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특이해서 보게된 드라마 한 편이 있었습니다. 바로 <앵그리 맘> 이었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 우연하게 보게된 드라마인데 뭔가 끌리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드라마 공모전 당선작’ 이라는 표제는 새로운 스타일의 드라마인가라는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중간중간 내용을 놓치긴 했지만 결국 이 드라마의 핵심은 분노한 엄마인 <앵그리 맘>의 이야기였습니다. 16회라는 짧은 미니 시리즈이지만 마지막 회인 16회의 시청률은 동시간대 2위였습니다. 최고의 시청률은 아니지만 섬세한 연출과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은 여운을 남길만 하였습니다.
스토리의 전개는 이렇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학교 폭력에 희생양이 되자 화가 난 동안 미모의 엄마가 학생의 신분되어 학교로 들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한 학교 폭력만의 문제들이 아니였습니다. 수 많은 비밀스런 문제들이 그곳에는 숨겨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아이들의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돈과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인 착취들 거기에 권력까지… 세상 모든 더러운 치부가 숨겨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학교에 엄마인 주인공 조강자(김희선 분)가 뛰어든 것 입니다.
엄마가 고등학생 흉내를 낸다는 것이 무리한 설정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동안 엄마라는 캐릭터는 김희선의 미모로 극복이 되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무리한 설정이 시청자들의 눈을 빼앗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공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감’은 같이 화를 낼 수 있는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사학재단의 비리 거기에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들은 학교를 보내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화가 날만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강자 혼자 고군분투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앵그리 맘’의 주변에는 같은 편이 늘어 납니다. 한 사람씩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어른들의 사주를 받고 자신이 괴롭히는 여학생의 엄마라는 사실도 모른체 조강자를 좋아해버린 고복동(지수 분)과 정의로운 담임 박노아(지현우 분) 그리고 최대의 적이 될 수도 있었던 홍상태(바로 분)도 조강자의 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혼모의 딸로 자라며 무능력한 엄마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던 학교 폭력에 희생자인 딸 오아란(김유정 분)도 되었습니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모든 죄인들이 법정에서 형을 받고 정의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끝난 것이 아니였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정복하려고 했던 홍상복(박영규 분)은 3개월만에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납니다. 여전히 세상은 가진 자들만의 세상처럼 보여집니다. 여기에 그 이후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더 기가 막힙니다. 해외순방을 가신 높은 분(?)을 대신하여 비서실장을 만나는 홍상복의 모습과 홍회장이 끝까지 지키려했던 명성고 다이어리(즉 뇌물 리스트)가 나타나는 장면들입니다. 어쩌면 요즘 벌어지는 현실을 작가가 담대하게 표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라는 우려를 가질 무렵 <앵그리 맘>이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권선징악’의 예측은 홍상복의 죽음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모든 것이 해결되고 본래의 모습을 찾은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함께 분노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는 ‘세상에 다 그런거지’라며 불합리한 세상에 둥둥 떠다니며 살았던 사람들에게 다시금 정신을 차리게 합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가운데 처음 등장한 ‘공모전 당선작’ 이라는 표제가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마침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기사가 있어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저는 사회의식이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예전 같으면 제가 이런 드라마를 쓸 줄은 상상도 못했죠.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저같은 보통 사람들을 분노시켰습니다. 너무 화가 났죠. <앵그리맘>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면서 쓴 작품입니다.”라는 말에서 ‘작정(?)을 하고 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묵직한 내용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하여 느린 걸음을 걷는 드라마라는 매체에서 불과 1년 전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우회적이지만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더우기 신인 작가가 이 같은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풀어낸 것이 방송가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필명이 ‘김반디’인 작가는 다큐멘터리 구성작가 출신입니다. 주로 KBS에서 일을 했고 구성작가 생활이 불규칙하기도 하고 힘든데 오래하다 보니 몸이 아파서 집에 틀어박히게 되었답니다. 그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드라마를 쓰게 됐고 2007년 KBS 단막극 공모에서 ‘겨울 지나 여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방송은 ‘당신이 머무는 자리’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실제로 앵그리맘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싱글이다. 많이들 내가 엄마라고 생각하더라. 실제로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하루하루 참담한 뉴스를 보면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 사실 MBC 극본공모에 내면서 너무 주제의식이 강해서 걱정했다. 그런데 다행히 뽑혔고, 편성도 빨리 돼서 곧바로 미니시리즈 대본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쓰면서도, 방송하면서도 내내 걱정을 했다. 그때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1년 후 다시 끄집어 내 시청자에게 견뎌내라고 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잘 받아주셨다. 다시 돌아보기 너무 아픈 이야기인데 외면하지 않고 다시 봐주셔서 감사하다. 1년 사이 세월호 참사가 많이 잊혀졌고, 일부에서는 ‘그만 좀 해라’고 하는 때라 가슴이 아프다. 또한 쉽지 않은 주제를 드라마로 옮기는 것이 어려웠을덴데 어떻게 직업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뭘 몰랐으니까 덤볐지, 알고는 이런 드라마 못 쓴다. 중간에 내가 어쩌자고 이 이야기를 시작했을까 허벅지를 수도 없이 찔렀다. 많이 힘들었다. 드라마냐 다큐나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다큐적으로 접근할까봐 경계했다. 주제의식을 가져가면서 코미디와 밸런스를 맞추는게 제일 어려웠다. 아무래도 시청률을 의식해야 하니 초반에는 코미디를 좀 강화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뒤로 뺐다. 중반부쯤 왔을 때 중심을 잡는게 어려웠다. 시청률을 생각하며 왔다갔다 한 부분이 있다. 후반부에는 그냥 시청률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하자 싶었다. 어차피 시청률에는 큰 변화가 없더라.”
작가는 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되었던 세월호 참사의 근본에는 교육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하면서 “극중 대사에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마” “시키는대로 해”라고 교육한다.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있는데 학생들을 그렇게 교육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힘을 키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놓고 사고가 터지니까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고 나 하나만 빠져 나가려고 했다.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시키는대로 하는 문화 속에서 그런 참사가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모든 상황이 폭력적이다. 세월호 참사처럼 거대한 폭력도 있지만, 그걸 축소해서 인간 둘만 모여도 센놈과 약한놈으로 관계가 형성된다. 센놈이 약한놈을 밟는 게 당연시되고, 그것을 방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 세상이 폭력적이다. 그러니 학교폭력도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무슨 거창한 사회의식으로 이 드라마를 쓴 게 아니다. 약자를 보호하고, 의리와 사랑, 존경, 배려가 있는 세상, 분노할 일에 분노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이건 상식과 기본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엄마 ‘조강자’의 독백 대사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세상에는 강자와 약자가 있다. 진정한 강자는 약자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다. 약자를 이기는 사람이 강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강자가 되어야 한다.” ‘조강자’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앵그리 맘> 조강자는 진정한 강자를 꿈꾸던 일진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것들을 가지고 ‘비겁한 강자’로 사는 것보다 세상을 섬기는 ‘진정한 강자’로 살아야 합니다. 더 사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주님만을 의지합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전서 4:8)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크리스챤 커뮤니티’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