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무엇이든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
윤식당을 통해서 존중을 배웁니다.
생활 예능의 달인라고 부르는 나영석 PD 가 인도내시아 발리 인근의 롬복에 딸린 작은 섬인 ‘길리 트리왕’ 안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가게를 경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삼시세끼’와 비슷한 요리 프로그램과 이국적인 풍경들을 모여주는 ‘꽃보다 배낭 여행 시리즈’의 느낌을 합친 것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시청률 6.2% 로 시작한 이번 시즌은 3회에선 지상파를 포함해 동시간대 1위인 11.3% 를 기록하였고 마지막 회는 순간 시청률 16.7 % 를 기록하며 역시 나PD라는 창찬을 받으며 막을 내렸습니다.
‘윤식당’은 메인 메뉴는 불고기로 불고기 라이스, 불러기 누들, 불고기 버거와 라면과 만두 튀김, 닭튀김에 각종 음료와 주류가 전부였던 식당으로 본격적인 한식 요리가 아닌,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 주는 식당입니다. 아마도 한국의 편의점보다도 더 적은 메뉴를 보유한 식당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일을 유명 쉐프도 아니고 배우 윤여정에게 부탁을 한 것입니다. 한국의 여느 주부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고 어느 정도의 다른 음식들도 거뜬히 해낼 나이이지만 배우인 그녀는 쉽지 않은 일어었습니다. 더구나 90이 가까워도 정정하게 딸을 챙기시는 어머니 덕분에 살림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시작적부터 아무리 ‘예능 제작 천재’ 나영석PD라지만 참여자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모두 고개를 갸우뚱 했다고 합니다. 차라리 ‘삼시세끼’를 통하여 놀라운 요리 실력을 발휘했던 에릭이나 차승원이면 등장을 하면 새로운 레스피와 외모(?)로 승부를 걸 수 있을거라는 기대라도 하지만 윤여정 쉐프라는 컨셥은 위험한 시험과도 같았습니다. 여기에 ‘윤’식당이라는 간판은 식당의 대사장이며 프로그램의 리더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염려하는 눈빛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여기에 식당일이 처음인 식당보조로 참여했던 정유미나 서빙과 음료부를 맡았던 이서진의 투입은 과연 이 식당이 움직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까지 갖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가면서 잔뜩 긴장하고 시작하는 낯선 공간에서의 어설픈 일들은 어느덧 시청자들까지 손에 땀을 쥐며 함께 발을 구르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제 일처럼 안달이 난 시청자들은 회가 갈수록 점점 ‘노하우’를 익혀가는 출연자들을 보며 뿌듯해졌습니다. 이것은 마치 자신들의 식당에서 다른 프렌차이즈를 내주고 자리를 잘 잡아가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불고기 햄버거에 불고기 라이스, 불고기 누들은 언뜻 보면 세 가지 요리 같지만 결국 기본은 다 같은 것이지만 이 세 개조차도 땀을 뻘뻘 흘리며 어눌하게 만들어내는 모습은 안따깝게 보이기도 하고 차라리 내가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말이 나오게 만듭니다. 이곳이 만약 휴양지가 아닌 생계 현장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면 가게문 닫을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휴양지라는 특징을 가진 발리의 작은 섬의 특수성이 어설픈 이 식당의 일꾼들을 따듯하게 바라보게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식당 손님들 조차도 경쟁적 일상의 시간이나 계산적인 상황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에서 나온 말처럼 아마 그곳에서는 시간도 천천히 흘렀을수도 있습니다.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하고 집을 나서고 점심도 후다닥 밥을 먹고 회사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 저녁에는 원하지도 않는 술자리까지 가야하는 상황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미다. 여기에 요리의 서투름으로 식사가 늦게 나오더라도 어차피 밥 먹고 할 일도 없고 호텔 방으로 돌아가 낮잠을 자든지 해안가를 거닐든지 꼭 해야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왕초보 요리사와 스텝들이 살아 남았을 것입니다.
‘윤식당’에 온 손님들도 그들의 역할을 다하는 느낌입니다. 자신들이 온 도시, 그곳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풍성한 식탁 교제를 함께 만들어 줍니다. 노래를 부르고 휘파람으로 답가를 하며 ‘윤식당’을 배려와 낭만이 흐르게 만들어 갑니다. 기꺼이 나누며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저절로 흐믓해집니다. 하나씩 메뉴가 늘어나고 손님들의 반응도 좋아집니다. 한국형 믹스커피 두 개로 만든 아이스커피를 요구하는 손님을 위하여 국제적인 커피를 만들어 냅니다. 엄마가 끓여주던 만두 넣은 라면과 같은 특별한 요리는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덕분에 ‘윤식당표 불고기 레시피’는 시청자들의 저녁상에 메뉴가 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특별한 요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었는지도 모름니다. 어설픔이 능숙함으로 바뀌져가며 출연진도 식당 손님들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모두가 ‘윤식당’의 운영에 함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장인 윤여정은 어설플지언정 매사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방보조인 정유미는 그녀가 가진 특유의 발랄함과 긍정적인 반응으로 사장님의 불안함을 덜어주면서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멋진 도우미가 되었습니다. ‘뉴욕대 경영학과’ 출신이라며 모처럼 전공 살리고 있다는 이서진은 비교적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나왔던 경험을 살려 메니져로써의 역할을 확실하게 만들어 갑니다.
너무 힘들어 알바가 필요하다는 말에 대선배인 신구가 나타나는 순간은 긴장과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쉽게 시켜 먹을 알바생(?)을 맞이하기 위해서 사장과 주방보조 그리고 메니져가 버선발로 맞아야 했습니다. 신구가 알바로 등장하는 순간 ‘윤식당’ 구성원의 관계는 사장과 종업원이 아닌, 알바님을 모시는 그림이 되어집니다. 인생의 대선배를 아랫사람으로 모시는 사장의 모습은 섬김의 모습을 실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 장면은 알바로 살아가던 모든 이들에게 가장 큰 위안에 되었던 장면일 것입니다.
느끼한 메인 요리를 먹고 있는 손님들에게 “김치 좀 드릴까요?”라는 말은 ‘윤식당’ 사람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배려’라는 인생의 내공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장도, 주방보조도, 총무도, 알바도 상대의 부족함을 채우고 모두가 함께 하나의 공동체를 일구어나가는 모습에서 ‘윤식당’에 열광했을 것입니다. ‘생존의 법칙’이 자연스러우며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언젠가부터 다시 생겨난 계급 사회와 같은 이 시대의 질서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윤식당’을 통해서 초대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너무 오버를 하는 것일까요? 모두가 형제요 자매로서 권위와 소유를 나누며 서로를 존중했던 초대 교회의 공동체가 작은 식당에서 만들어진 느낌이무엇 때문일까요? 모두가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삶의 비젼을 소유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윤식당’의 이야기와 같다면 어떨까요? 이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어 냈듯이 교회도 이렇게 갈아간다면 교회밖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부터 생겨난 교회에서의 높고 낮음의 직분이 섬김과 나눔의 역할로 거듭날 수 있다면 식당에서 일하는 넉넉한 일꾼들의 모습을 우리들의 교회 공동체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이든지 사장님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 윤사장의 모습을 통하여 이 시대의 영적 지도자들의 모습이 닮아 가기를 원하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칠순이 가까운 요리 초보 사장님과 꽃다운 나이의 주방보조 그리고 명문대 출신의 메니져와 팔순이 넘은 알바생이 함께한 ‘윤식당’을 보면서 이 시대의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태복음 20:28)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스쿨’을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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