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 이제이북스 / 2006.3.20
헤겔의 “정신철학”은 “논리학과 형이상학”, “자연철학”과 더불어 헤겔의 사변철학 체계를 구성하는 가장 큰 줄기 중 하나이며, 따라서 헤겔의 철학 체계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예나 시기 (1801 ~ 1806)는 청년 헤겔이 예나 대학에서 강의하며 자신의 정신철학을 확립하던 때로, 이 시기의 정신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베른과 프랑크푸르트 시기까지 이어지는 헤겔의 초기 문제의식이 어떻게 후기의 철학 체계로 정형화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말하자면 예나 시기는 “헤겔을 헤겔로 만들어 준” 시기이며, 따라서 헤겔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철학과 관련된 이 시기의 헤겔 원전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 시기의 정신철학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진행되고 있는 연구 역시 대부분 2차 저작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 ‘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은 헤겔 철학과 현대 철학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또 헤겔의 철학 체계 자체를 깊이 있게 연구하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흔치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예나 시기 정신철학”에 대하여
헤겔은 예나 시기에 사변철학의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 쓰인 원고들 중 남아 있는 것이 바로 1803~1804년과 1805~1806년에 강의를 목적으로 작성한 원고들이다. “예나 시기 정신철학”은 헤겔 철학의 어떤 부분보다도 헤겔 연구자들이나 하버마스 같은 철학자들에 의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예나 시기 정신철학에서 나타나는 “노동”, “기계”에 관한 면밀한 분석이나 고전 경제학에 관한 풍부한 언급은 헤겔 철학의 폭과 깊이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헤겔 철학을 흔히 “절대적 관념론”이나 “사변철학”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그 추상성과 관념성을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예나 시기의 정신철학은 헤겔의 “사변철학”이 결코 “사변”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구체적 현실”에 발을 딛고 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언급한 “언어”와 “인륜성”, “가족”, “민족” 등의 개념은 이후 그의 철학 체계가 뻗어 나갈 뿌리와 줄기, 가지 등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따라서 “예나 시기 정신철학”은 헤겔의 또 다른 저작인 ‘자연법 논문’이나 ‘인륜성의 체계’ 등과의 연속성 속에서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목차

옮긴이 서문
I. 예나 시기 정신철학 1803~1804
단편 15
단편 16
단편 17
단편 18
단편 19
단편 20
단편 21
단편 22
II. 예나 시기 정신철학 1805~1806
I. 정신이라는 개념
II. 현실적 정신
III. 헌정
부록
옮긴이 해제 – 헤겔의 예나 시기 정신철학에 대하여
참고문헌
○ 저자소개 :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독일의 철학자이자 독일 이상주의 (理想主義, Idealismus) 철학의 이론을 완성한 거장. 1770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궁정관리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튀빙겐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1793년에 스위스로 가서 당시 베른의 영향력 있는 정치가인 폰 슈타이거 (von Steiger)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며 이 가문이 소장한 방대한 양의 서적을 읽는 기회를 가졌다. 여기서 얻은 폭넓고 심오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훗날 그는 자신의 철학체계를 세울 수 있었다.

1801년 독일 동부 예나 (Jena) 대학교의 강사직에 임명된 후 불후의 명저 ‘정신현상학’ (Phänomenologie des Geiste, 1807년)을 썼고, 이어서 두 번째 저서인 ‘논리학’ (Wissenschaft der Logik, 1812년)을 출간하였다. 1816년에 하이델베르크대학교 교수로, 1818년에는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피히테의 뒤를 이어 베를린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었고, 세 번째 명저인 ‘법철학 강요’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1821년)를 출간하였다. 대학 강사 시절인 1802년에 당시 독일문화의 중심지였던 드레스덴을 비롯해, 1822년 브뤼셀, 1824년 빈, 1827년 파리와 프라하, 칼스바트로 여행하면서 수많은 전시, 공연, 오페라 등을 관람하였고, 특유의 독창적이고 진지한 예술 감각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미학 또는 예술철학’ (Ästhetik oder Philosophie der Kunst) 강의를 하였으며, 이 내용을 제자인 하인리히 구스타프 호토 (Heinrich Gustav Hotho)가 정리하여 그의 사후 출간한 것이 바로 ‘미학강의’ (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 이다.
일찍이 스피노자와 칸트, 루소 그리고 괴테의 영향을 받았으며, 열아홉 살에 직접 겪은 프랑스 혁명은 그가 이성과 자유에 바탕을 둔 철학을 과제로 삼는 데 하나의 단초가 되었다. 또한 루소의 사상,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 나아가 칸트, 피히테 등 당대의 주요 철학들을 깊이 탐구하면서 근대의 온갖 분열된 상황에 맞서 삶의 근원적인 총체성을 되살리려는 이상을 세웠다.
근대철학과 문화, 사회 안에서 주체와 지식의 대상인 객체, 정신과 자연, 자아와 타자, 권위와 자유, 지식과 신념,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긴장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현상을 헤겔은 ‘절대정신’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철학체계 안에서 합리적으로 규명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인정받던 헤겔은 1831년 병으로 사망했지만, 182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헤겔학파’를 통해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 그의 철학이 널리 전파되면서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역자 : 서정혁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헤겔 철학에서 “삶” 개념」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에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 『철학의 벼리』가 있다. 피히테의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헤겔의 『교수취임 연설문』, K. 뒤징의 『헤겔과 철학사』를 우리말로 옮겼으며, 독일관념론과 관련된 연구 논문을 여려 편 발표했다.
○ 책 속으로
대상의 존립, 대상의 공간은 정신 속의 존재 (Sein)이다. 이 존재는 존립의 추상적인 순수 개념이다. 나와 대상은 공간 속에 존재한다. 공간은 본래 자신의 내용과는 다르게 정립되어 있다. 즉 공간은 공간 자신을 채우고 있는 내용 자체의 본질이 아니다. 공간은 형식적으로만 보편자이며 이 보편자는 자신의 특수자와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정신의 존립은 진정으로 보편적이다. 정신의 존립은 특수자 자체를 포함한다. 사물 (Ding)은 존재한다는 말은 사물이 존재 속에 있다는 말이 아니라, 사물은 스스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 본문 82쪽에서
○ 출판사 서평
‘예나 시기’는 헤겔이 1801년부터 1806년까지 예나 대학에서 강의하며 자신의 정신철학을 확립하던 때이다. 이 시기에 헤겔은 1803~1804년, 1805~1806년에 걸쳐 강의를 목적으로 원고를 작성했는데, 이 책은 그 강의 원고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호프마이스터 판의 ‘예나의 실재철학’, 학술원 판 헤겔 전집의 ‘예나 체계기획 I’, ‘예나 체계기획 III’에서 정신철학에 해당하는 부분만 따로 모아 번역했다.
헤겔의 정신철학이 사변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 현실에 발을 딛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 시기에 언급한 ‘언어’, ‘인륜성’, ‘가족’ 등의 개념을 통해 이후 헤겔의 철학 체계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과 역주에 상세한 설명과 책 말미에 옮긴이가 쓴 장문의 해제를 선보인다. 또한 학술원 판과 호프마이스터 판 원전의 각 시작 쪽에 해당하는 부분을 병기하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 이 책의 특징과 내용
이 책은 정신철학에 해당하는 두 편의 강의 원고를 묶은 것이다. 이 두 원고는 호프마이스터 판에서 자연철학을 다룬 부분들과 함께 ‘예나의 실재철학’이라는 제목으로 편집, 간행되었고, 학술원 판 ‘헤겔 전집’에서도 자연철학과 함께 ‘예나 체계기획 I’, ‘예나 체계기획 III’이라는 제목으로 편집, 간행되었다. ‘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은 이 두 판본에서 “정신철학”에 해당하는 부분만 따로 모아 번역한 것이다.
1 부는 1803년부터 1804년까지 강의한 원고를 모은 것으로 기억과 언어, 혼인과 가산 등 정신철학의 중요 개념들이 단편별로 정리돼 있으며, 2부는 1805년 부터 1806년까지 강의한 원고를 정리한 것으로 1부에서 더 나아가 국가와 종교라는 주제까지 다루며, 결국 “정신철학”이 자기 자신에게 대상이 되는 철학, 철학의 철학, 절대자의 철학임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은 생전에 출판을 목적으로 완성한 체계적인 저작이 아니며, 따라서 이 시기의 정신철학은 여러모로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다. 원본 곳곳에는 헤겔이 훗날 따로 추가하거나 고친 부분도 상당히 많다. “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이라는 제목 역시 원래 헤겔이 붙인 것이 아니라 예나 시기 체계 구상에 관련되는 원고들 중 “정신철학”에 해당하는 두 개의 원고에 옮긴이가 붙인 것이다.
옮긴이는 이 불완전한 원고에서 헤겔의 철학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본문과 역주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으며, 학술원판 헤겔 전집을 저본으로 번역하되 호프마이스터가 편집한 ‘예나의 실재철학 I, III’과 일일이 대조해 번역에도 정확성을 기했다. 학술원 판과 호프마이스터 판 원전의 각 시작 쪽에 해당하는 부분을 일일이 병기하는 등 정성을 기울인 이 책은 헤겔 철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 독자의 평
애초 어느 헤겔 전공자가 이 책은 “헤겔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읽지 않을 책이라고, 하물며 사람들이 읽기는 더더욱 요원한 책이라고 했다. 다만 뜻이 있다면, 의의가 있다면 내는 것을 말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결국 후자를 추구하기로 했다. 본문에 펠릭스마이너 판과 호프마이스터 판의 시작 쪽을 표시해 주는 정성를 보였다. 물론 본문 안에 [123]이나 <123> 따위로 할 수도 있었으나 본문의 흐름을 끊고 가독성 (가뜩이나 읽기 힘든데)을 해칠 우려가 있어 본문 안에는 각각 H (호프마이스터 판)와 F (펠릭스마이너 판)만 작은 글씨로 표시해 두고 양쪽 여백에 해당하는 쪽수를 병기했다. 교정이 진행되고 줄이 바뀔 때마다 함께 옮겨야 하는 곤란함이 있었으나, 교정 자체가 과하지 않았고, 따라서 줄의 변동도 심하지 않았다. 아마도 올해 이제이북스가 헤겔의 해가 될 것을 알리는 신호탄 쯤 될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