보는 일인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재구성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개념들은 어떤 대상을 지시하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해당 항목을 번역해서 내놓는다.

○ 목차
–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세트 21~25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1 – 경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2 – 반동-복고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3 – 통일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 협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5 – 습속, 윤리, 도덕
○ 저자소개 : 로타르 갈, 크리스타 제거만, 디르크 블라지우스, 카를-하인츠 일팅, 볼프강 하르트비히, 요하네스 부르크하르트, 페터 슈판, 오토 게르하르트 왹슬레, 파나요티스 콘딜리스
– 저자: 로타르 갈 (Lothar Gall)
독일의 근대 역사가. 1975년부터 2005년 퇴임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근대사 교수로 활동했다. 저서로 《백색 혁명가 비스마르크》, 《독일의 시민계층》 등이 있다.
– 저자: 크리스타 제거만 (Krista Segermann)
독일 예나대학교 ‘라틴어문학연구소Institut fur Romanistik’에서 2007년 퇴임할 때까지 교수로 근무했다. 저서로 《서정시에서의 모토》, 《외국어 연습 유형》 등이 있다.
– 저자: 디르크 블라지우스 (Dirk Blasius)
독일의 근대역사가. 1974년부터 2006년 퇴임까지 독일 에센대학에서 법제사, 사회사 등을 가르쳤다. 저서로 《범죄와 일상》, 《카를 슈미트》 등이 있다.
– 저자: 카를-하인츠 일팅 (Karl-Heinz Ilting)
독일의 철학자이자 대학 교수. 1946년부터 본Bonn대학에서 철학과 고전어문학 전공. 1949년 본대학에서 현상학적 인류학의 문제로 박사학위 취득. 1950년부터 본의 중등학교 교사 역임. 1962년 킬Kiel대학에서 플라톤 연구로 대학교수 자격 취득. 1966년부터 자르란트Saarland대학의 철학교수로 재직.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헤겔Georg Friedrich Hegel 연구자로, 특히 그의 법철학과 자연법의 연구자로 유명해졌다. 〈자연법과 도덕Naturrecht und Sittllichkeit〉을 비롯하여 키케로Cicero의 《의무에 대하여De officiis》 논평, 헤겔 관련 논문들, 〈실천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들Grundfragen der praktischen Philosophie〉, 〈예술. 자연법Art. Naturrecht〉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고, 유고는 자르브뤼켄대학 기록 보관소에 남아 있다.
– 저자: 볼프강 하르트비히 (Wolfgang Hardtwig)
독일 근대역사가. 1991년부터 2009년 퇴임까지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대학에서 근대사 교수로 활동했다. 저서로 《역사문화와 학문》, 《독일의 협동조합, 종파, 협회》 등이 있다.
– 저자: 요하네스 부르크하르트 (Johannes Burkhardt)
1971년 튀빙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빌레펠트대학, 보훔대학을 거쳐 1991년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대학에서 정식 교수로 임명되었다. 독일 근대사, 특히 ‘30년전쟁’과 독일 푸거Fugger가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2008년에 퇴임했다.
– 저자: 페터 슈판 (Peter Spahn)
1973년 쾰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빌레펠트대학에서 교수자격시험에 통과하여 그곳에서 1983년에 정식 교수로 임명되었고 1988년 베를린자유대학으로 옮겨 2009년 퇴임할 때까지 그곳에서 재직했다. 고대의 경제사회사에 대한 여러 연구 업적을 남겼다.
– 저자: 오토 게르하르트 왹슬레 (Otto Gerhard Oexle)
1965년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뮌스터대학을 거쳐 1980년 하노버대학에서 정식 교수로 임명되었다. 1987년부터 2004년에 퇴직할 때까지 괴팅겐에 소재한 막스플랑크역사연구소의 소장을 지냈다. 중세사와 역사이론에 여러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 저자: 파나요티스 콘딜리스 (Panajotis Kondylis)
그리스 출신의 철학자로, 아테네에서 고전어와 철학을 공부한 후 1971년 독일로 건너가 프랑크푸르트와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과 근대사,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하이델베르크에서 독일 관념론의 탄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대학에 몸담지 않고 아테네와 독일을 오고 가는 독립연구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독일어로 글을 쓰거나 독일어 고전을 그리스어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1986년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보수주의. 역사적 내용과 몰락 Konservativismus. Geschichtlicher Gehalt und Untergang》(Klett-Cotta, 1986)을 출간하면서,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동 현상으로 보수주의를 해석하던 기존의 전통과 달리, 보수주의를 이미 중세부터 있어온 귀족들의 세계관으로 해석했다. 그들 귀족들은 그러한 정통성을 일종의 특권으로 받아들이는 특정한 인식으로부터 끌어왔다는 그의 해석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1년에는 《부르주아적 사고 형식과 삶의 형식의 몰락 Der Niedergang der burgerlichen Denk-und Lebensformen》(Klett-Cotta, 1991)을 통해 19세기 자유주의적 세계관이 포스트모던한 대중민주주의 세계관과 충돌하는 양상을 서술했다. 그 밖에도 그는 《마르크스와 고대 그리스 Marx und die griechische Antike》(1987), 《20세기의 정치적인 것들. 유토피아에서 글로벌리제이션까지 Das Politische im 20. Jahrhundert. Von den Utopien zur Globalisierung》(2001), 《마키아벨리 Machiavelli》(2007)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 저자: 오토 브루너 (Otto Brunner)
오스트리아 역사학자. 베르너 콘체와 함께 ‘근대 사회사 연구회 Arbeitskreis fur moderne Sozialgeschichte’를 조직했다.
주요 저서로 《향촌과 지배 Land und Herrschaft》(1939), 《사회사로의 새로운 길 Neue Wege der Sozialgeschichte》(1956), 《중세기의 유럽 사회사 Sozialgeschichte Europas im Mittelalter》(1978) 등이 있다. 특히 베르너 콘체,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함께 펴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 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 저자: 베르너 콘체 (Werner Conze)
독일 역사학자.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역사학의 방법론은 정치사에 편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콘체는 산업화 이후 전개되는 역사적 과정에 경제시스템, 인구발전, 소득분배와 같은 사회적 요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사Sozialgeschichte를 주장함으로써 독일 학계에 주목을 끌었다.
주요 저서로 《농민해방과 도시질서 Bauernbefreiung und Stadteordnung》(1956), 《독일 민족. 역사의 결과 Die Deutsche Nation. Ergebnis der Geschichte》(1963) 등이 있다. 특히 오토 브루너,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함께 펴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 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 저자: 라인하르트 코젤렉 (Reinhart Koselleck)
‘위대한 아웃사이더’, ‘18세기 철학자’, ‘홀로 서면서도 여러 경계에 걸친 인물’. 개념사 사전의 선구자 코젤렉을 달리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렇듯 그는 유럽 근대사 연구에서 빼어난 업적을 쌓았지만 스스로 ‘역사가 동업조합’의 울타리에 들지 않았다. 그는 늘 언어와 사실, 주관과 객체 사이의 중간지점에 서서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한계를 직시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의 이력은 역사학을 전공하면서도 철학과 정치이론에 더 많이 기울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를 뢰비트,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슈미트 등이 청년 코젤렉을 키운 이론가들이다. 시간운동의 역사철학, 번역의 해석학, 정치적 인류학이 이들로부터 흘러나와 코젤렉의 개념사 이론에 녹아들었다.
그렇지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골격을 이룬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은 그의 독창적인 인식체계다. 그 줄기에서 그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지표이면서 그 요소가 되는 개념의 세계를 발굴했다. “‘근대’라는 위기의 시대에 수많은 ‘투쟁개념들’이, 다가오는 역사적 운동을 이념적으로 선취하면서 실천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명제가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사이의 해묵은 경계선에서 홀로 서면서 《비판과 위기Kritik und Krise》(1959), 《개혁과 혁명 사이의 프로이센 Preußen zwischen Reform und Revolution》(1967), 《지나간 미래 Vergangene Zukunft》(1979), 《시간의 층위 Zeitschichten》(2000), 《개념사 Begriffsgeschichten》(2006) 등의 저술을 남겼다.
– 기획: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1990년 1월, 한림대학교의 설립자인 고故 윤덕선 박사가 국내의 저명한 원로 교수들을 연구원으로 초빙해 설립한 학술연구소로서, 그동안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종합 학술사업과 연구에 주력해왔다.
특히 한림과학원은 2005년부터 ‘한국 인문․사회과학 기본개념의 역사․철학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하여 2007~2017년 인문한국HK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소통 사업’을 수행해왔다. 2018년부터는 인문한국플러스HK⁺ ‘횡단, 융합, 창신의 동아시아 개념사’로 확장하여 동아시아 개념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전근대부터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에서 개념이 생성, 전파, 상호 소통하는 양상을 성찰하여, 오늘날 상생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한림과학원은 동아시아 개념소통 관련 기초연구의 축적, 개념사 총서 및 이론서․번역서 발간, 다양한 국내외 학술행사 개최, 국내외 학술교류협력 사업 추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방면에서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번역서 출간은 이 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전의 번역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으로, 유럽의 개념사 연구 성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2010년 1차분 〈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를 내놓으며 시작된 이 작업은 2014년 2차분 〈계몽〉, 〈자유주의〉, 〈개혁과 (종교)개혁〉, 〈해방〉, 〈노동과 노동자〉, 2019년 3차분 〈위기〉, 〈혁명〉, 〈근대적/근대성, 근대〉, 〈보수, 보수주의〉,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2021년 4차분 〈역사〉, 〈민주주의와 독재〉, 〈동맹〉, 〈법과 정의〉, 〈헌법〉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5차분 〈경제〉, 〈반동-복고〉, 〈통일〉, 〈협회〉, 〈습속, 윤리, 도덕〉을 내놓으며 십수 년에 걸친 발간 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출판을 디딤돌 삼아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개념사 연구방법론을 개발하는 시도가 왕성해지길 기대한다.

○ 출판사 서평
방대한 기획과 방법론적 혁신성, 근대성에 대한 통찰을 담은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총 25권으로 완간
–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번역본 완간
20세기 후반 서구 역사학계의 최대 성과로 꼽히기도 하는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한국어 번역작업이 5차분 발간과 함께 총 25권으로 완결되었다. 2010년 1차분 〈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를 내놓으며 시작된 이 작업은 2014년 2차분 〈계몽〉, 〈자유주의〉, 〈개혁과 (종교)개혁〉, 〈해방〉, 〈노동과 노동자〉, 2019년 3차분 〈위기〉, 〈혁명〉, 〈근대적/근대성, 근대〉, 〈보수, 보수주의〉,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2021년 4차분 〈역사〉, 〈민주주의와 독재〉, 〈동맹〉, 〈법과 정의〉, 〈헌법〉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5차분 〈경제〉, 〈반동-복고〉, 〈통일〉, 〈협회〉, 〈습속, 윤리, 도덕〉을 내놓으며 십수 년에 걸친 발간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번역작업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의 개념사 연구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한림과학원은 2005년 ‘한국 인문·사회과학 기본개념의 역사·철학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으로, 2007~2017년에는 인문한국 (HK)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소통 사업’, 그리고 2018년부터는 인문한국플러스(HK⁺) ‘횡단, 융합, 창신의 동아시아 개념사’ 사업을 수행하면서 동아시아 개념사 연구를 꾸준히 진척시켜왔다. 전근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에서 개념이 생성, 전파, 소통하는 양상을 성찰함으로써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것이 이러한 일련의 개념사 연구사업의 목표다.
한림과학원의 연구프로젝트가 개념사 분야를 사실상 개척한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의 작업, 그 가운데서도 그의 주도 아래 유럽 개념사 연구 성과를 응축한 기념비적 저작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사전의 한국어 번역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으로, 출간된 결과물은 유럽의 개념사 연구 성과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나 한국 및 동아시아 개념사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데 필수적인 자료라고 자부할 수 있다. 또한 코젤렉은 일찍이 “역사란 그것이 특정한 개념들로 분명히 표현되는 정도까지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념의 역사에 대한 탐구가 역사 연구의 한 방법론에 그치지 않고 역사 연구 일반에 핵심적인 위상을 갖는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언어가 실재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매개한다는 ‘언어적 전회’의 근본 가정과 부합하는데, 개념사의 이런 독특한 위상을 감안할 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특정 연구 분야에 제한되지 않는 한층 폭넓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개념이 그렇듯 역사를 인식하는 핵심 매개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의 (재)구성과 역사의 변화에 관여하는 주된 요소라면 개념사 연구는 과거를 한층 역동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개념의 역사에는 각 시대에 사람들이 주로 어떤 개념들을 통해 세계를 파악하고 나아가 자신의 이념과 의지, 감정과 소망을 담았는지가 새겨져 있다. 그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개념들의 의미장을 빚어내고 또 쉼 없이 출렁이게 했던 것이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제목을 이루는 ‘사전’이라는 표현은 자칫 의미를 확정하는 작업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개념 항목별로 구분되는 서술 체제를 가리킬 뿐 정태적인 ‘정의’의 나열과는 무관하다. 이 특별한 사전에는 오히려 개념들의 굴곡어린 생애를 뒤흔든 다채로운 ‘서사’로 가득하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운동을 격발하는 개념들을 엄선하여 옮긴 25권의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 단순히 서구역사를 더 잘 이해하게 돕는 용도에 그치지 않고 한국과 동아시아의 역사와 현재를 이해하고 개척하는 과정에서 사전처럼 늘 곁에 두고 비교·참조하는 필독서로 널리 활용되기를 바란다.
–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의의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 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총 119개의 기본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필에는 역사학자뿐 아니라 법학자, 경제학자, 철학자, 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가 대거 참여했다. 1972년에 첫 권이 발간된 후 1997년 최종 여덟 권으로 완성되기까지 무려 25년이 걸린 대작이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의 교수였던 코젤렉은 이 사업을 기획하고 주도했으며, 공동 편집자인 브루너, 콘체가 세상을 떠난 뒤 그 뒤를 이어 책의 출판을 완성했다.
이 사전의 의의는 작업 규모 및 성과물의 방대함뿐만 아니라 방법론적 혁신성에도 있다. 기존의 개념사가 시대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초월한 순수 관념을 상정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데 치중했다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전개되는 의미의 변화 양상에 시선을 던진다. 코젤렉이 말하는 ‘개념’은 ‘정치·사회적인 의미연관들로 꽉 차 있어서, 사용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의적으로 머무르는 단어’다. 우리가 교과서나 이론안내서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이나 개별 학문에 국한된 전문용어가 아닌 다의성과 다층성 속에서 역사적 변천을 포괄하는 ‘개념’들의 향연, 이것이 바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다.
나아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근대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코젤렉은 1750년부터 1850년까지 유럽에서 개념들의 의미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 근대 세계와 그 이전을 나누는 근본적인 단절이 발생했음에 주목한다. 이러한 단절을 그는 ‘말안장 시대’ 또는 ‘문턱의 시대’로 표현한 바 있다. 또한 코젤렉은 유럽에서 근대, 특히 18세기 무렵부터 개념이 ‘경험 공감과 기대 지평’이라는 두 차원을 가진 ‘운동 개념’이 되었음을 드러냄으로써 근대성의 특징과 본질을 규명하도록 해준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방대한 기획과 방법론적 혁신성, 근대성에 대한 통찰을 담은 저작이라는 면에서 광범위한 반향과 호평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일 뿐 아니라 분과학문의 틀을 뛰어넘는 인문학적 역사 연구의 전망을 제시했다고 인정받고 있다.

– 구성
.5차분 (21~25권)
‘경제’, ‘반동-복고’, ‘통일’, ‘협회’, ‘습속, 윤리, 도덕’, 이 오래된 개념들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되새김질되고 있는 중이다. 역사의 장면에서 그리고 우리의 광장에서. 개념은 지시 대상의 역사적 층위 위에 서 있다. 그런 개념을 파악한다는 것은 과거를 다시 바라보는 일인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재구성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개념들은 어떤 대상을 지시하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해당 항목을 번역해서 내놓는다.
.21권-경제Wirtschaft
요하네스 부르크하르트·페터 슈판·오토 게르하르트 왹슬레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송충기 옮김|228면
이코노미economy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 oikonomia’에서 유래했다. 집(오이코스oikos)을 관리(노미아nomia)하는 것으로 ‘살림살이’ 정도의 의미다. 오이코노미아는 우리가 잘 아는 경제와 뜻이 사뭇 다르다. 개설적인 설명에서는 어원을 소개하고 이후에 우리에게 익숙한 시장, 교환, 상인 등과 같은 ‘경제 요소/사유’를 따지며 근대 경제(학)으로 나아간다. 살림살이로서의 경제는 이름만을 빌려줬을 뿐 현재의 경제를 구성하는 가격, 이자, 독점, 화폐 등과는 무관해 보인다.
개념사는 살림살이 경제와 경제 요소/사유 사이의 이 무의식적인 단절 혹은 오래된 병행을 파고든다. 이 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 윤리학과 나란히 살림학을 중시했음을 밝히고 당시에 돈 버는 일이 폄하되고 있었음을 대비시킨다. 중세에는 살림학과 돈 버는 일 사이의 간격이 더 벌어졌다. 집과 살림살이라는 개념은 하느님, 세계, 지배자의 가정이 되어 실질적인 사회 구성물로 강고했다. 거래와 시장에 대한 사유 즉 현대적 의미에서의 경제 요소/사유는 가격과 이윤에 대한 논의나 상인과 관련해서 나왔을 뿐이다. 근대 초기까지 양 개념은 각자 의미를 확대하였다. 다만 중상주의가 발전하면서 상인과 교환 영역은 독자 영역을 확보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후자는 ‘상업’ 또는 ‘상학商學’으로 지칭될 뿐이었다.
최소한 18세기까지는 어원상으로 ‘살림살이 경제’와 ‘교환과 상업’은 관련이 없었고 둘은 다른 관계망에 속했다. 그렇다면 언제 이들이 하나의 포괄적인 개념으로 통합되었을까. 그리고 왜 살림살이 경제가 교환과 상업을 제치고 상위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근대 경제학의 본질은 교환과 상업에 기원하였지, 살림살이 경제는 아니지 않은가? 이같은 물음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존 경제학사에서 볼 수 없는 이 책의 특징이다. 현재에 익숙한 경제 개념의 말(살림살이)과 내용(경제 요소/사유)의 두 기원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이다. 살림살이 경제가 경제 요소/사유를 포괄하게 된 연유를 개념사가는 어떻게 설명했을까. 제후의 살림살이였던 이코노미가 ‘민족과 국가의 살림살이’로 쓰이게 된 것, 그리고 중농주의에서 출발한 영국 고전 경제학파의 영향이라고 한다.
.22권-반동-복고Reaktion, Restauration
파나요티스 콘딜리스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이진일 옮김|144면
오늘날 우리가 인접 개념으로 파악하는 반동과 복고 개념은 프랑스혁명 이후 한 방향의 정치적 맥락에서 조우했다. 이전 시기에 반동 개념은 개별 사항에서 작용과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반작용을 의미했으나 이제 혁명적 작용에 대한 반혁명적 반작용의 의미를 가지며 집합단수의 행위를 가리키게 되었다. 복구를 통한 재건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던 복고 개념 또한 혁명의 좌절과 제1, 2제정기를 거치면서 왕조의 복고 그것도 단순한 정치체제의 복고가 아니라 전통적인 사회질서, 자연적이고 신적인 질서로의 회귀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자극 받은 독일은 1848년 혁명을 맞이하여 반동 개념을 확장하고 반동을 둘러싼 반혁명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 사이의 공방이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 제국 설립기 이후 전개된 대자본주의적 이해관계와 프로이센 군국주의 그리고 파시스트적 전체주의에 대한 비난과 경고로서 반동 개념과 복고 개념은 일치를 이루게 된다. 혁명기 프랑스의 그리고 독일의 반동 개념과 복고 개념에는 ‘무엇에 대한 반동’인지, ‘좋은 복고’인지 ‘나쁜 복고’인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의도와 결과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혁명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근대 유럽이 거쳐 온 반동 개념과 복고 개념의 역사 경험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23권-통일Einheit
로타르 갈·크리스타 제거만·디르크 블라지우스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최성철 옮김|112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에 실린 단어들이 넓게 보아 유럽 전체를 배경 삼아 설명되기는 하지만, 실은 독일어권의 맥락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통일 Einheit’이라는 단어의 경우라면, 근대 이후 두 차례의 통일을 힘겹게 이루어낸 독일의 지난 역사와 더욱 깊이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첫 번째 통일은 1871년의 일로, 신흥 군주국가 프로이센의 주도 하에 오랜 정치적 분열의 시대가 끝나고 근대적 국민국가가 수립된다. 두 번째 통일이 바로 첫 번째보다 훨씬 더 유명한 동독과 서독의 ‘재통합’이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냉전시대의 견고한 상징과도 같았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이를 지켜보던 동시대 세계인들의 기억 속에도 여전히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근대 이후 역사에서 두 번의 통일을 성취한 국가답게, ‘통일’은 독일인들에게 그래서 늘 뜨거운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였다. 상반되는 의미와 감정들이 이 단어의 역사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는 점은 여러 루트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통일’은 독일어에서 ‘연방Bund’이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작은 소국들로 나뉘어졌던 시대, ‘연방’은 ‘통일’로 가는 도정을 곧장 떠올리게 했고, 실은 상당 기간 동안 ‘통일’과 거의 동의어로 쓰였던 듯하다. 그러나 군소 국가들이 그저 느슨하게 모인 ‘연방’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혁명으로 거듭난 프랑스처럼 중앙집권적인 ‘통일’을 꿈꾸는 정치 세력들에게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이때 ‘연방’은 ‘통일’을 방해하거나 오히려 상반되는 대조적 개념으로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단어가 이처럼 정반대의 의미로도 사용되었다는 것은 강력한 통일 국가를 바라보는 독일인들의 시각이 희망과 두려움으로 팽팽하게 대립되어 왔던 사정을 말해준다.
‘연방’뿐만 아니라 ‘자유’ 역시 ‘통일’과의 관계 속에서 유사한 궤도를 걸어왔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중앙집권적 통일국가가 소국의 자유를 앗아가는 사태를 염려하는 입장에서라면, ‘통일’과 ‘자유’는 상반된 개념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민족자결이라는 근대적 원칙 위에 통일된 국가가 누리게 될 더 많은 자유를, 보다 더 자주 상상했던 이들에게 ‘통일’과 ‘자유’는 결코 대척적인 대념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단어는 친족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사성이 훨씬 강한 개념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통일》 항목 사전은 한국인들이 좀 더 기대를 가지고 살펴보게 될 두 번째 통일의 시대까지는 서술하고 있지 않으며, 1871년에서 논의를 끝내고 있다는 점이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 주로 근대 초기, 국민국가 성립기를 다루고 있는 사정과도 연관이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지 않은 통일에 대해 19세기의 독일인들이 품었던 상반된 기대지평과 다양한 정념들까지도 꼼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사전은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선례와 참조가 되지 않을까.
.24권-협회Verein
볼프강 하르트비히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최성철 옮김|132면
독일어 Verein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Verein의 어원은 12세기 독일어 vereinen(결합하다)이다. 서로의 ‘약속’이나 ‘연대’ 또는 ‘결합’을 뜻했고 14세기부터 사람들의 결합, 일치, 모임을 지칭했다. 종교개혁 이후와 근대 초기에는 종파를 초월한 제후의 연합이었고 18세기에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의 모임에서 시작한 Verein의 역사를 통해 ‘사회’, ‘국가’의 탄생 배경, 기능,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18세기에 와서 협회는 제후와 귀족, 각급 국가들 간의 동맹을 뜻하는 연합의 의미로 쓰였다. 자연법적 국가이론과 사회이론의 전문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1790년대였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사회구성원의 결사는 다양한 측면에서 전개되었다. 교육·사상운동에서의 사적 연대, 혁명시기의 정치 모임, 민족-민주주의 청년의 협회 등이 그 사례다. 민족국가 수립기에 결사의 단위로 국가가 새롭게 부각되며 국가연합, 세계경제체제 등의 개념이 협회와 결합한다. 여기에는 계몽주의에 대한 확신과 영구평화라는 유토피아에 대한 지향이 투영되었다. 결사자들의 자발성은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협회, 연합 개념에 더 적극적으로 발현된다.
19세기에는 연방, 연합, 연맹, 결사, 조합, 법인, 협동조합, 노동조합 등 무수한 유사한 개념과 거리를 두고 연합했고 종국에는 사회Gesellschaft로 수렴되었다. 연합과 협회는 시민사회의 구성 원리로 작동했고, 자유주의 이론에서는 국가도 협회의 하나로 보았다. 노동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노동자조직의 형태로도 협회가 등장했다. 1848년 이후에는 조합이 노동자, 중산층의 결사를 대변하는 용어가 되었다. 1850~1873년에 와서 ‘협회’는 비로소 시민사회, 산업사회에서 사회정치적 행동들의 조직형식으로 확립되었다. 협회의 분화와 확산은 시민사회와 산업사회의 구조 원리로 환원되었다. 협회 제도는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에서 국가시민적 사회의 계급구조를 녹여버리고, 소유의 자유와 정치적 평등의 자유를 기반에 두고 건설된 국가와 사회질서의 진화적 발전을 보증해준다고 해석되기에 이른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는 협회의 강한 영향력이 인지되었다. 막스 베버는 일상생활이 다양한 협회 안으로 완전히 침투해 들어왔다고 하며, 인간을 ‘협회인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에 협회는 다양한 종류의 지배를 돕기도 하며 실제적인 삶의 영위에 영향을 미치고 삶의 영위를 규정하는 사회적 매체로 규정되었다. 20세기에는 자유로운 개인이 협회를 구성하는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었다. 이때 협회는 문화·사회·정치 개혁운동의 조직형태로 자리잡았고 ‘대중문화’의 전달자로도 발전했다.
.25권-습속, 윤리, 도덕Sitte, Sittlichkeit, Moral
카를-하인츠 일팅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한상희 옮김|156면
습속, 윤리, 도덕은 엄격히 구분되지 않은 채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된다. 도덕적 자의식이 항상 존재해왔던 것과 달리, 윤리적 성찰은 전승된 도덕적 신념들을 뒤엎거나 적어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표출할 때 등장했다. 이 책은 도덕적ㆍ윤리적 문제들과 관련된 성찰에 초점을 맞춰 ‘윤리Sittlichkeit’ 개념의 발달 과정을 고찰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윤리적 성찰은 공동체 생활의 규범에서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행동에 대한 도덕적 자기 이해로 전향하면서 비롯됐다. 소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선한’과 ‘덕’ 같은 단어에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했고, 플라톤은 모든 인간이 도덕적 문제들에 대해 “참된 의견”을 가질 수 있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덕론을 확립했다. 철학사에서 윤리학의 등장은 가치 있는 삶과 행동과 관련한 현상과 문제로부터 도덕적인 것의 개념을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덕’은 쓸모 있는 것 또는 무언가를 해내는 능력으로서 도덕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았다. 초기 스토아 철학은 ‘도덕적으로 훌륭한 것’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행위의 동기가 도덕적 신념인지 의무인지를 구분하고, 행위자의 의도와 의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일어났다. 도덕적 행위의 유용성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는 규범이 키케로에 이르러 마련되었다.
종교개혁 이전의 기독교와 신학에서는 종교적 의무들과 도덕적 의무가 구분되지 않는 좀처럼 윤리적 성찰이 발전하기 어려웠다. 다만 헬레니즘 전통에서 유래하는 ‘황금률’과 이웃을 넘어 적에게까지 사랑을 확대하라는 가르침은 ‘도덕’ 개념사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성과 계시, 인식과 신앙, 도덕과 은총 간의 관계에 대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해석은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도덕성의 이념과 신의 은총 안에서의 기독교적 삶이라는 이념을 통일시켰다. 루터는 행위의 외적 정의가 아니라 의지와 신념이라는 내적 정의를 중시했고, 칼뱅은 종교개혁 이후의 교리에서 말하는 기독교적 삶이 전체적으로 윤리적이어야 함을 밝혔다. 그러나 기독교의 윤리가 내면적·영적 정의에 치중하는 동안 외부 활동의 통제로만 국한된 국가 법질서는 성경의 계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율적인 도덕 출현의 길을 열었다.
도덕에 관한 근대적인 학설은 홉스에 의해 자연법의 형태로 처음 등장했다. 홉스의 자연법은 행동의 적법성이 아니라 생각의 의로움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도덕적 구속력을 지닌다. 18세기 전반기 윤리적 성찰의 특징은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서 윤리성을 증명하려 했다는 점이다. 볼프는 행위의 도덕성은 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닌 일의 속성에서 생겨나며 법률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다고 했다. 이러한 도덕적 인격의 자율성은 루소의 자유 시민의 자율성과 칸트의 자유의지의 자기입법으로서 윤리 이론에 영향을 미쳤다. 칸트는 윤리성의 원칙들과 그 원천을 선험적인 순수 이성 개념에서 찾았다. 피히테의 자유와 도덕의 절대주의는 19세기 상대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칸트와 피히테가 도덕적 원칙에 따라 영위된 삶만을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한편에서 도덕적 규범들의 무조건적 구속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성찰이 제기된 것이다. 헤겔을 위시해 도덕은 사회적 또는 문화적으로 제약된 세계관으로 그 의미가 제한되었고, 20세기에 들어 역사적 경험에 의해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것으로 밝혀질 때까지 특정 집단의 도덕으로만 여겨졌다. 헤겔에게서 도덕성은 인륜성으로 나가는 방향에서 지양해야 할 세계관에 불과했다. 포이어바흐는 모든 종교와 도덕을 유적존재로부터의 인간 소외로 인식했고, 마르크스는 이 ‘소외’ 개념을 자본주의 사회와 그 사회의 규범체계에 사용하여 노동으로부터의 인간의 자기소외를 입증하려 했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마침내 도덕을 벗어난 창조적 인간의 자유를 선포했다. 프로이트의 신경증 이론과 문화비판, 베버의 사회이론 및 카를 슈미트에 이르러 도덕적인 문제들은 방향을 상실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비로소 철학은 다시 도덕적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AI와 로봇, 가상세계 메타버스, 기후 환경 위기 속에서 오늘 우리의 윤리학적 성찰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전25권
01_문명과 문화Zivilisation/Kultur
외르크 피쉬 지음|안삼환 옮김|272면
02_진보Fortschritt
라인하르트 코젤렉·크리스티안 마이어 지음|황선애 옮김|192면
03_제국주의Imperialismus
외르크 피쉬·디터 그로·루돌프 발터 지음|황승환 옮김|180면
04_전쟁Krieg
빌헬름 얀센 지음|권선형 옮김|136면
05_평화Friede
빌헬름 얀센 지음|한상희 옮김|140면
06_계몽Aufklarung
호르스트 슈투케 지음|남기호 옮김|280면
07_자유주의Liberalismus
루돌프 피어하우스 지음|공진성 옮김|152면
08_개혁과 (종교)개혁Reform, Reformation
아이케 볼가스트 지음|백승종 옮김|160면
09_해방Emanzipation
카를 마르틴 그라스·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조종화 옮김|136면
10_노동과 노동자Arbeit, Arbeiter
베르너 콘체 지음|이진모 옮김|228면
11_위기Krise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원석영 옮김|104면
12_혁명Revolution-Rebellion, Aufuhr, Buergerkrieg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한운석 옮김|324면
13_근대적/근대성, 근대Modern/Modernitat, Moderne
한스 울리히 굼브레히트 지음|원석영 옮김|116면
14_보수, 보수주의Konservativ, Konservatismus
루돌프 피어하우스 지음|이진일 옮김|124면
15_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Anarchie/Anarchismus/Anarchist
페터 크리스티안 루츠·크리스티안 마이어 지음|송재우 옮김|164면
16_역사Geschichte, Historie
라인하르트 코젤렉·크리스티안 마이어·오딜로 엥겔스·호루스트 귄터 지음|최호근 옮김|328면
17_민주주의와 독재Demokratie, Diktatur
크리스티안 마이어·한스 레오 라이만·한스 마이어·라인하르트 코젤렉·베르너 콘체·라인하르트 슈툼프·에른스트 놀테 지음|나인호 옮김|304면
18_동맹Bund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엄현아 옮김|228면
19_법과 정의Recht, Gerechtigkeit
프리츠 로스·한스-루드비히 슈라이버 지음|엄현아 옮김|212면
20_헌법Verfassung
하인츠 몬하우프트·디터 그림 지음|송석윤 옮김|228면
21_경제Wirtschaft
요하네스 부르크하르트·페터 슈판·오토 게르하르트 왹슬레 지음|송충기 옮김|228면
22_반동-복고Reaktion, Restauration
파나요티스 콘딜리스 지음|이진일 옮김|144면
23_통일Einheit
로타르 갈·크리스타 제거만·디르크 블라지우스 지음|최성철 옮김|112면
24_협회Verein
볼프강 하르트비히 지음|최성철 옮김|132면
25_윤리, 인륜, 도덕Sitte, Sittlichkeit, Moral
카를-하인츠 일팅 지음|한상희 옮김|156면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