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판데믹 히스토리 : 질병이 바꾼 인류 문명의 역사
장항석 / 시대의창 / 2018.1.8
– 인류 문명의 ‘빅 브라더’, 질병에 관한 연대기
바이러스라는 ‘유령’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몇 해 전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에서부터 에볼라, 지카, AI 등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마치 유령처럼 인류 곁을 활개치고 다닌다. 오늘날 인류는 바이러스라는 숙명의 적과 맞닥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유대 민족은 역병의 ‘도움’으로 이집트를 탈출할 수 있었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동로마 제국을 몰락의 길로 몰아넣었다. 흑사병으로 가족을 잃은 노스트라다무스는 감염 예방의 획기적인 지침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임진왜란의 배후에는 유럽발 인플루엔자가 있었다. 이처럼 질병은 생명 탄생의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를 감염시키고, 파괴하면서 새로운 문명과 질서를 만들었다. 전염병 대유행 상태인 판데믹Pandemic을 일으켜 개인의 삶은 물론 전쟁의 승패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현대 문명의 고삐를 틀어쥐고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끊임없이 조정해온 질병에 관한 문명사적 기록이다. 현직 의사인 지은이는 다양한 역사 자료 연구와 임상 체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문명사를 해부해, 독창적인 관점과 다방면에 걸친 지식으로 깔끔하게 봉합해 세상에 내놓았다. 서양 중심 문명사에 더해 인도와 동아시아 문명에 관한 이야기도 일부 담아 고대 아시아 의학의 깊이와 매력에 잠시나마 빠져들게 한다. 역사라는 척추를 바탕으로 신화와 전설, 책과 영화, 의학과 과학 등을 두루 오가는 지은이의 해박한 ‘썰’은 독자들을 책 읽기의 재미에 감염시키기에 충분하다.

○ 목차
추천의 글_질병의 역사는 생명의 역사
들어가는 글_인류 문명의 숨은 지배자
1 생명의 기원 태양의 일
생명 번개와 메데이아의 마술
-생명 기원설
최초의 침입자
-인류의 기원
생명체, 상륙하다
2 인류 여명기 질병과 마주하다
찰스 다윈의 여행
-네안데르탈인
세균, 나무에서 인류를 내쫓다
-생태계 | 말라리아
초원의 지배자 앞에 나타난 적
살아남으니까 강한 것이다
-선사시대 인류의 수명
가장 지독한 역병
3 문명 초기 문명의 길목에서
아노펠레스 모기와 인구 증가
-계절의 의미
호주 토끼와 아스테카의 운명
수메르, 질병으로 무너지다
-메소포타미아의 불씨 | 메소포타미아의 의학
4 고대 역사의 기록자
이집트 탈출과 람세스 2세의 천연두
-이집트의 질병과 의학 | 호루스의 눈
네발로 기는 왕
아폴론의 분노가 창궐하다
-라비린토스와 미노타우로스 | 예언의 올리브
불운한 크세르크세스
-신탁 | 절묘한 지명
투키디데스 역병과 아테네의 몰락
-미네르바의 부엉이
알렉산드로스를 좌절시킨 병
-고르디우스의 매듭
판데믹과 팍스 로마나
-로마 건국신화 | 상처뿐인 승리 | 포에니 전쟁과 비운의 한니발
제국을 파멸시킨 유스티니아누스 역병
-콘스탄티누스와 왕권신수설 | 유스티니아누스 역병과 페스트 | 그리스의 불 | 그렇게 성하던 역병은 왜 사라졌을까?
5 중세 죽음의 빛깔 혹은 상징
십자군과 나병의 시대
-한센병 | 기독교의 변심 | 마녀와 연금술사
검은 죽음이 몰려오다
-이슬람 세계의 흑사병 | 초원의 변화 | 흑사병 시대의 의사들 | 페스트와 검역
6 르네상스 수평선 너머로
르네상스와 대항해 시대
-르네상스 시대의 의학
질병의 사회학
-스피로헤타
전쟁을 지배한 질병
-고구려가 역습하지 않은 이유 | 나폴레옹의 병
습격당한 아메리카대륙
-[화성 연대기]와 대상포진
신대륙의 역습
-매독 | 민망한 원조론
7 근대 뒷골목의 지배자
산업혁명의 그늘
-[모던 타임즈] | 고프리의 강장제
백색 페스트, 결핵
-프렌치 패러독스, 차이니즈 패러독스 | 결핵과 나병은 한 끗 차이 | 『삼국지 』 속 결핵
콜레라가 연 새로운 시대
혼돈과 모호함의 끝자락
8 현대 난적의 출현
세계대전과 에스파냐 독감
진격하는 만성 성인병
인류 최대의 난적, 암
-게놈 프로젝트 | 광산에서 발견한 암과 인공 암
바이러스의 습격
-뜬소문과 음모론
9 동양 또 다른 큰 흐름
인도, 세계 의학의 원조
중국과 동아시아의 역병
-화타, 편작, 장중경
한국의 질병관
나오는 글_붉은 여왕의 법칙
참고 문헌
이미지 출처
미주
○ 저자소개 : 장항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 교수 및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의학이 병리학이나 인체 내부에 국한된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실제 삶에 직결된 학문임을 알리고자 한다. 국내외를 통틀어 3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지은 책으로 『판데믹 히스토리』,『진료실 밖으로 나온 의사의 잔소리』,『냉장고도 모르는 식품의 진실』등이 있다. 2018년, 월간 문예지 [시사문단] 소설 부문 신인상에 단편소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 책 속으로
아프리카 토착민 가운데 말라리아에 아주 강한 면역력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외부 사람들은 거의 살아남기 힘든 환경에서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조사해보니, 이들의 적혈구에는 특별한 ‘질병’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적혈구는 일반적으로 가운데가 오목한 원반 형태이나 이들의 적혈구는 낫 모양이었다. 이는 유전성 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증이다. — p. 63
한 지역 내에서 감염 경로의 사슬이 끊어지지 않고 전염병이 지속적으로 창궐하려면 인구가 적어도 40만 명은 돼야 한다. 인류 초기에는 인구 40만 명을 유지할 수 있는 초거대 문명이 없었다. (중략) 게다가 질병 대부분은 점점 약화되고 토착화하면서 더 이상 사회에 위협이 되지 못했다. — p. 80
나일 강이 범람했으며, 하늘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어두워졌고, 해충이 들끓었고, 가축과 사람에게 전염병이 번졌다. 이집트 지도층이 더 큰 피해를 입었는데, 왕과 대신들의 지배력이 약해져 행정조직이 와해된 틈을 타 유대인이 탈출을 감행했다. 실제 서기전 13세기경 이집트 지역에 질병이 창궐했다는 증거가 있다. 천연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 증거로 람세스 2세(미라)의 피부에 보이는 천연두 자국이 거론된다. — p. 104
덥고 습한 인도의 기후와 사막에 가로막혀 마케도니아군은 더 이상 진격할 수 없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결국 회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병사가 기아와 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간신히 페르세폴리스로 돌아온 뒤 이듬해 바빌론으로 돌아가 아라비아 원정을 준비하던 중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사망하고 말았다. — p. 155
유럽인에게 전파된 기독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병을 죄악시하고 신의 징벌이라 생각하며 오로지 순결함만을 강조한 탓에, 태어나서 손도 한 번 씻지 않은 사람을 성인으로 칭송하는가 하면, 잘 알려진 이야기의 주인공, 즉 영웅이나 기사, 미녀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목욕을 한 적이 없다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 p. 196
중세 말 전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종교와 학문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고, 십자군 원정으로 미지의 지역 아시아의 풍요롭고 발달한 문명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상에 새로운 깨달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민중은 더 이상 농노가 아니라 생산의 주역이었다. 비로 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 셈이다. 한편 십자군 전쟁으로 활성화된 지중해의 항구를 중심으로 이슬람 세계의 과학과 문명이 역으로 유입됐다. 이슬람을 ‘문명의 요람’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이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이 이슬람과 교류가 잦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파됐고, 중세의 암흑기 동안 잊힌 그리스로마 문명의 걸작이 번역돼 유럽 여러 나라로 전파됐다. — p. 231
매독은 여러 기원설이 있다. 그 가운데 유럽 기원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르면, 나폴리의 요안나 여왕의 매춘법령에 1492년 이전에도 매독이 존재했음을 뒷받침하는 조항이 있고, 디죵이나 보름스의 포고에도 이를 시사한 조항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된 고문서에 ‘프랑스 병’에 대한 처방이 들어 있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 p. 274
1529년 마르틴 루터와 울리히 츠빙글리가 독일 헤센 주에 있는 마르부르크에서 만나 유명한 토론을 벌였다. 마지막 성찬에 관한 치열한 논쟁이었다. 그때 이 지역에 미지의 질병이 발생했다. 이 회담에 참여한 사람들은 영국 발한병이라고 이름 붙은 이 병을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황급히 회담을 중단하고 말았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고, 개신교의 대표적인 두 교파인 루터파와 칼뱅파의 분열은 되돌릴 수 없이 굳어지고 말았다. — p. 309~310
인플루엔자라는 말은 이탈리아어인데 ‘영향’을 의미하는 영어 ‘influence’와 의미가 동일하다. 천체의 영향으로 이 질병이 발생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이 깔린 명칭이다. 16세기 유럽에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당시 한 세기 동안 적어도 스무 차례나 유행했다고 한다. 1580년경에는 유럽을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까지 퍼져 판데믹이 있었다고 추정한다. 일부 역사학자는 이 판데믹의 영양으로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도 인플루엔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 p. 321
사실 수술은 가장 원시적인 의료 행위다. 그럼에도 암은 ‘아직도’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다. 오늘날 그나마 조금이라도 암 치료 효과가 개선된 이유는 수술 기법과 수술 환경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제거하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치료제나 치료법이 개발돼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속수무책이던 위암이 건강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되면서 그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 p. 339
국제보건기구에서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며 구태의연한 정의인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미래에 닥쳐올 위험을 미리 대비하려는 정책 방향은 백번 옳지 않은가! 가까운 미래에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고 대규모 참극을 벌일 질병이 발생할지 모르지 않는가!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주범은 바로 변종 바이러스일 것이다. — p. 350
인도 고대 의학은 외과학, 즉 수술이 발달했다. 이집트 의학이 겨우 비교될 수 있겠지만 이집트의 의학 지식이 미라를 만들고 보존하는 수준에 머무른 점을 생각할 때, 인도의 외과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청결법과 수술 후 붕대법 등이 발달했으며, 수술 전에 동물 실험을 해서 수술 술기를 익혔다 (중략) 수슈르타가 개발한 수술법도 정말 놀랍다. 그는 백내장 수술을 처음 시행해 지금도 안과학의 선구자로 불린다. 또한 그가 개발한 코 성형 수술은 지금도 사용될 정도다. — p. 364~365
절치부심한 당태종은 정예병을 구성해 군량을 철저히 준비한 뒤 치밀한 전략을 세워 고구려를 침범했다. 하지만 안시성에서 양만춘의 전략에 휘말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때 양만춘이 쏜 화살에 눈이 맞은 당태종이 결국 회군을 결정했으나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사망할 때 고구려를 정벌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 p. 374
조선 시대에는 자연 질서의 붕괴나, 하늘 또는 귀신의 노여움, 저주 탓에 역병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역병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왕이 근신하거나 천신이나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중략) 격리나 피접避接은 어느 정도 효과적이기는 했지만 결국 근본 대책이 아니었다. 따라서 조선 시대에는 이전 시대에도 널리 인정되던 양생법養生法이 강조됐다. 평소 병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으로, 건강을 다스리고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양생법을 최고로 쳤다. 현재 의학 개념으로도 옳은 방법이다.— p. 391

○ 출판사 서평
– 문명의 역사: 지난한 추격전 혹은 감염과 내성의 기록
우리 인류에게 가장 큰 사건 하나는 나무 생활을 청산하고 초원에 내려선 일이다. 재미있는 점은 인류를 초원으로 ‘내쫓은’ 것이 세균이라는 사실이다. 쫓겨난 인류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문명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다. 무릇 첫 단추가 중요한 법. 이후 인류는 질병과의 끝없는 추격전을 시작한다. 초원에도 강적이 있었으니,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초원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면병 등은 인류를 졸음 속으로 몰아넣어 죽음으로 인도했다. 인류는 질병을 피해 다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난 인류는 불의 힘으로 자연을 조금씩 정복해 세계 곳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격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구가 늘고 자연이 파괴되고 문명 간 접촉이 생기자 사회 전체에 질병이 만연하는 폭발적 과잉감염 상태outbreak가 된다. 더 이상 옮겨갈 새로운 땅이 없는 인류는 질병에 쫓기는 가운데 질병과 공존할 운명에 처한다. 바로 감염과 내성의 지난한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은이는 인류 역사를 감염과 내성의 (일종의) ‘변증법적’ 역사로 본다. 한때 우리나라 전역에 번식해 생태계를 위협한 황소개구리처럼, 과거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에서 들여온 토끼가 번식해 생태계를 위협당한 적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이 토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로 했다. 1년 뒤 토끼의 99퍼센트가 죽었다. 그러나 7년여가 지나자 바이러스에 내성이 생긴 토끼는 치사율이 25퍼센트로 떨어졌다. 인류 문명의 역사도 이와 같다. 질병에 멸종되지 않은 집단은 질병과 균형을 이뤄 살아간다. 천연두가 아스테카 문명을 몰락시켰지만 살아남은 그 후예들처럼, 흑사병이 유럽의 한 시대에 종말을 고했지만 살아남은 그 후예들처럼, 메르스가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살아남은 우리들처럼, 인류는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할 뿐이다.
–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질병
전쟁은 작게는 집단과 집단, 크게는 문명과 문명이 부딪히는 사건이다. 이때 한 문명에서는 이미 토착화한 질병이 다른 문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큰 전쟁은 세계의 패권을 좌지우지하는 동시에 세계사의 흐름 자체를 뒤틀어버린다. 전쟁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군사력보다는 질병이 승패를 가른 경우가 꽤 발견된다. 에스파냐 군대과 함께 침입한 천연두로 인해 아스테카 문명이 몰락한 역사는 익히 알려져 있다. 트로이 전쟁 때도 아폴론으로 화한 ‘질병’이 그리스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살라미스 해전에서 패한 크세르크세스는 퇴각하다가 역병에 기습당해 재기하지 못했다. 유스티니아누스 시절 동로마 제국은 무리한 전쟁과 제국에 퍼진 역병 탓에 멸망의 길로 치달았다. 십자군 전쟁 때는 나병과 흑사병이 돌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에스파냐 독감이 퍼져 전사자 수의 약 세 배에 달하는 2,500만~5,000만 명가량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과연 전쟁의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일까? 결국 질병이 세계사를 ‘감염’시키는 셈이다.
– 지식에 곁가지 더하기: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기한 잡학사辭
역사를 들여다보면 쏠쏠한 재미를 주는 ‘작은’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 지은이는 문명사라는 거대한 줄기에서 뻗어 나온 곁가지에 달린 열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본문 말미 여러 곳에 수록한 이 글에는, ‘계절의 의미, 미네르바의 부엉이, 고르디우스의 매듭, 나폴레옹의 병, 프렌치 패러독스,, 차이니즈 패러독스’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알쓸신잡’을 잔뜩 담았다. 신화, 역사,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는 독자의 ‘지적 만족감’을 입체적으로 만족시켜줄 것이다.
“인류는 역사와 문명의 진전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질병 문제에 직면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장항석 교수의 다양한 임상 체험과 사념이 깃든 이 책을 통해, 질병 그리고 역사와 문명에 대한 식견을 가다듬어보기를 권한다.” _ ‘추천의 글’ 가운데
○ 독자의 평 1
부제가 ‘질병이 바꾼 인류 문명의 역사’다. 실제 책 내용은 ‘인류 문명의 역사 속의 질병’이다. 무슨 차이간 싶지만, 차이는 크다. 앞의 것은 질병이 중심이고, 뒤의 것은 인류 문명이 중심이다. 이 책은 인류 문명에 관한 얘기가 主라 할 수 있고, 그 인류 문명 속의 질병이 끼어들어 판도를 바꾼 이야기가 덧대어져 있다. 그래서 ‘판데믹 히스토리 (Pandemic history)’라는 제목도 잘 납득이 가는 건 아니다 (판데믹에 대한 얘기가 가득할 줄 알았지만, 판데믹은 듬성듬성 등장한다).
인류 문명과 질병 사이의 관계를 조망하는 책은 많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고, 많이 참고했다고 하는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그런 책들은 대체로 비슷한데, 책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것은 인류 문명에 대한 깊은 이해, 질병에 대한 전문성이다. 즉, 인류 문명의 흐름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인류 문명과 관련해서 질병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 정도로는 수준 높은 질병사를 쓰기 힘들다는 얘기다. 역사에 대한 깊은 지식, 역사의 에피소드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질병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그것을 잘 엮어내는 필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더 책의 재미와 유익함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질병에 대한 내용인데, 그건 아무래도 인류 문명에 관한 책은 널리고 널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장항석 교수가 현직 의사이자 교수인데, 질병 부분이 약한 것은 의외다. 전공이 외과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류 문명, 그것도 신화라든가 성경,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에 대해서 쓰는 것을 보면, 한쪽으로만 전문성을 극대화시킨 의사는 아닌 듯 싶다. 방향을 굳건히 잡고 나아갔으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몇 가지 사실과 다른 얘기가 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런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지만, 질병에 관련되지 않은 부분 두 군데만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부분은 다윈이 자연선택설을 발표하는 과정에 대한 부분이다.
“그 (다윈)은 윌리스의 논문을 다른 학자들에게 알렸고, 윌리스에게 자신의 연구와 합쳐 공동 출간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46쪽)
우선 윌리스라기 보다는 월리스, 월러스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고 (Wallace이므로), 다윈은 월리스의 논문과 자신의 논문을 함께 발표했지만, 월리스에게 제안하지 않았다. 그냥 라이엘, 후커 등과 협의하였을 뿐 독단적으로 두 논문을 각각 한 자리에서 발표했을 뿐이다.
다음은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에 관한 부분이다.
○ 독자의 평 2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들의 왕
내가 세운 것들을 보라, 위대하다는 자들아, 그리고 절망하라!”
이런 끝을 모르던 오만을 떨던 숱한 위대한 자들은 전염병 앞에서 절망했습니다.
끝없는 정복을 이어가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쓰러뜨렸고 심지어 위대한 마야와 잉카는 문명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에서 역병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그 작자들이 의학분야를 알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요?
하지만 역병은 누구에게나.. 아니 약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합니다.
역병이 대규모로 유행할때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읽다 보면 느낄수 있습니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인구의 이동이 활발해져서 병균이 퍼지기 쉬운 환경이 되어야 되고 그 병에 약한 인구가 적당히 존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항상 못먹고 못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상이지요.
하지만 그런식으로 퍼진 역병은 부자들이라고 용서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가난자를 긍휼히 여기고 도와주라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는 전염병 예방책이기도 합니다.
깊이가 약하지 않나 싶지만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흐름을 읽기 좋고 저자가 의사인지라 의학적 배경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괜찮습니다.
다만 앞부분의 진화론등과 역병이야기가 어떤 의도로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겠는데 매듭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드네요.
아마 이 책을 바탕으로 더 개정판을 낸다면 더욱 좋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나무를 내려오면서 생기는 이점에 대해서 질병에 대해서 벗어날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왔습니다.
천적에 대해서 불리하지 않는가 생각했는데 대신 여러가지 질병의 위험성에서 벗어난다는 점은 생각을 못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