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회남자 : 한대 지식의 집대성
이석명 / 사계절 / 2004.05.28
한대 초기에 탄생한 ‘회남자’는 제자백가를 대거 수용하고 당대의 ‘氣’ 사상과 황로학을 집대성한 고대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 종합적인 성격 때문에 오히려 잡서(雜書) 취급을 받으며 독창성을 의심받아 왔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 문화의 기틀이 한대에 완성되었으며 그 시대의 대표적인 고전은 바로 회남자라고 역설한다. 회남자를 한대 초의 정치·사상·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세계 학계가 주목하는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는 작업은 곧 중국 문화의 원형에 이르는 길을 찾는 일이라는 것이다.
– 저자소개 : 이석명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자락에 깃든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내내 산에 둘러싸여 산을 바라보며 산과 같은 삶을 꿈꾸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전학하여 처음으로 도시 생활을 접했다. 이때 새로운 환경에 대한 문화적 충격과 혼돈으로 한동안 비틀거려야 했으며, 그 충격과 혼돈은 어느 순간 철학적 고민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학은 영문과에 진학했으나, 대학시절 내내 삶의 근본 문제로 고민하며 이리저리 방황하다 결국에는 동양의 자연사상인 노장(老莊)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경기도 마석 골짜기에 자리 잡은 지곡서당(芝谷書堂)을 찾아들어가 한문공부에 몰두했다. 3년 동안 사서(四書)를 외우고 『시경』 『서경』 『주역』을 공부했으며,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여러 고전을 살펴보았다. 이때 처음으로 동양고전의 맛을 느꼈고, 그동안 머릿속을 괴롭혀온 삶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동양고전들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동양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고(故) 김충열 선생의 지도하에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치고 〈회남자의 무위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학위를 마치고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 대학에서 1년 반 동안 박사후 과정을 보내며 새롭게 『노자』 공부의 맛에 빠지게 되었다. 귀국 후에도 『노자』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 노자와 관련된 몇 권의 저술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노자 공부만으로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으며, 그 ‘무엇’은 바로 장자에 있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 근래에는 다시 장자 공부에 빠져들고 있다.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강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고 강원대학교 연구교수 및 전북대학교 HK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노장(老莊)의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틈틈이 고전번역 저술 및 강의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쓴 책으로 『노자, 비움과 낮춤의 철학』, 『노자와 황로학』, 『회남자 : 한대(漢代) 지식의 집대성』, 『백서노자』가 있으며 『도덕경』, 『회남자』, 『노자도덕경하상공장구』, 『문자』, 『도가를 찾아가는 과학자들』, 『마음의 문을 여는 삶의 지혜』 등을 옮겼다.
– 출판사 서평

1. 회남자의 탄생
회남자는 유방이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한나라를 세운 직후 그의 제후국 회남국의 왕 유안에 의해 탄생한 책이다. 유안은 한 고조 유방의 손자이자 회남자를 헌상한 5대 황제 한 무제의 숙부이다. 황제의 혈족이라는 특권과 제후국의 왕으로서 지닌 재력, 그리고 당대의 학자들과 토론하고 직접 저술도 할 수 있는 그의 학문적 깊이는 회남자라는 불후의 거작을 세상에 남길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다.
2. 한대 초 지방 분권주의의 정치·사상적 기반을 제공하다
중국 대륙의 역사는 분열과 통일의 반복으로서 최초 진나라 때 통일을 이루었지만 얼마 못가 다시 혼란상태로 빠져들었다. 그후 초패왕 항우와 유방이라는 두 거물의 경쟁을 통해 한 제국의 성립을 맞는데 중국 역사는 이때에 이르러 본격적인 사상적?문화적 통일을 이루어 나간다. 한대 초기는 바로 이전의 혼란을 수습하고 내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 절실한 시기였다. 그러나 정치 상황은 안정적이지 못했다. 황제 중심으로 천하를 통일하려는 중앙 집권주의와 한 제국 성립의?주주?들인 지방 제후들이 자신들의 권익과 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 분권주의가 심각하게 충돌하고 있었고 그 결과 끊임없는 반란과 진압이 되풀이 되었던 것이다. 회남자는 바로 이러한 시기에 당대의 정치가와 지식인들에게 정치적?사상적 방향을 제시한 저작이다.
3. 황로학( 黃老學) _ 고대 중국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한대의 황로학은 회남자의 새로운 무위 개념을 바탕으로 완성에 이른다. 저자는 노장 사상의 주요 개념인 무위(無爲)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빈둥거리는 것으로 이해하는 현재의 인식에 대하여 분명히 반대한다. 무위사상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노장사상에 국한된 것이며 황로학을 통해 노장의 사상이 정치적으로 구현된 한대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발전한다
는 것이다. 바로 ‘적극적 무위론’이 그것인데 이는 회남자 황로학의 근거가 된다. 저자는 적극적 무위론이란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힌 제후국을 안정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기존 노장사상의 무위론에 유가?법가의 이론을 흡수하여 실천성과 행위를 긍정하고 독려한 회남자의 핵심적 정치사상으로서, 고대 정치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4. 氣_ 한 대 중국인의 세계관을 형성
동북아시아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유 형식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저자는 기(氣)론적 사유를 꼽았다. 동양의 거의 모든 정신 영역에서 기론적 사유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결국 氣는 한자 문화권 사람들의 의식에 존재하는 정신적 공통분모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론적 사유는 전국 시대 말에 널리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한대에 이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지배하게 된다. 회남자는 기론적 사유가 극성기에 이르렀을 시점에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각종 기론을 섭렵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우주 생성론을 완성하였다. 이렇듯 회남자는 황로학이라는 정치이론과 함께 기 사상으로 한대 중국인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5. 회남자를 보면 중국의 정체가 들어온다
중국의 문자가 한자(漢字)이고 그들의 문화와 학술을 통틀어 한학(漢學)이라고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한나라는 중국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저자는 말하길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두 가지, 즉 ‘천인합일(天人合一)’ 또는 ‘천인감응(天人感應)’으로 규정될 수 있는데 이는 현재 동양적인 사고의 기본틀을 구성한다. 이는 선진시대부터 내려오던 기론적 사유방식이 한나라 때 구체화되고 체계화된 결과이다. 따라서 동양의 사유방식은 한대에 정리된 기론이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어 한자문화를 통해 동아시아 사유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회남자야말로 선대의 사상을 종합하여 향후 중국 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간적 위치에 있는 고전이라고 말한다. 회남자는 황로학과 기론적 우주관뿐만 아니라 당대에 통용되던 천문, 지리, 군사, 의학, 종교학에 관한 지식의 거의 전부를 총정리한 저작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는 더욱 크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중국 문화의정체성을 제자백가의 사상에서만 찾는 것에서 벗어나 회남자를 통한 한대 문화의 이해와 현 중국의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또 하나의 지평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