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
원제 : Le probleme de la genese dans la philosophie de Husserl
자크 데리다 / 그린비 / 2019.4.25

자크 데리다가 파리고등사범 (ENS) 재학 시절인 1953 ~ 54년에 쓰인 학위논문으로, 20대에 쓴 최초의 저작이다.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를 통해 데리다는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후설 현상학의 광범한 저술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근원’ (origine)과 ‘발생’(genese)이라는 주제를 천착한다.
변증법에서 차연으로, 이후 전개된 그의 사색의 초기 형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목차
간행에 부쳐
머리말·발생의 주제와 한 주제의 발생
서론
1부 _ 심리학적 발생의 딜레마: 심리주의와 논리주의
1장 _ 문제와의 만남
2장 _ 발생에의 첫 번째 의존: 지향적 심리주의
3장 _ 분리 : 발생의 포기와 논리주의적 시도
2부 _ 발생에 대한 ‘중립화’
1장 _ 노에마적 시간성과 발생적 시간성
2장 _ 근본적인 판단중지, 그리고 발생의 환원 불가능성
3부 _ 발생의 현상적 주제: 초월론적 발생과 ‘세속적’ 발생
1장 _ 판단의 탄생과 생성
2장 _ 자아의 발생적 구성과 새로운 형태의 초월론적 관념론으로의 이행
4부 _ 목적론: 역사의 의미와 의미의 역사
1장 _ 철학의 탄생과 위기
2장 _ 철학의 제일 임무: 발생의 재활성화
3장 _ 철학사와 초월론적 동기

○ 저자소개: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
1930년 알제리(Algérie)의 수도 알제(Alger)의 엘비아(El-biar)에서 불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프랑스 시민권자로 태어나 불어로 교육을 받으며 지역의 다른 언어에 둘러싸여 자랐다. 19살에 소위 메트로폴이라 불리던 프랑스, 즉 ‘식민 본국’으로 건너와 수험 준비를 시작해 1952년 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한 후 루이 알튀세르(Louis Pierre Althusser)를 만났다. 장 이폴리트( Jean Hyppolite)를 지도교수로 「후설철학에서 기원의 문제(Le Problème de la genèse dans la philosophie de Husserl)」로 논문을 썼다(Paris, PUF, 1990).
1953년에서 1954년 쓰여진 데리다의 이 첫번째 글은 데리다의 초기연구의 기반으로 볼 수 있다. 데리다는 ‘기원(genèse)’을 주제어로 삼아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의 사유에서 시간, 변동, 역사에 대한 고려가 초월적 주체의 구성, 감각과 감각 대상- 특히 과학적 대상-의 의도적 생산에 불러온 수정과 복잡화를 분석한다. 이후 데리다는 후설의 사유에 관해 『기하학의 기원(Intro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Paris, PUF, 1962)(후설의 원고 번역과 해설),『목소리와 현상(La voix et le phénomène)』(Paris, PUF, 1967)을 썼다.
1957년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하고 60년부터 64년까지 소르본에서 강의하며 바슐라르(G. Bachelard), 컹길렘 (G. Canguilhem), 리쾨르(P. Ricoeur), 장 발( J. Wahl)의 조교로 일했다. 이 무렵 「텔켈(Tel Quel)」에 글을 게재하고 교류하기도 했다. 1964년 고등사범학교의 철학 교사로 임명돼 1984년까지 일종의 조교수 자격으로 강의했다.
폴 드만(Paul de Man)과의 인연으로 예일(Yale)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시작한 후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국제 철학학교(Collège International de Philosophie) 설립에 참여했고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책임자로 있었다. 1984년부터 데리다의 마지막 세미나가 되는 ‘짐승과 주권(La bête et le souverain)’(2001-2002, 2002- 2003)까지 사회과학고등연구원(L’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강의했다.

주요 저작들은 다음과 같다.
.기하학의 기원 (배의용 역, 2008) Introduction(et traduction) à L’origine de la géométrie de E. Husserl, PUF, 1962.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김응권 역, 2004) De la grammatologie, 1967, Les Éditions de Minuit.
.글쓰기와 차이(남수인 역, 2001) L’Écriture et la différence, 1967, Seuil.
.입장들 (박성창 편역, 1992) Positions, 1972,Les Éditions de Minuit.
.해체 (김보현 역, 1996) La dissémination, 1972, Seuil.
.에쁘롱 – 니체의 문체들 (김다은, 황순희 역, 1998) Éperons. Les styles de Nietzsche, 1972, Champs Flammarion (Voir Friedrich Nietzsche
.시선의 권리(신방흔 역, 2004) Droit de regards, éditions de Minuit, 1985 ; nouvelle édition :Les Impressions Nouvelles
.시네퐁주(허정아 역, 1998) Signéponge
.정신에 대하여(박찬국 역, 2005) De l’esprit, 1990, Galilée.
.다른 곶(김다흔, 이혜지 역, 1997) L’autre cap
.마르크스의 유령들(양운덕 역, 1996) Spectres de Marx, 1993, Galilée. (Voir Karl Marx
.법의 힘(진태원 역, 2004) Force de loi
.에코그라피 (김재희 외 역, 2002) Échographies – de la télévision
.마르크스주의와 해체 (진태원, 한형식 역, 2009)Marx en jeu (avec Marc Guillaume), 1997, Descartes & Cie.
.환대에 대하여(남수인 역, 2004) De l’hospitalité(avec Anne Dufourmantelle), 1997, Calmann-Lévy.
.불량배들 – 이성에 관한 두 편의 에세이 (이경신 역, 2003) Voyous
.이론 이후 삶(강우성 역, 2007) / Life.after.theory: Jacques Derrida, Frank Kermode, Toril Moi and Christopher Norris
– 역자 : 심재원
서울대 철학과를 학부 졸업하고, 파리8대학교에서 후설과 카바예스 대조 연구로 철학 석사를, 파리10대학교에서 푸코의 유명론적 인간학의 권력·자유론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데리다와 들뢰즈에도 관심을 두며, 틈틈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푸코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역서로는 『푸코, 비트겐슈타인』이 있다.
– 역자 : 신호재
서울대 역사교육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2009년 서울대 철학과에서 「후설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서 감각의 지향성」이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2017년 같은 대학원에서 「후설의 현상학과 정신과학의 정초」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응용현상학연구소(ICAP)에서 철학과 인문·사회과학의 학제적 연구의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현상학을 인간 삶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다.

○ 책 속으로
여기서 발생의 개념은 이중적으로 중심에 있다. 우선 이것은 철학과 역사의 관계를 문제시한다. 아주 일반적으로, 개별적인 의미에서만큼이나 보편적인 의미에서 역사는 이성적 구조, “의식(사르트르적 의미에서)”, 기원적 의미 체계의 연속적 출현을 기술하며, 모든 인식 혹은 철학적 지향의 그 역사적 계기의 실재성(realite)에 관한 의존을 함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역사는 객관성의 절대에 대한, 토대의 자율성에 대한 모든 요구를 저버리는 듯하다. 자연적이고 객관적인 시간에 이성(Raison)과 철학적 의식을 설정함으로써, 발생은 자율적 토대의 연구로서의 철학의 가능성의 문제와 동시에, 모든 철학 이전에 우리에게 실재적 발생의 스펙터클을 전개하는 것으로 보이는 물리학적 그리고 인간학적 과학들에 대한 철학의 관계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적 의식이라는 것이 그러한 과학적 가치들을 토대 지을 뿐만 아니라 다시 불러일으켜지고 발생하며 내포되는 것임에서, 이 스펙터클은 철학적 의식에 대해 그리고 그것에 의해 기원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여기서 자신의 고유한 의미와 존엄성을 자문하게 될 것이 철학 전체이다. — pp.14~15
후설 사유의 다양한 계기의 계속적 연쇄, 그것들 사이의 상관관계 그리고 상호 함축을 우리가 이해할 방식은 발생의 철학을 전제하는 동시에 촉구할 것이다. 결론, 연역 혹은 그 밖에 이러한 진행 방식의 어느 하나에 의해 사전에 주어진 방법의 기술적 실행, 적용은 전혀 중요치 않다. 하나의 원리의 변증법적 복잡화에 항시 전념하여 이것이 형식적으로는 제일이고 단순하나 실재적으로는 모호하고 변증법적인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줄곧 두 항이 결코 어느 하나의 실재적 이차성으로 귀결될 수가 없이 상호 문제화될 것이다. 더구나, 명백하게 후설에게서는 아닐지라도 바로 오직 그로부터, 플라톤주의에서 헤겔주의까지 가장 강력한 철학적 전통에 생명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거대한 변증법적 주제가 갱신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토대 지어져 정당한 것으로 인증되어 완성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 p.20
후설은, 의미를 박탈당하고, 극단적으로 우리가 ‘말할’ 수조차 없을 순수 경험론적 발생과, 그 자체로 경험적 의미와 추상적 의미 사이에서 동요하는 초월론적 발생 사이의 양자택일과 변증법을 파악하고 넘어서기에 이르렀는가? 두 발생 속에서 기원적 의미의 절대는 변질될 것이다. 후설은 기원적 의미와 원초적 실존의 변증법의 기원적 내포에 이르렀는가? 우리가 있는 시점에서는 기원적인 것이, 의미이고 나타남을 허용하는 원초적인 것보다 더욱 원초적인 것인 듯하다. 그러나 원초적인 것이 기원적인 것 자체보다 더욱 기원적인데, 이는 원초적인 것이 초월론적 토대인 동시에 의미의 궁극적 기체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에서, 가장 순수한 형식들 아래, 시간과 타자에서 모든 초월론적 발생에 의해 드러난 ‘실존’이 모순을 만들어 내지 않는가? — pp.52~53
실제적인 발생은 모든 초월론적 기원성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실제로 체험된 시간성은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발생적 생성에 대립되는 시간이라는 초월론적 이념성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한마디로 발생의 초월론적 조건은 시간적인 조건들 자체가 아니며, 객관성에 대한 초월론적 발생은 없는 것이다. 심리주의가 칸트주의에 반대하는 수준에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전자에 대해서는 객관성 없는 발생이 있다는 점이고, 후자에 대해서는 발생 없는 객관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간과 진리는 선험적으로 서로를 배척한다. 그럼에도 심리주의와 칸트주의가 일치하는 것은, 그들 중 어느 하나도 명백하게 기원적인 체험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자 모두는 경험과 그 안에서 구성된 세계라는 매개된 정의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양자 모두에 결여되어 있는 것은 바로 지향적 의식이라는 주제다. — p.79

○ 출판사 서평
– 후설 현상학의 비판적 독해에서 ‘차연’으로 나아가는 데리다 사유의 시원! 데리다의 ‘후설 3부작’ 그 첫 번째 권!
자크 데리다가 파리고등사범(ENS) 재학 시절인 1953~54년에 쓴 학위논문으로, 20대에 쓴 최초의 저작인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가 그린비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자크 데리다는 서양 형이상학에 ‘해체’를 시도한 철학자로 유명하다. 이른바 ‘해체(deconstruction)’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거대한 사상적 조류의 주도적 이념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바로 데리다 때문이다. 그는 ‘해체’를 통해 이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서양 철학사 전체, 특히 자기의식의 확실성에 입각하여 수립된 근-현대철학이 지닌 내적 균열과 부정합 또는 자기모순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의 구조적 취약점을 공략함으로써 사유 체계의 건축물을 붕괴시키고 그 토대가 되는 형이상학적 선입견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하지만 ‘해체’가 겨냥하는 목적은 맹목적인 파괴 자체에 있지 않다. 그것의 의의는 오히려 사유가 입각해 있는 형이상학적 토대가 무엇이며, 또한 그것이 어떠한 ‘기원’에서 ‘발생’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전개되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데리다의 해체는 구조물을 붕괴시킨 후 폐허에서 다시 새로운 건축물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 명백히 건설적인 동기에 의해 추동되는 전략적 방법인 셈이다. 데리다가 서양 형이상학 전통을 극복하고 전인미답의 신기원을 개척했다고 자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 후설 현상학을 통해 바라보는 데리다 철학의 이론적 지평!
‘해체’ 개념의 직접적인 기원은 하이데거에게 있다. 하이데거는 서양 철학 전체를 존재망각으로 점철된 형이상학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형태의 존재론을 통해 철학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해체 개념을 후설의 현상학에서 길어왔다. 실상 서양 근대철학사 전체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 그것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형이상학적 선입견과 편견을 들추어내고 그것의 구조물을 허물어 감으로써 모든 학문의 토대가 되는 지반인 ‘세계’, 그리고 세계의 궁극적 토대로서 그것을 구성하는 ‘초월론적 주관’의 의식을 드러내 보인 선구자는 후설인 것이다.
요컨대 데리다 철학이 출현하기 위한 전사(前史)이자 이론적 지평인 후설 현상학에 의해서, 서양 형이상학에 대한 해체는 이미 그 태동이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데리다는 후설에 대한 철저한 연구에 기초하여 자신의 해체철학을 전개시키고 있으며, 이는 그가 학문적 수련의 시기에 후설의 현상학을 깊이 천착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데리다는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를 통해『산술철학』에서부터『논리연구』와『시간의식』, 그리고『이념들』에서부터『위기』에 이르는, 초기부터 후기까지 후설 현상학의 광범한 저술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근원(origine)’과 ‘발생(genese)’이라는 주제를 천착하고 있다.
훗날 후설의『기하학의 기원』을 번역하며 붙인「서문」을 통해서도 표명될 주제이지만, 데리다에 따르면 후설이 현상학을 통해 서양 철학에서 이룩한 최고의 성취는 명료한 의식에 의해 포착되는 대상 배후에 그것에 대한 지각에 선행하는 암묵적이고 비주제적인 ‘지평’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평은 완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지평을 전제한다. 즉 무수히 많은 지평들은 서로 지향적 함축의 발생적 관계를 맺고 있는데, 시간적으로 선행하는 것은 후행하는 것이 출현하기 위한 발생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간 것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생동하는 현재에 부단히 자양분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근원’은 곧 ‘기원’이다. 다시 말해 시간적 흐름의 종합 속에서 과거는 언제나 현재에 자신의 ‘흔적(trace)’을 남긴다.
– ‘현전’과 ‘흔적’의 갈등 또는 궁극적 ‘근원’과 발생적 ‘기원’ 사이의 대립
그런데 데리다는 후설이 이 ‘흔적’의 문제를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상학이라는 학문적 기획 속에서 이 문제를 정당하게 다룰 수 없었다고 그 한계를 비판한다. 데리다가 비판하는 후설 현상학의 한계란 바로 ‘지금-여기’에서 ‘생생하게 의식에 주어지는 것’이라는 ‘현전(presence)’의 이념이다. 데리다에 따르면, 후설이 현상학의 주춧돌로 삼는 현전의 이념은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에까지 소급하는 것으로, 결국 서양 철학의 형이상학 전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를 드러내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후설은 현전에 의해 포착되지 않는 지평의 현상, 즉 시간적 흐름을 전제하는 ‘발생’의 문제를 보았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현전의 형이상학’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그것이 지닌 의미와 의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데리다가 후설 현상학에 가하는 이러한 비판은 후설의 저술을 철저히 검토한 후 그것을 해체함으로써 획득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데리다는 후설의 초기 저술인『산술철학』부터 후기 저술인『위기』에 이르는 전범위에 걸쳐, ‘현전’과 ‘흔적’의 갈등 또는 궁극적 ‘근원’과 발생적 ‘기원’ 사이의 대립이 후설 현상학에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즉 후설 현상학에 대한 데리다의 비판은 후설 외재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후설 내재적인 관점에서 수행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데리다는 자신의 ‘해체’ 전략에 따라, 후설 현상학이 자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내적 균열과 부정합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데리다가 후설의 현상학을 ‘해체’하기를 시도한다고 해서 그것이 후설 현상학에 대한 비난으로 읽혀서는 곤란하다. 차라리 데리다의 ‘해체’는 후설 현상학에 대한 경외 내지 ‘오마주’로 읽어야만 마땅하다. 왜냐하면 해체는 사유의 구조체계에 대한 철저한 독해와 면밀한 고찰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해체’는 칸트적 의미에서의 ‘비판(Kritik)’과 다른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데리다에 의한 후설 현상학의 극복을 위해서든, 그 이전에 후설 현상학 자체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위해서든『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를 읽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