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90%를 위한 과학, ‘적정기술’
11월 10일은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
최근 적정기술의 열풍이 거세다. 21세기 초 개신교 공학자들을 중심으로 적정기술이 한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될 때만 하더라도 ‘착한 공학자들의 선행’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고등·대학, 국제구호단체, 기업, 국가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적정기술을 통해 각종 교육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은 과학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고 그에 대응되는 매뉴얼(문화)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어떤 기술이든 나름의 위험성은 안고 있기에 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인프라가 태부족하기에 이 공백을 메우지 않는 한 선진국의 기술은 쓸모없거나 자칫 대형사건·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의 개발방향을 개도국의 인프라수준에 맞추는 것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적정기술’(適正技術, appropriate technology, AT)은 한 공동체의 문화·정치·환경적인 면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적정기술이 대세를 이루는 기술보다 더 적은 자원을 사용하며, 유지하기 더 쉽고, 환경에 더 적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적정기술이라는 단어는 개발도상국들, 아니면 이미 산업화된 국가들의 소외된 교외 지역들에 알맞은, 단순한 기술을 의미하는데, 보통 이 단어가 이용되는 기술들은 자본집약적 기술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노동집약적 기술이다. 실제로 적정기술은 특정한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가장 단순한 수준의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은 1966년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가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소규모 기술개발을 위한 중간기술개발그룹, 즉 영국에 ‘ITDG’(현재는 Practical Action)’라는 조직을 설립한 것이 현대적인 시초이다. 슈마허는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과 민중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통해 첨단기술 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World Science Day for Peace and Development)
세계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네스코와 세계과학연맹(ICSU)이 199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한 세계과학회의의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1년 제31차 총회에서 11월 10일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World Science Day for Peace and Development, WSDPD)로 지정하였다.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은 평화와 발전을 위한 과학에 대한 국가적,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과학의 책임 있는 이용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하였다. 또한, 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과학과 사회의 단절을 극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세계과학회의’(World Conference on Science)의 고무적인 성과인 과학과 사회에 관한 다짐(commitment on science and society)과 관련하여 행사를 조직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는 매년 ‘과학과 과학적 지식의 이용에 관한 선언’에 명시된 목표 달성을 위한 다짐을 재확인하고 ‘과학의제’의 권고안을 이행할 수 있는 기회로도 간주되었다.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은 유네스코가 국가와 개인의 경제, 사회, 문화적 발전을 촉진하고 평화와 지속가능한 미래의 전망을 강화하는 과학 연구의 비전을 재확인하는 기회이다. 과학지식을 공유하는데 더 큰 결집력으로 함께 힘을 모을 때이다. 지구적 과학이 없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없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없이는 지구의 평화도 없다.
수동형 발전 펌프나 구식 라디오 등, 선진국에서 이미 자취를 감춘 기술(‘별 거 없는’ 기술)이 주로 적정기술에서 큰 활약을 하지만, 기술개발이 반드시 구식 기술일 필요는 없다. 최신의 기술이라도 제작비나 유지비를 최소화하면 그것 역시 적정기술이 된다. 또한 개도국이 아니더라도 사회 수준이나 직종에 따라 수준을 맞추면 되므로, 어느 방향으로든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공통의 조건이 있는데,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지역 구성원의 생활수준을 개선시켜야 한다. 따라서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는 것은 적정기술에서 제외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과학 및 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대중에게 과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은 대중에게 일상생활과 과학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그들이 과학 관련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이로써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노력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과학지식 격차해소 위해 과학자와 연구소, 정부 간의 북-남·남-남 협력 필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도전은 모든 사람이 자신이 돌봐야 할 쾌적한 환경에서 존엄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와 대중의 지지, 그리고 과학이 필요하다.
우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몇몇 문제와 위기에 과학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여겨지고 있으나, 이는 과학을 무시해서 실행가능한 해결 방안을 얻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실적인 해결 방안은 과학에 대한 반대가 아닌, 과학을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 그리고 다른 우려할 만한 현상에 인간의 활동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지를 분석하는 것과 같은 과학의 기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내일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과학자와 공학자이다.
공중보건, 농업 생산성, 환경 파괴와 빈곤 등과 관련된 거대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과학 분야에서 지구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과학지식의 생산과 이 지식을 사회 경제적 이득을 위해 사용하는데 있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매우 현실적인 불균형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 지식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특히 북의 부국으로의 끊임없는 두뇌유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학지식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또한 과학자와 연구소, 정부 간의 북-남과 남-남 협력이 필요하다. 과학은 공유하는 것이다. 과학 진보의 속도와 지구적 문제에 대한 상호관계는 공동작업과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결국 과학 연구기관과 학계, 비정부기구, 그리고 다른 영역과 학제간의 국가적, 국제적 협력과 공동작업은 필수적이다.
에듀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