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엿을 던지지 말고 위로와 격려를 전달해 주세요!
한국에서 자라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엿에 대한 추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엿에 대한 추억 중 첫째는 엿을 먹어 본 경험입니다. 특별히, 고등학교입시 시험이나 대학입시 시험을 앞둔 시점에선 언젠가부터 엿이 집에 쌓여가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릴적 손수레를 끌시면서 외치던 아저씨의 음성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엿 사세요. 엿 사… 호박엿 사세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그 동안 모아 두었던 신문과 유리병들 그리고 망가진 냄비들을 가지고 나가서 엿과 바꾸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엿에 대한 또 다른 추억은 엿이라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사용하지 않고 말로 사용했던 것입니다.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알아갈 무렵에는 어른들의 말투를 흉내내며 장난반 진담반으로 “엿 먹어라.” 하면서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말장난이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무시하며 기분 나쁘게 만드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요즘 전 세계의 언론들은 한국의 엿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AP통신은 1일(한국시간)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에 크게 실망한 한국팬들이 입국장에서 분노를 표출했다”고 보도하며 “한 극성팬은 대표팀을 향해 한국의 전통 사탕인 엿(yeot)을 집어 던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엿은 욕설로 통용되는데 그는 대표팀을 향해 ‘엿 먹어라(eat yeot’)로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의 엿 문화 가운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일이 벌어진 이유를 분석하며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9번이나 오른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다.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고 진단한 뒤 “하지만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16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있고 홍명보 감독도 팀의 부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엿 세례’가 일어난 배경을 설명하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의 언론 가디언은 “1954년 독일에 패한 헝가리 선수들이 성난 팬들을 피해 몰래 귀국한 일이나 1966년 북한에 진 이탈리아 선수들이 공항에서 토마토 세례를 받았던 것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하며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한국이 공항에서 수치스러운 귀국 행사를 치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보도를 보면서 1954년의 독일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1966년의 이탈리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2014년을 사는 몇몇 한국인들의 의식 수준과 같다는 것에 대하여 한숨이 솟아져 나왔습니다. K- Pop 과 같은 것으로 전 세계를 떠들석 하게 만들 순 있어도 아직은 위로와 격려의 문화에서는 부족함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엿 세례와 함께 그들이 들고 나온 플랜카드의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 축구팬들이 자국 축구의 사망을 선언했다”는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스스로 한국 축구의 사망을 선언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죽인 사람이 없는데 스스로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개인적이며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에서 스스로 축구를 죽인 느낌이었습니다. 엿 세례 헤프닝에 대하여 한 일본 언론은 칼럼을 통해 “일본 축구 팬들은 대표선수와 감독에게 비판을 잘 하지 않는다”면서 “서포터들의 생각과 행동이 더 강한 축구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언론들은 일본 축구팀의 저조한 성적에 대한 비판이 크지 않았던 것을 억울해 하는 눈치입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를 기록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스 때문입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은 1998프랑스월드컵(당시 1무2패) 이후 16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엿’을 던지며 야유를 보낸 것에 대해서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특별히, 이 일을 한 사람들이 온라인 팬카페 회원들이었으며 “이게 너희들을 향한 국민들의 마음이다”며 대표팀을 향해 호박엿과 사탕 수 십개의 사탕이 대표팀에게 던졌다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이 더 큽니다. 어떤 분은 새벽에 잠도 못자고 시청을 했다며 분풀이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엿을 던지고 막말을 하신 분들은 ‘국민의 마음’ 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르는 분들 같고 새벽에 잠도 못잤다고 하신 분에게도 누가 억지로 잠을 못자게 했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영국의 유력지 인디펜던트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에 주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신문은 “참담한 성적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쓴맛을 남겼다”는 제목으로 사건을 다뤘습니다. 서두에서 “한국은 희망한 것보다 일찍 귀국하게 됐다”며 “피파랭킹 57위에 불과하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큰 기대를 받게 됐다. 당시 한국은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0-1로 패했다”며 친절하게(?) 1분 19초 분량의 엿세례 영상을 소개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엿 모욕을 당했다”고 언급했으며 미국 최대 종합일간지 USA투데이도 땅에 떨어진 노란색 포장의 호박엿 모습을 사진으로 크게 실으며 한국 축구의 암담한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각국의 유력 언론에 소개된 한국 축구의 벌거벗은 모습이 세계 언론에 모두 드러난 느낌입니다. 정말 전 세계에 엿 문화(?)를 톡톡하게 알리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부진한 대표팀 내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며 ‘손세이셔널’ 이라는 별명을 얻은 손흥민은 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가 끝나고 난 후 선수들 모두 특별하게 이야기를 한 것은 없다”며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많이 했고 너무 슬펐다”고 말해 아쉬움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선수로 월드컵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선수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편 손흥민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일부 팬들이 대표팀에 던진 엿을 보고 “엿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영국과 스페인도 16강에 올라가지 못하는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축구가 인생이리면 인격도 갖추어야 합니다. ‘예체능’ 이라는 예능프로에서 ‘예체능 축구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이덕화 감독의 전술 지시가 생각납니다. “야! 축구는 인격이야. 예의있게 해야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함께 응원을 하는 서포터들을 축구경기의 12번째 선수라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사실 축구를 보았던 모든 서포터들도 ‘엿 세례’를 받은 것과 같습니다. ‘선수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현수막과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엿을 보면서 지금은 11명의 선수들이나 12번째 선수들 모두에게 ‘엿’이 아니라,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지 아닌가 생각합니다.
<너희의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이사야서 40:1)
임기호 목사는 ‘메시지 컬리지'(예배음악과) 와 ‘메시지 스쿨'(기독문화학교)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messageschool.org
학교문의: 0414-228-660 / messageschool7@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