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식어진 열정을 다시 살리기 위한 영화 <라라랜드>를 만나다.
요즘 호주의 날씨는 연일 40도를 넘나드는 찜질방 더욱가 한참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자연스럽게 시원한 장소를 찾아서 도피(?)를 합니다. 이런 도피 처소로 가장 인기가 있는 일등 장소는 단언코 영화관일 것입니다. 특별히, 아직은 아이들의 방학 기간이라 스페셜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2017년의 첫 번째 ‘컬쳐 스테이지’는 요즘 나온 영화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영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LA의 별명이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관용어로 불리는 <라라랜드>입니다.
이 영화는 천재들의 광기적 열정을 표현했다고 평가되는 <위플래쉬>의 감독이 만든다는 이유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엠마스톤’은 2016 베니스 영화제에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제22회 크리스틱 초이스 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여덟 부문에서 수상했다. 또한, 제 74회 골든 글로브상에서 영화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주제가상을 포함한 일곱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데이언 채즐’ 감독은 <라라랜드>를 <위플래쉬>보다 먼저 영화화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작 여건상 <위플래쉬>가 앞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영화를 모두 보신다면 감독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라랜드> 역시 이전의 영화와 같은 음악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히 뮤지컬 형식을 갖춘 로맨스 드라마로 제작되었습니다. 꿈을 찾아 LA에 둥지를 튼 두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가 계절의 변화와 함께 아름답게 전개됩니다. 전체적의 이야기는 진부할 것 같지만 2시간의 상영시간은 조금도 지루함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진부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주차장과 다를 바 없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펼쳐지는 오프닝 장면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이 영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뮤지컬 영화가 갖는 음악적 비중과 함께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 줍니다.
이 영화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꿈과 갈등 그리고 좌절과 성공으로 점철된 인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것 같습니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주제인 ‘열정과 현실’ 그 틈새에 끼여 번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선율과 멋진 영상미로 잘 풀어낸 것 같습니다.
<라라랜드>는 훌륭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변호사 공부도 그만두고 LA로 온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의 몰락을 안타까워하며 재즈의 열기를 회복하려는 꿈을 갖고 LA로 온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몇 번의 만남을 비껴가던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를 마주보는 관계가 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계절에서 계절로 이어지면서 영원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자신들의 꿈에 대한 기대와 서로가 서로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맙니다. 현실의 벽과 그것에 맞서는 방식이 서로 달랐던 것입니다. 결혼만 빼면 두 사람은 각자의 꿈을 이루는데 있어서 서로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세바스찬은 미아의 꿈을 이루게 도와주고, 미아는 세바스찬이 다시금 꿈을 향한 열정을 회복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이번 영화의 주제도 지난 번 영화와 같이 열정으로 잡아 갑니다. 꿈을 향한 열정은 미아로 하여금 출세를 보장하는 변호사 수업을 중도에 포기하게 했고, 비록 수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졌어도 결코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게 만듭니다. 세바스찬은 재즈에 대한 열정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꿈의 실현을 위하여 감당합니다. 열정은 두 사람의 만남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서로의 열정에 끌렸으며 서로간의 사랑을 키워가는 동안에 서로의 꿈을 존중해 줍니다.
그러나, 문제는 꿈을 향한 뜨거운 마음에 비해 배우로서의 삶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과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만들려는 시도는 거듭 좌절로 이어지는 현실입니다. 그야말로 기약 없는 시간만 계속해서 흘러가는 것은 표류하는 배를 타는 느낌일 것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 질수록 서로에 대한 책임감 역시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 옵니다. 점점 멀어져가는 꿈과 점점 무거워지는 책임감의 갈등을 푸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느끼는 이유는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실제 삶의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수많은 질문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고 또 다양하게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꿈을 향한 열정과 냉혹한 현실의 갈등 관계를 너무 무겁지 않게 직면할 수 있도록 구성하며 유머스럽지만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것은 관객들을 위한 좋은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 가운데 과거에 비하여 꿈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다보니 꿈을 가질 만한 직접적인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꿈을 꾸고 열정을 품는다고 해서 모든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열정이 급속도로 식는 까닭은 좌절하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보았거나 아니면 직접 좌절감을 경험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꿈은 기대를 낳고, 기대는 열정을 낳고, 열정은 간혹 더 큰 열정을 낳지만 이러한 단계를 거치고 난 후에도 꿈이 이뤄질 것 같지 않은 현실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외 없이 깊은 상실감에 빠질 것입니다. 만일 현실의 벽에 부딪혀 두려움에라도 사로잡히게 된다면열정은 급속도로 식어 결국 꿈은 연기와 같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사실 열정이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건 진실입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입니다. 현실의 벽은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는 상황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불안과 염려일 것입니다. 인생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하는 사람의 안정된 삶에 대한 책임감은 열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제시 됩니다. 세바스찬이 돈을 벌기 위해 재즈를 포기하고 친구의 밴드에 합류하여 연주활동을 합니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부모와 통화하는 미아의 말에서 그녀가 안정된 삶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해였지만 책임감 있는 남자라면 그녀의 말을 당연히 그렇게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현실의 벽에 부딪힌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기보다는 재즈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진심을 몰라준 세바스찬에 대해 미아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자신이 직접 쓴 대본을 공연한 첫 연극무대의 실패로 미아는 꿈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공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곁을 떠납니다. 미아와 세바스찬 두 사람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관객은 분명 이 시대의 청년들과 그들의 현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라라랜드>인 상상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그곳에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각의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서로를 만난게 됩니다. 미아는 결혼하여 딸까지 두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엮어가길 원했던 결혼의 꿈은 전혀 다른 현실로 바뀌었고, 미아는 그녀가 만들어준 이름의 재즈클럽에서 세바스찬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된 채 오직 서로를 바라볼 뿐입니다. 서로의 눈길이 마주쳤을 때 두 사람은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영원히 서로를 사랑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헤어졌기에 어쩌면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했을 두 사람에게는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뜨거운 열정이 다시금 불타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현재는 그들이 결코 넘을 수 없는 또 다른 현실이었습니다.
이 영화와 함께 같이 보면 좋을 두 편의 영화도 있습니다. <씽>이라는 영화와 <발레리나>라는 영화입니다. 망해져 가는 극장을 다시 살려 보려는 디렉터의 열정과 고아로 자란 환경에서 최고의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는 꿈과 열정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2017년 어떤 꿈을 꾸며 어떤 열정을 가지고 계신지요? 더운 여름 영화 한 편씩 보시면서 식어졌던 열정들을 다시금 살려 보시면 어떨까요?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9)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스쿨’을 섬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