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자기 자신을 이기고 돌아온 ‘황제의 귀환’
– 로져 페더러의 2017 호주 오픈 테니스 우승을 보며
한국에선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호주에 살면서 큰 관심을 갖게된 스포츠가 있습니다. 바로 데니스입니다. 한국에선 코트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인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스포치이지만 호주에선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매년 1월이면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경기가 호주 멜번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호주 오픈(Australia Open) 입니다. 호주 오픈은 미국 오픈, 프랑스 오픈 그리고 영국의 윔블던 대회와 함께 세계 4 대 메이져 대회로 불려지면 남자 단식 우승자의 상금이 2천 만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경기입니다.오늘은 ‘황제의 귀환’을 알리며 2017 호주 오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테니스의 황제’인 ‘로져 페더러’의 이야기입니다.아마 지난 일요일(1/29) 저녁에는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TV 앞에 앉아 페더러와 나달의 전쟁같은 시합을 손에 땀을 쥐며 감상했을 것입니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페더러가 숙적 나달을 5세트 접전 끝에 꺾고 그토록 기다려온 그랜드슬램 No.18을 달성했습니다.
페더러도 울었고 전 세계 수많은 테니스 팬들도 감동을 공유하였습니다. 페더러의 챔피언십 포인트가 호크아이 판정을 거쳐 결국 우승으로 확정됐을 때. 펄쩍 펄쩍 뛰며 기뻐하던 로저 페더러의 눈빛은 어느 새 촉촉히 젖었습니다. 우승한 뒤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렸습니다. 2012년 윔블던 이후 무려 5년을 기다려온 그랜드슬램 우승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강의 선수인 페더러에게도 약점은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의 한손 백핸드를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합니다. 특히, 나달의 하이 톱스핀 포핸드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날 페더러의 백핸드는 최고였습니다. 페더러 일생에서 가장 강하고, 정확했으며 더우기 공격적이기까지 했던 것입니다. 페더러는 결승에서 14개의 백핸드 위닝샷을 작렬시켰으며 5세트에 무려 8개의 백핸드 위너를 만들었습니다. 승부의 가장 중요한 기점인 5세트에서 페더러의 백핸드는 약점에서 강점으로 전환되면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던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숙적이며 결승 상대인 나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09년 호주 오픈 5세트의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페더러는 백핸드 실수로 인하여 힘없이 무너졌었습니다. 하지만 8년 뒤 페더러는 자신의 전성기 때를 능가하는 백핸드를 부활시키며 약점으 강점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번 경기는 페더러 인생에서 가장 뛰어난 5세트로 평가 받습니다. 그 동안 페더러는 5세트 경기에서 약점을 보였습니다. 자신보다 한 수 아래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과의 5세트 경기에서는 지다가도 역전승하는 경우를 보였지만 유독 라이벌들과의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페더러가 풀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한 경기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나달과 조코비치 등 ‘파이터’들과의 끝장 승부에서 종종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체력이 문제였을 수도 있고, 멘탈 싸움에서 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패배가 잦아지면서 페더러는 ‘천재’라는 불리면서도 나달과 조코비치와 같은 투지 넘치는 ‘전사’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나달과의 2017 호주오픈에서 보여준 마지막 5세트는 그의 인생에 있었서 최고의 게임이었을 것입니다. 첫 게임을 먼저 브레이크 당했고 그 다음 게임에서 2차례 넘는 브레이크 찬스를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포기할 법도 했지만 페더러는 이날 만큼은 달랐습니다. 마치 나달이나 조코비치처럼 악착같이 따라붙어 기어이 브레이크를 했고 페더러 인생에 빛날 26구 환상 랠리 끝에 기어이 한 번 더 상대의 서브 경기를 잡아냈습니다.
마지막 서브권을 가진 5-3의 상황에서도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15-40로 더블 브레이크 일보직전 상황이 펼쳐집니다. 페더러는 침착하면서도 과감한 공격으로 나달의 끈질긴 추격을 물리치고 마침내 감격적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습니다. 결국 페더러의 끈질긴 투지가 나달을 지치게 만든 것입니다. 이 경기를 중계한 미국 ESPN의 해설자 존 매켄로는 “페더러가 라파스럽게 라파를 이겼다(Out Rafaed)”고 격찬했을 정도였습니다.
페더러의 이번 호주오픈 우승은 그의 18개의 메이저 트로피 가운데 최고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35살의 역대 2위의 최고령 챔피언과 무려 5년 넘게 기다려온 메이저 트로피 등 눈에 보이는 업적을 넘은 무언가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10년 동안 풀지 못한 ‘나달 징크스’를 털어버린 승리이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얻은 최종 승리입니다.
그 동안 페더러는 나달이란 큰 벽에 막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벽은 사실 자기 자신이 쌓은 벽에 가까웠습니다. 나달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나달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기보다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는 데 집중해온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달은 페더러에게는 ‘콤플렉스’에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페더러는 나달과의 경기를 앞두고 ‘nothing to lose’ 라고 말하며 잃을 것이 없는 도전자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페더러의 마인드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자신의 라이벌을 꼭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그의 말대로 ‘앞으로 5개월간 걷지 못하더라도 모든 것을 쏟아붓는’ 최선의 경기를 펼치며 결국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승을 확정한 뒤 페더러는 인터뷰에서 ‘멘털 게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결국에는 나달과의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이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서야 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우승은 다른 메이저 대회들과 달리 독보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마치 2009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을 때처럼 아주 오래 기다려온… 그만큼 갈망해온 트로피이기도 하고 또한 6개월의 부상 공백 뒤 얻은 우승입니다. 게다가 나의 라이벌인 나달을 상대로 해 얻은 승리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합니다.”
35살의 나이에 천적 나달을 극복한 페더러의 우승은 어쩌면 테니스 그랜드슬램 역사상 최고의 성취일 수 있습니다. 보리스 베커와 마이클 창의 17세 챔피언 등극과 로드 레이버의 캘린더 슬램 달성을 뛰어넘는 감동의 스토리입니다.
페더러는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목표였던 그랜드슬램 NO.18을 생각보다 일찍 달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페더러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자신을 이기는 것이 아닐까요?
약점에 주저앉는 인생이기보다는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페더러의 모습을 통하여 포기보다는 도전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게 됩니다.
벌써 2017년의 1월이 지났습니다. 2016년 밤 12시에 5, 4, 3, 2, 1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달려갑니다. 2017년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들은 어떠신가요? 잘 진행되고 계신가요? 2017년 한 해는 약점을 강점으로 극복하는 한 해로 계획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간구하는 날에 주께서 응답하시고 내 영혼에 힘을 주어 나를 강하게 하셨나이다> (시편 138 :3)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스쿨’을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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