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신학
시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장로 대통령의 몰락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 자정에 드디어 구속 수감 됐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4번 째로 전직 대통령의 구속사건이다.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편의상 앞으로는 MB로 표기)은 뇌물 수수와 배임, 횡령 및 직권남용 등 총 20가지가 넘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보도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반대자들의 목소리만 컸다고 보도하고 있다. 호주의 ABC 뉴스도 한국의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도 뇌물수수, 횡령, 직권남용과 배임 등으로 하야 후 모두 구속되는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BBC 방송이 보도하듯이 MB에게 참담한 사실은 그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냉담하다는 데 있다. 2018년 2월 KSOI(Korea Society Opinion Institute: 한국사회 여론 연구소)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무려 대한민국 국민의 74.2%가 MB의 구속수사를 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결국 MB의 문제는 MB를 대통령으로 만든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와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부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007년 MB가 대통령선거에 나왔을 때 그가 내건 케치 프레이즈는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였다. 2002년 모 신용카드 회사의 카피문구인 “부자되세요!”의 또 다른 패러디였다. 그 당시 모든 TV와 방송에서는 무분별하게 국민 성공을 부추겼고, 심지어 새해 인사까지도 “부자 되세요!” “성공 하세요!”가 전 국민적 목표였다. 결국 MB의 슬로건은 전 국민을 인간의 행복이 “돈”에 달려 있다는 형이학적 환상을 부추겨서 이룬 승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치 MB가 전 국민을 부자라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대리 환상에 빠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MB 본인은 상상을 초월한 부자가 되었지만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들은 정작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MB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전 국민이 깨달아야 할 사실이 있다면 인간은 ‘형이하학적’ 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형이상학적” 고민없이 이룬 행복은 “동물적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MB를 바라보면서 씁쓸하다 못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결국 MB를 만든건 ‘성공’과 ‘부자’에 현혹되어 형이하학적 인간되기에 급급했던 국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도덕성과 인간성과는 상관없이 그저 국민들을 ‘성공’시켜 준다는 말에 현혹된 대다수 국민들 이었다. 2007년 MB가 대통령선거에 나왔을 때 전 국민은 MB가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그에게 열광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가 전 국민을 부자 만들어 주기는커녕 국민들의 혈세를 가지고 개인적인 착복과 횡령, 배임과 뇌물수수, 국가를 사유화해서 저지른 온갖 비리들을 통해 국가예산을 거덜내고 개인의 부 쌓기에만 급급했다는 사실에 허탈해 하고 있다. 아니 이제서야 깨닫고 그에게 온갖 비난과 돌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 “우리 중 누가 MB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해서는 안된다. MB는 국가를 사유화해서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인물이다. 그의 돈에 대한 탐욕은 BBK 주가 조작 사건, LKe Bank, 다스비리 등(이것들은 이미 대통령 선거 전에도 공공연하게 회자되었던 내용들 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MB는 아예 국가를 상대로 사기친 광우병 소고기 수입,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뇌물수수와 횡령, 국가를 사유화해서 저지른 온갖 비리들, 아직 다 밝혀지진 않았지만 흑자 기업이었던 ‘포스코’를 완전 공중분해 지경까지 만든 것은 실로 끔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되므로 ‘인권’이란 단어는 실종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살(언론 탄압, 쌍용 자동차 사태 등)하고 지금까지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MB를 열렬하게 지지했던 한국교회와 기독교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큰 책임들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MB가 장로이기 때문에 그를 뽑아야 한다고 얼마나 대형교회 목사들이 앞장서서 선동했는가? 가장 앞장섰던 김진흥 목사는 “나라, 교회 사정 볼 때 MB당선이 옳다”고 선동했고, 일명 빤스목사라 일컫는 전광훈 목사는 “MB 안 찍으면 ‘생명책’에서 지울 것”이라는 막말을 해댔다. 어디 그 뿐인가? 김홍도 목사는 “장로님 위해 3일 금식 기도하라”고 성도들을 부추겼고 이외에도 크고 작은 교회들에서 MB가 장로이고, 그가 되면 국민들을 부자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속물적 복음으로 MB를 치장하여 내세웠다. 그렇게 한국교회 대부분의 목사들은 선동했고 장로, 권사들은 합세하여 힘을 보탰다. 내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현세의 복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내세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미 2007년 BBK 주가 조작사건이 터지고, 그의 사기 행각이 여러 차례 미디어에 오르내렸지만, 나를 부자 만들어 주면, 사기꾼도 괜찮고, 도둑놈도 괜찮다는, MB 대통령 만들기에 가장 앞장선 부류들은 바로 “교회”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 교회 다니는 목적은 어쩌면 이생에서도 돈많이 벌어 성공하고, 병고치고, 내세에도 한자리 차지하자는 동물적인 욕심을 넘어서는 ‘탐욕’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에게 복음은 단지 “병고치고, 부자 되고, 죽어서 천국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성공주의일 뿐이다.
MB 사건을 바라보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소설이 생각난 다. 주인공 염석대의 힘과 권력 때문에 그의 갑질에 맞서지 못하고 비굴하게 노예 생활을 하 던 급우들은 그가 전해주는 조그만 혜택에 만족하며 인간의 존엄을 잃어버리고 한 반 전체 가 동물적 사회로 전락해 버렸다. 이문열은 이렇게 시골의 초등학교 한 학급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인간사회의 정치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염석대는 그 학급의 “영웅”이었다. 급우들에게 잘 살게 해주겠다고 감언이설로 꼬득인 후 그가 가진 힘과 권력을 가지고 급우들을 노예로 부리고 그는 그 학급에서 ‘왕’처럼 대우를 받았다. 그는 청소도 면제되고, 그에게는 숙제와 시험도 대리로 치러주는 부역자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새로 부임한 선생에 의해 염석대의 부정과 비리, 그리고 부패되어 돌아가고 있는 학급의 비밀이 밝혀지자, 그동안 찍소리도 못하던, 아니 오히려 조그마한 혜택에 길들여진 급우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염석대에게 욕을 해대던 그 장면들은 지금의 한국사회의 모습과 이리도 똑같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우리 모두는 그 학급의 급우들이 아닐까? 이번 박근혜, 이명박 사태들을 지나면서 적어도 한번쯤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진지한 인문학적 고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주경식 교수(호주비전대학 Director)
ks.joo@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