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 홍길복 목사의 ‘잡기장과 라틴어 인문학’ 중에서
천태만상 / 냉장고 고민 / 길복형 / 도서관 관광 / 한글사랑 도서관

* 인문학친구 여러분들께 오랜만에 문안인사 드립니다.
코로나로 아직 많이 조심스럽고 마음쓰여지는 때, 어떻게들 지내시고 계신지요?
백대표님께서 알려드린 대로 2월에 모이려든 계획이 3월로 미루어져 모두들 안타까워하시는 마음이 있어 부족한 제가 전에 함께 나누던 잡기장을 다시 한 5주라도 더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그저 쓰는 사람도 심심한 것 덜어보려고 하는 조잡한 생각과 글이오니 부디 읽으시는 인문학 친구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3월 부터는 다시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기쁘게 뵈올 수 있기를 기대하며 늘 강건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91) _ 2021년 1월 25일
“천태만상”
좀 길지만 윤수현씨가 부른 트로트 중 “천태만상” 가사를 약간 다듬어서 옮겨봅니다.

그리고 끝에다는 수년 전 제주도 여행 때 둘러본 금능석물원에서 찍은 “천태만상” 사진 한 장이 제 iPad에 있어서 공유합니다.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 있나
재판한다 판사, 변호한다 변호사, 범인잡는 형사, 계룡산에 부채도사, 연구한다 박사, 운전한다 기사, 요리한다 요리사, 소개한다 중계사, 파마한다 미용사, 간호한다 간호사, 얼럴러리여,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 있나
술판다 술장수, 밥판다 밥장수, 옷판다 옷장수, 놀고 먹는 백수, 운동한다 선수, 말을탄다 기수, 집짖는다 목수, 돌깍는다 석수, 고래잡는 포수, 얼럴러리여,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 있나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 있나
설교한다 목사님, 염불한다 스님, 가르친다 선생님, 병고친다 의사님, 재롱둥이 연예인, 나라지키는 군인, 공무보는 공무원, 업무보는 회사원, 경비보는 경비원, 청소하는 미화원,
얼럴러리여,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 있나
농사짓는 농부, 고기잡는 어부, 공사장에 잡부, 알바 도우미 파출부, 약초캐는 심마니, 오일장에 할머니, 달래, 냉이, 취나물, 콩나물, 고사리, 더덕, 단감, 곶감, 이고 지고 오셔서, 한푼 두푼 벌어서, 손주 용돈 주면서 고생 고생 하는데, 백수가 웬말이냐,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 있나
여기까지인데, 모두 3분 33초 동안 이어지는 이 트로트에는 모두 67개의 직업이 소환됩니다.
처음엔 “사”자로 끝나는 직업들,
다음은 “수”자로 끝나는 직업들,
그 다음은 “님”자로 끝나는 직업들에 이어 마지막에는 “부”자로 끝나는 직업들이 호출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생이란 다 그렇고 그렇다, 다 똑같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생살이엔 귀하고 천한 것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판사, 변호사, 형사, 부채도사, 박사, 기사, 요리사, 중계사, 미용사, 간호사 – 다 똑같다 !
술장수, 밥장수, 옷장수, 선수, 목수, 기수, 석수, 포수, 백수 – 다 똑같다 !
목사님, 스님, 선생님, 의사님도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무식하고 한심한 인간이었느냐 하면요, 전 그 동안 목사님, 스님, 선생님, 의사선생님 하면, 좀 다른 인간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 다시 들어보고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똑같다! 다 똑같다!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있나!”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92) _ 1월 26일
“냉장고 고민”

한국에서 나오는 잡지 중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월간지가 있습니다. ‘환경보존’이나 ‘생태계 지킴이’를 주제로 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와 자연과 환경을 아름답게 지키고 보존함으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평화롭게 만들어가자는 운동을 목표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 잡지에서 읽은 것입니다.
얼마전 생태언론인 김미수씨가 냉장고와 헤어져, 냉장고 없이, 생태부엌살림을 통하여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쓴 글이었습니다.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저도 제 아내에게, 우리도 지금 20년도 훨씬 넘게 오래 쓰고 있는 우리집 냉장고와 세탁기가 고장이 나면, 새 냉장고나 새 세탁기 사지 말고, 그런 가전 제품 없이 한번 살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제 아내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기에, 그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시드니 인구 500만에 아마도 300만개 정도의 낸장고와 300만개 정도의 세탁기가 있을텐데 그것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일시에 가동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거기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 열기, 소음, 이산화탄소, 각종 각종 자연공해들이 얼마나 크고 심각하겠소? 그것이 호주 전역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온 세계로 확대된다고 생각해 봅시다. 자동차를 비롯한 이런 각종 전기 전자 제품들이 이 지구를 얼마나 뜨겁게 만들고 시끄럽게 만들고 먼지투성이로 가득 채워 가겠소? 그러니 우리부터라도 작은 실천을 통하여 지구 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덜게 해 봅시다’
계속해서 몇일 동안 이야길 나누다가 “차차 생각해 보는 것”으로 약간 진전이 되었습니다. “우리 지금 쓰고 있는 이 냉장고와 세탁기가 못쓰게 될때는 다시 새것 사지 말기로 합시다!” “차차 생각해 볼께요”
몇일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 Global warming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자동차를 비롯하여 TV, 음향기기,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모발폰 등등, 우리들 가정에 들어 있는 이 수 많은 전기, 전자제품들을 인구수 만큼 곱해보니 숨이 턱턱 막혀 오는듯 합니다.
인간은 지혜로운 것 같아도 정말 미련합니다. 그 인간 중에는 당연히 저와 우리 가정도 포함됩니다. 내일 죽을 줄은 모르고, 오늘만 좋으면 그만인듯 살아갑니다. 내로남불은 정치계의 속어 만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공통된 정신질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금년이 저희는 결혼한 지 꼭 50년이 됩니다. 50년전 우리 결혼 할 때, 우린 집도, 자동차도, TV도, 전축도, 컴퓨터도, 전화도, 냉장고도, 세탁기도 하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때 우린 하나도 힘든지도 몰랐고 불행하지 않게 살았습니다.
글쎄요? 쉬운 결단은 아니겠지만, 고민이라도 한번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우리 집 냉장고 하나, 세탁기 하나 없앤다고 해서 이 뜨거워지는 세계에 무슨 기후변화, climate changing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답답한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를 되뇌이곤 합니다.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93) _ 1월 27일
“길복형!”
지난 연말, 수년전 신학교에서 저의 강의를 수강했던 제자(?) 중 한분이 오랜만에 e-mail로 성탄과 새해 인사를 보내왔습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길복형! 세상 참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길복형!” 참 신선한 호칭이었습니다. 아니 놀라운 호칭이었습니다. 기타치며 노래 잘하고,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인지라, 아마 이즈음 유행하는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 하는 가수의 노랫말에서 따온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기분이 나쁘질 않았습니다. 사실 제자라고는 하지만 그이도 70을 바라보는 나이로 피차 친근하게 부를수 있는 관계이긴 합니다만, 평생을 늘 ‘목사님 목사님’ 아니면 ‘교수님 교수님’ 소리만 들어왔던 저로써는 퍽 인간적이고, 꾸밈없이 다가오는 느낌이 너무 좋아, 저도 답장을 쓰면서 “김형!”이라고 부르며 인사를 보냈습니다.
스위스의 언어철학자 소쉬르 (Ferdinand de Saussure)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사용하는 그 언어에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게 된다”
시인 김춘추는 그의 시 “꽃”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너를 꽃이라 부르기전 너는 실재로 꽃으로 존재한 것이 아니야! 내가 널 꽃이라 부르니까 꽃이 된거지”
그렇습니다. 이름을 붙임으로, naming을 함으로 역사나 사건이 만들어지고, 한 존재가 마침내 존재로 형성이 됩니다.
오래전, 어느날 목사안수를 받고 돌아온 날, 교인들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목사님 목사님” 이라고 불러주는 바람에 아직 준비가 많이 덜된 상태에서 그냥 목사가 되어버리고만 직업인으로써의 목사를 떠나, “길복형!”이라 불러줌으로 내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해 준 그 친구가 참 고마웠습니다.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94) _ 1월 28일
“도서관 관광”
주로 자연이나 역사적 유적지만 돌아보는 것을 관광이라고 여겼던 시대는 점차 지나가고 있는듯 합니다. 대학에는 관광학과가 있고 관광사업은 현대 비지니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의 종류도 참 많습니다. 단순한 신혼여행이나 효도관광의 영역을 크게 넘어서고 있습니다. 역사관광, 자연관광, 민속관광, 레저관광, 박물관관광, 미술관관광, 고궁관광, 동식물관광, 사파리관광, 사찰관광, 교회관광과 성지순례 등을 지나 요즘은 여러가지 다양한 테마관광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생태계관광을 비롯하여 음악, 미술, 건축, 혹은 각종 음식과 요리관광 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 것 중엔 도서관관광도 있습니다. 세계의 유명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요,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 와싱톤 D.C를 몇 번이나 방문했지만 생각의 폭이 늘 한편으로만 기울어져 있는 사람인지라 거기에서 그 유명한 세계 최대의 도서관인 미의회도서관 (The Library of Congress)엔 한 번도 들리지 못한 것이 참 아쉽습니다. 말이 의회 도서관이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데도 말입니다. 하여튼 미의회 도서관은 도서만이 아니라 사진, 지도, 악보, 녹음기록, 필림 등 소장 자료만 해도 1억 6500만개 이상이고, 도서관 직원만 해도 3200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니 관광으로라도 한번은 가볼 수 있는 곳이라 여겨집니다. ‘세계가 멸망해도 이 도서관만 존재한다면 인류의 문명은 보존 될 것이다’라고 자부하는 곳이니까요.

제가 방문해본 도서관 중에서 퍽 인상 깊은 곳은 지금은 사라져 그 터만 남은 곳이지만 고대 에페소스에 세워졌던 “셀축 도서관” (The Ruins of the Library of Celsus in Ancient Ephesus)입니다. 지금부터 2300년 전에 세워졌고 당시 약 1만 5천권 이상의 두루마리 도서를 소장하고 있었던 인류 문명의 보물창고 자리 – 2년전 우리 인문학 여행팀도 한번 방문했던 곳입니다.
또 하나 강한 인상은 런던에 있는 대영도서관 (The British Library)을 방문해 본 것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 대충 보고온 것이지만, 그래도 대영도서관을 한번 들어가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지하 서고 5층에 지상 9층의 열람실을 갖춘 이 엄청난 국립도서관은 서고의 길이만도 총 625km요, 소장 장서는 2,500만권이요, 마그나 칼타 원본을 비롯한 수 많은 성서 희귀 사본과 필사본이 31만개나 되고, 셰익스피어의 자필 원고와 각종 저널, 지도, 원고, 음성 녹음 등 약 1억 5천만 개 이상의 자료들을 가진 도서관이라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입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전에 Oxford 대학을 견학 갔을 때, 잠간 들려본 ‘보들리 도서관’ (Bodleian Library of Oxford) 에 대한 인상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영국에서는 대영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보들리도서관에는 고대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시대의 각종 두루마리와 파피러스 등 고대 필사본 (Manuscript)만 해도 1만 5천개나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보들리 도서관은 그 누구에게든지 도서나 자료를 일체 대출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열람하고 싶은 책이나 자료가 있으시면 한 달이던 일 년이던 매일 도서관에 와서 보십시요. 비록 여왕님이라 하더라도!’
우리 도서관 김동숙 관장님은 가보고 싶은 도서관이 어디 한 두 곳이겠습니까만, 저는 앞으로 기회가 있어 우리 인문학교실에서 이집트 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고대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 세워졌던 도서관 자리를 찾아 보고싶습니다. 기원전 4세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만들었던 인류 지성의 출발지요, 보고였던, 당시에 이미 70만권 이상의 파피로스를 소장했다고 하는 믿기 어려운 그 도서관 자리를 꼭 한번은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네스코와 이집트 정부가 고대의 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여 그 옆에 현대식 새 도서관을 신축하였다는데, 그 메인 홀의 열람석이 2000석이요, 개인 스타디 룸이 180개요, 장서만도 800만권 이라고 하는데 거기도 꼭 들러보고 싶습니다.
저는 요즘 우리 동네 도서관 관광을 주로 하는 편 입니다. 전에는 어번 (Auburn Library)에 자주 갔었는데 요즘은 파라마타 (Parramatta Library)에 속해 있는 웬트워스 포인트 (Wentworth Point Library)로 도서실 관광을 갑니다. 저희 집에서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새 건물에, 2층으로 된 열람실 등이 아주 넓고, 깨끗하고, 직원들도 참 친절합니다. 그리고 한국어 책, 한국영화, 한국DVD, CD 등도 꽤 많은 편입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그야말로, 이 코로나 시대, 관광 삼아, 운동 삼아 걸어가서, 한 두어 시간, 좋은 공간에서 놀다오기에 참 좋습니다. 최근에 찿은 좋은 관광지 중 한 곳 입니다. 한국 사람들 이용률이 조금씩 높아지니까 한국어로 된 자료들도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통계를 보니 호주 사람들은 1년에 1회 이상 도서관 방문자가 약 950만 이나 된다고 합니다. 아마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중복된 조사이겠지만, 하여튼 호주에서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 숫자 보다는 공공 도서관 방문자가 월등히 많다고 합니다.
더울 때는 시원해서 좋고, 추울 때는 따뜻해서 좋고, 돈들지 않는 도서관 관광을 추천해 봅니다.
(추천도서: 세계도서관 기행, 유종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8)
홍길복의 세 번째 잡기장 (95) _ 1월 29일
“한글사랑 도서관”

무더웠던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오늘부터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내일, 1월 30일엔 린필드 (Lindfield)에 있는 “한글 사랑 도서관”도 다시 문을 열고 오는 2월 6일엔 개학을 기념하여 북 세일 (Book sale)도 한다고 김동숙 관장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우리 “시드니 인문학교실”이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한글사랑 도서관에서 모임을 갖어온 것에는 우연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교실의 몇가지 목표중 하나는 인문학 친구들로 하여금 책읽기를 권장하고 자극하는데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교회나 사찰은 예배나 기도를 위해서 가게 되고,
식당이나 카페는 식사하고 차 마시러 가게 되고,
학교는 공부하러 가고,
마트엔 장보러 가는 것이지만,
인문학 모임은 일종의 독서클럽 같은 것으로, 책을 소개하고 소개 받으며, 책을 가까이하고, 책을 통하여 지식과 생각을 넓고 깊게 하며, 각자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 함께하는 자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통이 약간 먼 것 같지만, 우린 다른 공간이 아닌 바로 이 도서관에서 우리들의 모임을 계속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요즘 처럼 전자, 정보 시대엔 사람들이 점점 종이책을 멀리하게 됩니다. 지난주엔 손녀들이 저희 집에 와서 몇일을 있다가 갔는데, 모두들 Kindle Book 이라는 전자책을 가지고 수시로 그걸 들여다보는 것을 보면서 정말 이 할아버지는 어떻게 따라갈 수 없는 세대 차이를 절감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우린 우리 방식으로라도 책을 가까이하고 손에서 책이 멀어지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공도서관 (Public Library)에 대한 최근의 통계 (2019년)를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한국은 1,134개의 공공도서관에, 국민 4만 5천 명당 도서관이 1개라고 합니다.
미국은 9,261개의 공공도서관에, 국민 3만5천 명당 도서관이 1개라고 합니다.
독일은 7,148개의 공공도서관에, 국민 1만1천 명당 도서관이 1개라고 합니다.
일본은 3,303개의 공공도서관에, 국민 3만 8천 명당 도서관이 1개라고 합니다.
호주는 1,683개의 공공도서관에, 국민 1만 4천 명당 도서관이 1개라고 합니다.
호주에 있는 우리 교민을 어림잡아 약 12만 명쯤으로 보고, 호주 기준에 따른 공공도서관을 계산해 보니 최소 8개는 있어야하겠다는 셈이 나오네요.
한 나라의 국력은 GDP나 국방력으로만 가릴 수 있을까요? 자동차의 숫자나 아파트 가격으로만 잴 수가 있을까요? Wi-Fi 나 스마트폰 개수로 만 가름할 수 있을까요? 국토의 넓이나 인구의 수, 지하자원이나 첨단산업으로만 국력을 평가할 수 있을까요?
세계 100대 도서관에 한국의 도서관은 무엇이 들어갈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이는 8만 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합천 해인사는 들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점점 스마트폰은 가까워지고 책은 손과 눈에서 멀어지고 있네요. 어떤 독실한 기독교신자 한분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성경책은 없어도 괜찮지만 핸드폰 없이는 하루도 살수가 없어요. 그리고 사실 핸드폰만 갖고 있으면 거기 성경도, 찬송가도, 설교도, 해석도, 없는게 하나도 없어요!” 그럼 않되는데, 어쩜 좋지요? 점점 TV, 다큐멘타리, 영상, SNS 만 쫓아가는 것이 습관화 되어가는 유혹과 위기 속에서 다시 한번 더 머리를 좌우로 흔들게 됩니다.
코로나로 답답한 중에 다시 새학년,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한글사랑도서관, 인문학교실, 독서, 책 읽는 국민, 책 읽는 이민사회, 책 읽는 인문학 친구들을 그려보는 아침입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