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세트 6 ~ 10권
계몽, 자유주의, 개혁과 (종교)개혁, 해방, 노동과 노동자
라인하르트 코젤렉 / 푸른역사 / 2014.10.9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 가진 의의는 작업 규모 및 성과물의 방대함뿐만 아니라 방법론적 혁신성에도 있다. 기존의 개념사가 시대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초월한 순수 관념을 상정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데 치중했다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전개되는 의미의 변화 양상에 시선을 던진다. 구체적으로, 코젤렉이 말하는 ‘개념’은 ‘정치?사회적인 의미연관들로 꽉 차 있어서, 사용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의적多義的으로 머무르는 단어’다. 119개의 ‘기본개념’은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사회적인 현실과 운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개념을 가리킨다. 우리가 교과서나 이론 안내서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이나 개별 학문에 국한된 전문용어가 아닌 다의성과 다층성 속에서 역사적 변천을 포괄하는 ‘개념’들의 향연, 이것이 바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다.

○ 목차
–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6-10권
.6권-계몽 Aufkl?rung 호르스트 슈투케 지음
.7권-자유주의 Liberalismus 루돌프 피어하우스 지음
.8권-개혁과 (종교) 개혁Reform, Reformation 아이케 볼가스트 지음
.9권-해방 Emanzipation 카를 마르틴 그라스,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
.10권-노동과 노동자 Arbeit, Arbeiter 베르너 콘체 지음
○ 기획 :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저자(기획) 한림과학원은 1990년 1월, 한림대학교의 설립자인 고故 윤덕선 박사가 국내의 저명한 원로 교수들을 연구원으로 초빙해 설립한 학술연구소로서, 그동안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종합 학술사업과 연구에 주력해왔다.
특히 한림과학원은 2005년부터 ‘한국 인문?사회과학 기본개념의 역사?철학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하여 2007년 인문한국(HK)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소통 사업’으로 확장했다. 근대 초 동아시아의 개념 충돌 양상을 성찰하여 오늘날 상생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한림과학원은 동아시아 개념소통 관련 기초연구의 축적, 개념사 총서 및 이론서?번역서 발간, 다양한 국내외 학술행사 개최, 국내외 학술교류협력 사업 추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방면에서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번역서 출간은 이 사업의 일환이다. 한림과학원은 우수한 외국의 연구성과, 특히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로 평가되는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주요 항목을 번역?소개함으로써 유럽 개념사 연구 성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며, 나아가 동아시아 개념 연구방법론을 개발하고 국내 개념사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이 책의 위상이나 대표성 등에 비추어, 다른 항목에 관한 후속 번역 사업도 계획 중이다.

– 엮음 : 라인하르트 코젤렉
저자 (엮은이) 라인하르트 코젤렉 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은 ‘위대한 아웃사이더’, ‘18세기 철학자’, ‘홀로 서면서도 여러 경계에 걸친 인물’. 개념사 사전의 선구자 코젤렉을 달리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렇듯 그는 유럽 근대사 연구에서 빼어난 업적을 쌓았지만 스스로 ‘역사가 동업조합’의 울타리에 들지 않았다. 그는 늘 언어와 사실, 주관과 객체 사이의 중간지점에 서서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한계를 직시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의 이력은 역사학을 전공하면서도 철학과 정치이론에 더 많이 기울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를 뢰비트,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슈미트 등이 청년 코젤렉을 키운 이론가들이다. 시간운동의 역사철학, 번역의 해석학, 정치적 인류학이 이들로부터 흘러나와 코젤렉의 개념사 이론에 녹아들었다.
그렇지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골격을 이룬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은 그의 독창적인 인식체계다. 그 줄기에서 그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지표이면서 그 요소가 되는 개념의 세계를 발굴했다. “‘근대’라는 위기의 시대에 수많은 ‘투쟁개념들’이, 다가오는 역사적 운동을 이념적으로 선취하면서 실천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명제가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사이의 해묵은 경계선에서 홀로 서면서 《비판과 위기 Kritik und Krise》(1959), 《개혁과 혁명 사이의 프로이센 Preußen zwischen Reform und Revolution》(1967), 《지나간 미래 Vergangene Zukunft》(1979), 《시간의 층위 Zeitschichten》(2000), 《개념사 Begriffsgeschichten》(2006) 등의 저술을 남겼다.
– 엮음 : 오토 브루너
저자 (엮은이) 오토 브루너 Otto Brunner (1898 ~ 1982)는 오스트리아 역사학자. 베르너 콘체와 함께 ‘근대 사회사 연구회 Arbeitskreis f?r moderne Sozialgeschichte’를 조직했다.
주요 저서로 《향촌과 지배 Land und Herrschaft》(1939), 《사회사로의 새로운 길 Neue Wege der Sozialgeschichte》(1956), 《중세기의 유럽 사회사 Sozialgeschichte Europas im Mittelalter》(1978) 등이 있다. 특히 베르너 콘체,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함께 펴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 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 엮음 : 베르너 콘체
저자 (엮은이) 베르너 콘체 Werner Conze (1910 ~ 1986)는 독일 역사학자.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역사학의 방법론은 정치사에 편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콘체는 산업화 이후 전개되는 역사적 과정에 경제시스템, 인구발전, 소득분배와 같은 사회적 요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사 Sozialgeschichte를 주장함으로써 독일 학계에 주목을 끌었다.
주요 저서로 《농민해방과 도시질서 Bauernbefreiung und St?dteordnung》(1956), 《독일 민족. 역사의 결과Die Deutsche Nation. Ergebnis der Geschichte》(1963) 등이 있다. 특히 오토 브루너,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함께 펴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 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 출판사 서평
–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 : 개념, 역사를 반영하고 역사를 만들어가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행하는 일이 무얼까? 그 ‘무언가’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뜻을 헤아리는 일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알고자 하는 대상의 개념을 파악하는 일, 그것이 앎의 첫걸음이다.
‘무언가’가 지닌 개념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공간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개념은 장소 (토포스)와 시간 (템포)에 따라 그 성격이 다르다” (한림과학원 원장 김용구). 지시 대상의 역사를 담고 있다. 또한 어떤 대상의 개념을 안다는 것은 단순한 앎의 획득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개념의 파악은 과거와 현재의 여러 요소들을 변화시키는 일로 확장되기도 한다. 개념을 “만들어진 역사를 반영하는 동시에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 (신진욱, 《시민》, 책세상, 2009)라고 말하는 것은 개념의 이런 속성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흔히 개념들의 총체라 일컫는 ‘사전’의 경우 개념의 역사성은 자주 탈각된다. 시공간적 맥락을 초월하여 개념이 지시하는 대상의 순수 관념을 상정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데만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대상의 온전한 개념을 파악할 수 없다. 개념이 장소와 시간의 고려 없이는 정의하기 어려운 역동적이고 역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그러하다. 개념사 연구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서 도출된다.
– ‘코젤렉’, 개념사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이런 점에서 유의미하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문명과 문화》를 번역한 안삼환 교수가 독일에서 겪은 일화는 이 사전의 유의미성을 잘 보여준다. “독일 본 대학에서 박사논문을 쓰고 있을 때였다. 한 난해한 역사적 개념에 봉착하여 전전긍긍하다가 그 개념을 과연 특정 콘텍스트에서 사용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독일인 친구에게 물었다. 그 때 그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코젤렉을 언급했다 … 나중의 일이지만, ‘코젤렉’이 인명일 뿐만 아니라 그가 편찬한 ‘개념사 사전’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개념의 특정 맥락에서의 사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바로 ‘코젤렉’이 언급될 정도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 개념사 연구에서 갖는 위상은 남다르다. 한림과학원은 이 책의 이러한 위상에 주목, 2008년 9월부터 번역 소개의 효과가 크거나 활용이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5개 항목(〈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부터 번역에 착수하여 2010년 7월 다섯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다. 뒤이어 이번에 2차분으로 〈계몽〉, 〈자유주의〉, 〈개혁과 (종교)개혁〉, 〈해방〉, 〈노동과 노동자〉를 출간하게 되었다.
최종 완성까지 25년, 총 119개의 기본개념 집필에 다양한 분야의 학자 대거 참여, 독일어권 역사학계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호평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개념사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정수를 앞서 출간한 다섯 권에 이어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다섯 권에서도 확인해보자.

–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과연 어떤 사전이기에
.작업 규모와 성과물의 방대함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어떠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가. 먼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총 119개의 기본개념 집필에 역사학자뿐 아니라 법학자, 경제학자, 철학자, 신학자 등이 대거 참여한 학제 간 연구의 결실이다. 또한 1972년에 첫 권이 발간된 후 1997년 최종 여덟 권으로 완성되기까지 무려 25년이 걸린 대작이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의 교수였던 코젤렉은 이 사업을 기획하고 주도했으며, 공동 편집자이던 브루너와 콘체가 세상을 떠난 후 그 뒤를 이어 책의 출판을 완성했다.
.방법론적 혁신성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 가진 의의는 작업 규모 및 성과물의 방대함뿐만 아니라 방법론적 혁신성에도 있다. 기존의 개념사가 시대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초월한 순수 관념을 상정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데 치중했다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정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전개되는 의미의 변화 양상에 시선을 던진다.
구체적으로, 코젤렉이 말하는 ‘개념’은 ‘정치?사회적인 의미연관들로 꽉 차 있어서, 사용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의적多義的으로 머무르는 단어’다. 119개의 ‘기본개념’은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 사회적인 현실과 운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개념을 가리킨다. 우리가 교과서나 이론 안내서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이나 개별 학문에 국한된 전문용어가 아닌 다의성과 다층성 속에서 역사적 변천을 포괄하는 ‘개념’들의 향연, 이것이 바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다.
.근대성에 대한 깊은 성찰
나아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근대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코젤렉은 1750년부터 1850년까지 유럽에서 개념들의 의미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 근대 세계와 그 이전을 나누는 근본적인 단절이 발생했음에 주목한다. 이러한 단절을 그는 ‘말안장 시대’ 또는 ‘문턱의 시대’로 표현한 바 있다.
또한 코젤렉은 유럽에서 근대, 특히 18세기 무렵부터 개념이 ‘경험 공간과 기대 지평’이라는 두 차원을 가진 ‘운동 개념’이 되었음을 드러냄으로써 근대성의 특징과 본질을 포착하게 해준다.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
요컨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방대한 기획과 방법론적 혁신성, 근대성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기념비적 저작이라는 면에서 광범위한 차원의 호평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분과학문의 틀을 뛰어넘는 인문학적 역사 연구의 전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 개념사 연구의 디딤돌을 바라며
한림과학원은 2007년 말, 인문한국 사업계획서 구상 단계에서 이미 이 책의 번역·출간 계획을 세웠으며, 그 계획에 따라 2008년 9월에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기획했다. 많은 항목 수와 각 항목당 내용의 방대함 등을 고려하여, 번역 소개의 효과가 크거나 활용이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5개 항목 (〈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부터 번역에 착수했다.
한림과학원은 원문의 번역이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중세 독어 등 유럽어들에 대한 광범위한 기초 지식은 물론이고, 유럽의 역사, 철학, 정치, 종교, 민속 등에 대한 깊은 조예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힌다. 그래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독일어 번역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에게 번역을 부탁하고, 항목 내에 라틴어 내용 등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은 관련 전문가들의 협조를 받았다고 말한다. 특히 5개 항목에 대한 1차 번역이 진행된 2009년 9월, 〈제1회 『번역 총서』 편찬 워크숍〉을 개최, 번역문 초고를 중심으로 해당 항목의 전문가와 폭넓고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원문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번역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했다고 한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림과학원의 바람처럼, 유럽의 개념사 연구 성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개념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개념사 연구방법론을 개발하는 시도가 왕성해졌으면 한다.

– 구성
.6권-계몽 Aufkl?rung
호르스트 슈투케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남기호 옮김|280면
어둡게 가리어진 것[蒙]을 환하게 열어 밝게 해준다[啓]는 우리말 ‘계몽啓蒙’은 여러모로 좋은 뜻을 지닌다. 지식이 필요한 이에게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영원한 밑천을 베푼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의식의 수준을 끌어올려 교양 있는 공동체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막상 계몽이란 무엇인지 그 개념의 의미 자체를 묻게 되면 쉬운 답변을 기대할 수 없다.
이 책은 이 개념의 형성과 발전에 대해 상세히 논한다. 개념사 연구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본 항목 〈계몽〉은 일단 다른 항목들보다 현저히 많은 지면이 할애되고 있다. 이는 형성 초기부터 비롯된 이 개념의 다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계몽이 철학적 교육적 제도적으로 관철되고 실현되어온 과정 자체가 또한 반계몽주의와의 기나긴 투쟁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계몽이라는 말이 18세기에 특정한 역사 시기를 지칭하는 말로 등장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계몽에 해당하는 서양어 Aufkl?rung, enlightment, ?claircissement 등은 다른 유사어들과의 경쟁을 통해 정착되어 왔으며, 다양한 의미들을 수용하거나 배제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과정을 당대의 대표적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일일이 추적하고 있으며 아울러 계몽에 반대했던 여러 흐름들도 소개하고 있다. 거론되는 이름들만 해도 베스텐리더, 잘츠만, 차하리아스 벡커, 림, 바르트 등을 비롯해 빌란트, 멘델스존, 칸트, 헤르더, 하만, 피히테, 셸링, 헤겔, 니체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풍부하다. 철학이든 예술이든 종교든 관련된 독일 계몽 사상가들은 20세기 중반 제2의 계몽 시기까지 거의 모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7권-자유주의 Liberalismus
루돌프 피어하우스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 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공진성 옮김|152면
한국어에서 ‘자유’와 ‘자유주의’는 서구에서 이미 그 단어가 정치적 의미를 획득한 후에 번역어로서 유입되었기 때문에 비非정치적이고 선先정치적인 의미를 덜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그런 의미의 자유로운 사람을 가리키는 별도의 표현 없이 지극히 정치적인 의미의 ‘자유주의자’라는 파생어만 있다.
이와 다르게, 서구에서는 ‘자유로운 사람’이 먼저 있었고, 그런 사람의 성향과 태도를 가리키는 추상명사 ‘자유’가 생겨났고, 거기에 프랑스혁명을 전환점으로 하여 정치적 의미가 추가되었고, 마침내 ‘자유주의’라는 정치적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동양과 서양에서의 개념(이념)의 목적론적 발전과 진화적 발전의 차이는 여기에서도 발견된다. 이 책은 이런 차이를 ‘자유주의’ 개념과 관련해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8권-개혁과 (종교)개혁 Reform, Reformation
아이케 볼가스트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백승종 옮김|160면
본래 ‘개혁’이라는 말은 라틴어의 ‘reformatio’에서 시작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동사 ‘reformare’가 먼저 출현했다. 처음에는 정치적 의미라고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형태의 전환이라는 의미에서의 변신/변형”을 뜻했을 따름이다. 여기에 도덕 및 정치적 관념이 부여된 것은 1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세네카가 “관습의 복구 reformatio morum”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그는 아름다운 과거 상태로의 회귀를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에 더하여 로마시대에는 순수하게 물리적으로 과거의 상태를 복구하는 것 역시 ‘개혁’으로 인식되었다.
이 책은 ‘개혁과 (종교)개혁’의 개념사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집필자 아이케 볼가스트는 서구의 역사에서 ‘개혁’이란 개념이 최초 등장한 용례부터 차례로 하나씩 검토한다. 그리하여 최근의 서구사회를 비롯한 이른바 현대산업국가 전반에 불고 있는 ‘개혁’ 피로증세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9권-해방 Emanzipation
카를 마르틴 그라스,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 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조종화 옮김|136면
‘해방 Emanzipation’은 예전에는 로마법의 전문 용어였으며, 그것은 부권 父權으로부터 민법상 보장되는 자립적 지위, 즉 ‘부권 면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그것은 로마 공화정에서 한 가족의 가장이 자신의 아이를 부권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법률적인 행위를 나타내는 용어이며, 이 법률적인 행위를 통해 아이는 민법상 의미에서 자율적인 인간이 되었다.
이 단어의 의미 확장은 근대 세계로의 이행과 더불어 진행되고, 점차로 그것의 재귀적인 사용을 통해서 ‘자기 해방’으로 의미가 전도된다. 해방은 처음에는 도덕-신학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만을 가졌었다. 그래서 그것은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 상응해서 그것은 계몽 과정에 부속된 수많은 의미들을 획득하고, 점차 법률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반신분제적인 개념’으로 전환되고, 그 후 각 집단 및 계층들, 예를 들면 아일랜드의 천주교인, 유대인, 여성, 노동자, 노예, 농민, 더 나아가 식민지 등에 특유한 모든 법률적인 차이의 폐지를, 예를 들면 자유와 평등, 동등한 권리 또는 독립을 요구하는 ‘정치적인 개념’으로 나타난다.
.10권-노동과 노동자 Arbeit, Arbeiter
베르너 콘체 지음|라인하르트 코젤렉?오토 브루너?베르너 콘체 엮음|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이진모 옮김|228면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식적 행위이며, 나아가 인간의 자기실현의 부분이기도 한 ‘노동 Arbeit’”은 그 개념의 역사가 오랜 고대의 구전 口傳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도 그 개념의 전통적 맥락이 18세기에 단절된 채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원래부터 지배적으로 사용되던 노동의 개념에는 손으로 하는 고생스러운 일에 내포된 ‘수고, 고통, 짐’이라고 하는 수동적 의미가 강했는데, 이와 함께 이미 일찍부터, 늦어도 중세 전성기에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긍정적이고 의욕적인 노력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자주 사용되었다.
저자는 이 같은 ‘노동’ 개념의 역사를 일괄하면서 오늘날에는 폄하적인 의미보다 긍정적인 의미가 우세함을 강조한다. 노동이 오늘날 목적지향적인 활동, 노동 분업적 체제에 순응된,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유용한 전반적인 활동이라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에서, 최근에 특징적으로 흔히 ‘성과 사회’로 불리는 근대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구성 원칙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에 이어 ‘노동자’ 개념에 대해서도 그 역사적 변천을 개괄한다. ‘노동자’는 게르만인들이 사용하던 어원적 기본 의미에 따라 힘들게 “얼굴에 땀을 흘리며” 육체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 같은 의미는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비천한 민중” 가운데 손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들’로 범위가 한정되었다. 계층적 의미가 강화되어 신분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하층 존재라는 뜻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러나 18~19세기 전환기를 거치면서 ‘노동자’ 개념은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18세기 말 ‘노동자’라는 단어가 ‘계급’이라는 개념과 연결되면서 ‘노동하는 계급’ 내에서 ‘계급’을 세분화하는 표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두뇌노동자’나 ‘정신노동자’ 등의 용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개념의 확대 경향도 두드러졌다. 특히 유의미한 변화는 ‘프롤레타리아’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부터다. ‘프롤레타리아’ 개념이 등장하면서 ‘노동자’는 대립의 주체가 아니라 혁명의 주체가 되었다. 노동자 집단이 고도의 정치적 의미를 가진 사회집단 형태로 고착된 것이다.
저자는 노동자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 사이의 이분법이 민주화되어가는 사회 안에서 점점 현실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계급의 통일성은 무게를 잃어갔고, 복지는 향상되었으며, 세기 초 노동자 문학에 등장했던 노동자의 두드러짐과 열정은 근대 노동 사회의 급속한 변천 과정에서 더 이상 제자리를 발견하지 못한다. 근대 노동 사회에서는 피고용인이나 종업원은 더욱 증가하지만, 원래 의미의 노동자 비중은 줄어들고 노동자의 명칭은 세분화된 직업 명칭 뒤로 밀려나고 있다. 노동자 문제는 더 이상 “사회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 안으로 분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단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던져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