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아빠가 책을 읽어 주면 아이가 더 똑똑해 진다
이처럼 유대인 가정에는 아버지가 매일 자녀와 마주 앉아 질문하고 대답하는 풍경이 일상적입니다. 토론의 텍스트는 주로 동화책이고, 그 중심엔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것은 수천 년 전 유대인들이 탈무드와 토라를 연구하며 만들어온 ‘하브루타(Havruta)’의 전통입니다. 저녁을 먹는 식사의 자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은 늦은 밤까지 토론의 주제가 됩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이어 집니다. 무스카텔씨는 매일 하루 30분씩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왜(Why)’라는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는 아이들이 커서도 대화와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경험을 갖게 합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매우 뛰어난 교육법이며, 그중에서도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어휘력 증진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미국 저소득층 가정 약 430가구를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가정과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가정으로 나눠 책 읽어주기와 이해력, 어휘력, 인지 발달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대상 엄마들은 절반 정도가 매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고, 아빠들은 불과 29%만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고 합니다. ‘책 읽어주기’ 가 가져오는 효과는 아빠 쪽이 높았습니다. 결과에서 만 2세 때 아빠가 책을 읽어준 아이는 어휘 발달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엄마가 책을 읽어준 경우에는 아이 성적이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아빠가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는 지식, 유아 언어, 인지 발달 면에서도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엄마가 책을 읽어준 아이는 인지 발달에만 일부 영향이 있었을 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연구팀은 아빠와 엄마는 ‘책 읽어주기 방식’에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는 아이한테 책을 읽어줄 때 ‘사과가 몇 개 보이니?’ 등 ‘사실적 질문’에 집중했지만, 아빠들은 ‘오, 이 사다리 좀 봐. 너 지난번에 내 트럭에 있었던 사다리 기억나니?’같이 아이 뇌를 자극하는 질문을 던져 연관성을 갖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결국 아이들의 상상력이 커지는 나이에 아빠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각의 방법이 아이의 뇌를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완 <하브루타교육협회> 상임이사도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엄마보다 다양한 어휘와 경험을 활용해 책을 읽어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아빠의 ‘책 읽어주기 방식’이 아이들의 사고력 발달과 상상력 확장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2004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만 7세 아동 3300여명을 추적 조사한 연구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 줍니다. 아빠가 책을 읽어준 7세 아이들은 학교 읽기 성적이 높았고, 성인기에 정서적인 문제를 겪을 확률도 낮았으며, 만 20세까지 학교를 잘 다닐 확률이 높았습니다. 결국 어린 시절에 아빠와 갖는 유대감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보고입니다. 이 결과는 아빠와의 관계가 좋은 아이 일수록 성취감이 높다는 결과를 증명하기도 합니다. 또한 지난 2013년 연세대 연구팀은 “국내 만 2세 영아에게 그림책을 읽어줬더니 아동의 표현 어휘가 엄마가 읽어줄 경우는 상관관계가 없었지만, 아빠가 읽어줬을 때는 어휘가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들에게 생각의 힘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아빠가 책 읽어주기’ 캠페인이 유행입니다. 핀란드 에스포시 공공도서관인 ‘타피올라 키르야스토’. 유카(37·Jukka)씨가 여섯 살 난 아들을 데리고 책을 읽어주러 왔습니다. 유카씨는 매주 수요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1시 퇴근한 뒤, 아들을 데리고 직접 도서관에 온다고 합니다. 유카씨는 “아들에게 책을 직접 읽어주고 싶어 일주일에 한 번은 일찍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도록 회사와 계약했다”고 했습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아버지 재단’에서는 ‘아빠가 매일 읽어주기(Fathers Reading EveryDay)’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빠가 매일 읽어주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녀는 읽기와 쓰기, 산수 성적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보다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미국의 비영리단체 ‘내셔널 센터 포 파더링’, ‘내셔널 파더후드 이니셔티브’ 등도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아빠의 책 읽어주기 참여 등을 확산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책 읽어주기에 적극적인 아빠들의 모임이 등장하고 있지만, 국가나 지역 단위 움직임은 아직 미비합니다. ‘책 읽어주는 아빠’로 유명세를 탄 ‘푸름이 아빠’ 최희수씨는 자신의 책 읽어주는 방법을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부모들에게 알리고 있고, ‘하브루타 아빠 연구소’ 등 책 읽어주기에 동참하는 아빠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도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주일 내내 아이가 잘 때 나가서 잘 때 들어오는 아빠에게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일 수 있고 사치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데 무슨 책을 읽어 주냐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책으로 이어진다면 평소에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나 아빠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아이의 아쉬움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책 속에 있는 세상을 함께 거닐게 된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북 토크’ 나 ‘독서 나눔’ 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 것과 같이 아이들과도 아빠가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다른 어떤 놀이보다도 큰 재미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일주일에 한 번 이라도 가족이 함께 앉아서 말씀을 나누거나 큐티 모임을 하거나 한 주간 동안 읽었던 책에 관한 내용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면 아이들과의 관계는 물론 신앙을 전수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 의 말을 옮깁니다. “어른이 그들 자손과 사회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만군의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돌아오소서 하늘에서 굽어보시고 이 포도나무를 돌보소서> (시편 80: 14)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스쿨’을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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