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3중 나선 : 유전자, 생명체 그리고 환경
리처드 르원틴 / 잉걸 / 2001.12.31
<DNA 독트린>의 저자이며, 생명공학 분야의 성과에 관한 날카로운 비판 작업을 멈추지 않는 리처드 르원틴의 새로운 저서이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이탈리아 밀란에서의 강연문을 엮었다. 이 책은 4장이 추가된 2000년 하버드대학 출판부의 출간물을 번역한 것이다.
그간 국내에 소개된 르원틴의 저작은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성, 객관성, 보편성을 상실하고 정치성, 상업성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비판하였다. 특히 환원주의에 사로잡힌 사회생물학의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그것의 함정을 폭로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사회비판적 지식인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생물학자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생물학, 생명공학의 맹점을 생물학의 그것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결정론, 생명체와 환경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에 가했던 비판의 근거가 되는 생물학의 실체를 밝힌다.
DNA 2중 나선에 매몰된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DNA에 관한 맹신을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며 통박한다. 그가 해체한 DNA 2중 나선은, 유전자와 그것을 담고 있는 생명체, 그리고 환경이 변증법적으로 얽혀 있는 3중 나선으로 다시 태어난다.
자연과학이라기보다는 사회과학의 영역에 가까웠던 이전의 저서에 비해 생물학의 전문 지식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구체적인 예시를 위해서 그래프와 전문 용어의 사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생물학 교양을 함양하고, 유전자와 생명체, 그리고 환경의 관계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 목차
감사의 글
제1장 유전자와 생명체
제2장 생명체와 환경
제3장 부분과 전체, 원인과 결과
제4장 생물학 연구의 방향
원주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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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리처드 르원틴 (Richard C. Lewontin)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 컬럼비아 대학에서 통계학과 유전학을 공부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집단유전학과 진화이며 특히 인간유전학과 유기체들의 유전학에 대한 이론적, 실험적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미국 과학아카데미(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NAS) 회원으로 선출되었지만 과학아카데미의 명성이 극비 전쟁연구 지원에 이용되는 등 정치성에 문제를 제기하여 사임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 많은 우려와 강한 거부감을 갖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며 비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The Genetic Basis of Evolutionary Change』가 있다. 그 밖에도 스티븐 로우즈, 레온 카민과 함께 쓴 『Not in Our Genes』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이 한국내에 소개되었다.
1929년에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생물학 전공으로 학부를 다녔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통계학과 유전학으로 대학원 과정을 마쳤는데 여기서 1954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로체스터 대학교, 시카고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가르쳤으며 연구에 참여했다. 하버드 대학교 알렉산더 아가시 동물학 교수였고 생물학 교수였으며 하버드 공중보건학교 개체군 과학 교수였다. 그의 전문경력은 집단유전학과 진화에 바쳐졌는데, 특히 인간유전학과 기타 유기체들의 유전학에 대한 이론적 그리고 실험적 연구 모두에 관계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제에 관한 그의 주요 책으로 『진화적 변화의 유전적 기초 (The Genetic Basis of Evolutionary Change)』와 『인간의 다양성 (Human Diversity)』이 있으며 또한 이와 관계된 1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르원틴 교수는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뽑혔으나 과학아카데미의 명성을 극비전쟁연구를 지원하는 데 이용하는 것과 관련된 정치적 원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임했다. 2021년에 사망했다.
– 역자 : 김병수
고려대학교 생명공학원 분자생물학 석사, 현재 동 대학 과학기술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과학기술사회학, 과학기술과 인권, 생명공학의 정치·사회적 측면 등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다.

○ 책 속으로
제1장 유전자와 생명체
은유를 통한 언어가, 언어가 관념에 영향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 병폐를 낳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데카르트의 기계은유에서 비롯한 기계론적·이원론적 세계관, 플라톤의 이데아로부터 파생된 유형적 자연 이해, 다윈의 자연선택(자연도태)에 의한 진화론이 현대과학에까지 뿌리를 내려 생물학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살핀다.
유전자 결정론으로 요약되는 생물학계 내부의 시각을 고발하고 생물학 실험 결과, 생명체의 실제 생태 및 현상 등을 통해 생명체는 결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제2장 생명체와 환경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진화론을 점검해 “이빨과 발톱이 피로 물들게 하는” 것(적자생존, 약육강식)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논리를 공박하는 한편,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는 수동성을 갖는 게 아니라, 생명체가 환경을 “구성”하고 “개조”하기까지 하는 실제 생명체들의 사례들을 풍부하게 제시함으로써 생명체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변증법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 이해를 촉구한다. 환경에 대한 개념에 있어서도 환경과 자연(물리적 조건)을 동일시하는 환경관, 생태학에서 말하는 “생태적 적소” 개념의 허구성 등을 일깨운다. 심지어 “생명체의 환경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생명체에게 물어보라”고 주문하면서 환경에 대한 맹목(盲目)을 질타한다.
제3장 부분과 전체, 원인과 결과
사회생물학의 뼈대를 이루는, 부분으로 전체를 이해하려는 환원주의 시각이 유기체인 생명체에게 적용되면서 생명체의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고 있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명체의 항상성 조절, 되먹임(feed back) 장치들이 환경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을 예시하고 이와 함께 유전자 지상주의적 시각이 팽배하고 유전자를 포함해서 생명체의 다중적인 인과경로를 무시하곤 일원론에 빠진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성격과 의학 분야의 오류 등을 짚어 원인(原因, cause)과 작인(作因, agency)의 구분, 생명체의 복잡성을 깨우치고 있다.
제4장 생물학 연구의 방향
일반적인 물리계를 유기체에 그대로 대입하면서 파생되는 오류를 지적, “이미 (생물학적)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주문한다. 자연에서 풍부하게 발견되는 DNA(유전자) 변이를 예로 들고 생명체 내부와 외부 세계와의 역동적 소통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생명체(생명계)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이형체를 가진 개방 체계임을 역설함으로써, 유전자를 일면 비유기적이고 고착된 형태로 바라보는 유전자 지상주의의 맹점을 짚는다.
유전자 조작, 생명체 간섭을 통해 얻은 실험실에서의 결과를 경계하면서, 생물학적 현상의 다양성을 탐구하고 생명체를 제대로 인식하는데 필요한 실제 자연 관찰의 중요성, 연구태도 및 방법론적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이 책의 제1장에서 제3장까지는 먼저 이태리 라테르쟈 출판사에서 『유전자, 생명체 그리고 환경 Gene, Organimo e Ambiente』(1998)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고, 2000년에 하버드대학 출판부에서 제4장이 추가돼『3중 나선: 유전자, 생명체 그리고 환경 The Triple Helix: Gene, Organism and Environment』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 유전자, 생명체, 환경 그 변증법적 관계 : 성배는 없다
원하면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실 걸 끊임없이 쏟아냈다는 “성배 (聖杯, the Grail)를 찾는 일”로 분자생물학계에서 묘사되는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대해 성배는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할 리처드 르원틴.
하버드대 교수인 그는 거대과학을 넘어 거대산업으로 우뚝 서버린 BT (생명공학)의 이면에 숨어있는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를 들춰내 유전자 지상주의적 시각과 조작적 생명관의 전지구적 확산을 경계하고 우려의 시선을 늦추지 않는 저명한 생물학자다.
사회현상과 인간의 행위를 각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치부해 계급·성·인종간의 차이, 사회적 지위·경제력·권력에서의 불평등 모두를 그들의 유전자에 내재된 생물학적 차이에서 연유한 것으로 규정하는 사회생물학을 그는 주저없이 비판해오고 있다. 그에 따르면 부분을 알면 전체를 알 수 있기에, 유전자를 알면 개인을 알 수 있고, 개인을 알면 그 사회 전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환원주의를 내세우며 사회구조적 모순, 정치·경제적 불평등을 개인의 유전자로 환원시켜버리는 게 사회생물학의 요체다. 게다가 독립된 실체로 그려지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약육강식, 적자생존 논리가 필요하다는 식의 진화론적 적응주의 관점을 정당화하는 게 사회생물학인 것이다. 이런 사회생물학이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맞물리며 위세를 더해 가는 상황에서 사회생물학의 위험성을 진단하고 혹독하게 비판을 가하는 르원틴이 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인문학자, 사회학자가 아닌 생명체를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생물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선택 (도태)에 의한 진화론적 시각이 팽배한 생물학계에 1960년대 초파리의 유전적 변이 연구를 통해 진화론자들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다 준 바 있는 그의 진가는 2001년 2월 인간게놈지도 초안 발표를 계기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는데, 당초 10만 개까지 예상했던 인간의 유전자 수가 3만개로 발표되면서, 하나의 유전자가 한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일원론적 사고를 통박하고 생명체와 환경간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이라는 생명체의 복잡성을 주장한 그의 혜안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던 셈이다.
그간 국내에 소개된 르원틴의 저작이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성, 객관성, 보편성을 상실해 정치성, 상업성에 물든 모습을 지탄하고 환원주의에 사로잡힌 사회생물학의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를 치밀하게 해부해 왔다면, 이 책은 생물학자로서의 르원틴이 유전자 결정론, 생명체와 환경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 그릇된 과학으로 치닫는 생물학에 가했던 비판의 유력한 근거가 되었던 생물학적 실체를 밝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사회생물학에 힘입어 다양하게 분화된 생물학 분야를 한 발 뒤로 물러나 관조하는 듯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생물학적 실체, 그 실체적 진실이라는 화두를 놓고는 내부고발자를 자처하고 나섰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생물학계를 까발린다.
데카르트의 기계론, 플라톤의 이데아, 다윈의 진화론을 넘나들며 인문학적 지식과 과학적 사실을 엮어 생물학의 여러 분야에 대해 때론 격려를 보내다가, 가차없이 발길질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틀고, 때로는 냉소와 야유를 보내면서 유전자, 생명체, 환경 얘기를 풀어놓는 것이다.
DNA 2중 나선에 매몰된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청사진으로서의 유전자, 생명 정보로서의 DNA라는 맹신을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며 통박한다. 그가 해체한 DNA 2중 나선 (구조)은, 유전자와 그것을 담고 있는 생명체, 환경의 관계가 서로가 서로의 원인과 결과로 작용해 공진화 (共進化, coevolution)하는 변증법적 관계로 얽혀 있는 점을 다양한 실험결과와 자료를 이용해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함으로써 3중 나선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책 내용이 부분적으론 생물학적 기본 지식이 요구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생명체를 깊이 있게 다뤘기에 생물학의 교양을 높일 수 있으며, 유전자와 생명체, 그 환경에 대한 실체적 접근이 가능하다 할 수 있겠다.
유전자와 관련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점이, 기존의 상식이 왜 문제가 되는지, 생명체와 환경, 정신과 육체 (물질)를 분리시킨 이분법적 구도가 생물학 내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명체가 외부환경에 대해 적응을 한다는 생명관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과연 올바른 인식인지를 궁금해하는 독자라면 그 실체에 성큼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