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맘과 잔지깎기 맘’의 유혹에서 벗어나십시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일상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언젠가 저희 둘째와 같은 나이인 Year 2 키즈의 일과를 보면서 놀란적이 있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과후 스케줄이 빡빡하게 짜여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스케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놀라웠습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면서도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라는 혼잦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어딜가나 가라앉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이런 ‘열정 맘’의 이야기는 한국 맘들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전 ‘교육 천국’으로 알려진 미국과 캐나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들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성적 지상주의’로 인하여 결국 가정 파탄으로 이어진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자녀의 사회적 성공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삼고 도를 넘어 개입하고 다그친 부모의 비뚤어진 교육열에서 시작된 비극이기도 하였습니다.
얼마전 신문에 나왔던 ‘타이거 맘’ 가족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딸 ‘제니퍼’는 캐나다 토론토 북쪽 마캄시에 살던 베트남계 이민자 판(Pan)씨 부부의 자랑거리였습니다. 이들은 30년 전 이민 와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며 제니퍼를 키워 왔습니다. 제니퍼의 부모는 전형적인 ‘타이거 맘(호랑이처럼 엄하게 자녀 교육을 시키는 엄마 혹은 부모)’이었습니다. 한국·중국처럼 유교 문화의 영향이 깊게 베어있는 베트남의 교육열도 대단합니다. 판씨 부부는 딸이 공부는 물론이고 모든 분야에서 1등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도한 기대는 도리어 아이의 정서를 망가뜨리게 되었습니다.
제니퍼는 어릴 때부터 과외 활동과 숙제에 내몰려 새벽에 잠들곤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 손에 이끌려 네 살부터 피아노를 쳤고,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피겨스케이팅도 배웠야 했습니다. (참조-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너무 어린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아직 손가락 힘이 없는 상태에서 피아노를 잘못 배우게 되면 손가락이 휘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제니퍼는 부모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습니다. 성적은 항상 ‘올 에이(all A)’였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에 조기 진학했고 이후 아버지 뜻대로 명문 토론토대로 옮겨 갔습니다.
딸의 모습을 보며 판씨 부부는 흐뭇해 했지만 제니퍼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니퍼는 사실 매일 토론토 대학이 아닌 동네 도서관으로 향했던 것입니다. 성적표, 장학금, 명문대 진학 등 모든 것들은 부모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제니퍼가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꾸며낸 거짓이었습니다. 실제 제네퍼는 마지막 학기에 미적분에서 낙제를 하였고 결국 고교 졸업도 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니퍼의 실제 성적은 B”라며 “그의 부모가 용납하지 않는 점수”라고 했습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것은 대학 졸업식에 오지 말라는 제니퍼의 말을 의심하면서부터 입니다.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된 부모는 휴대폰, 노트북을 압수하고 데이트도 금지하는 등 제재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제니퍼는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2010년 부모 청부 살해를 꾸몄고 결국, 강도로 위장한 이 사건으로 모친은 즉사했고 부친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제니퍼는 25년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타이거 맘’의 진원지는 중국계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의 자녀 교육 방침을 소개한 ‘타이거 맘의 찬가’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에서 추 교수는 마치 호랑이가 새끼를 단련시키듯 자녀를 굉장히 엄하게 키웠다고 공개했습니다. 한 예로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는 두 딸을 엄동설한에 베란다 밖으로 내쫓았다든지, 매일 두 시간씩 악기 연주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습시켰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자녀 훈육법이 공개된 후 미국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육이 아니라 자녀 학대’라는 논란까지 나왔지만 미국내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타이거 맘처럼 행동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습니다.
추아 교수의 ‘타이거 맘’ 교육법은 그녀의 큰 딸이 하버드에 입학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추아 교수도 첫째 딸 소피아에게 성공했지만 둘째 딸 룰루한테는 실패했습니다. 추아 교수는 러시아 가족여행 도중 둘째 딸이 엄마의 교육이 지겹다고 소리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그후 자녀의 선택권을 존중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현지 잡지가 이 사건을 재조명한 것을 계기로 ‘타이거 맘’은 북미 아시아계 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계가 자신들이 어린 시절 받았던 높은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며 “아시아 특유의 엄한 교육이 더 나은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최근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명문대)를 비롯, 미국의 명문대 재학생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자 대학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선 최근 13개월 동안 6명의 재학생이 자살했고 남부 명문대인 ‘툴레인대’에서도 올해 들어 4명이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잔디 깎기 부모(lawn mower parents)’의 과도한 욕심이 학생들을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잔디 깎기 부모’란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해 학교와 취업 현장까지 나서 자녀 앞의 모든 장애물을 잔디 깎듯 해결해주는 학부모들을 말합니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극성 어머니를 뜻하는 ‘헬리콥터 맘’보다 더 자녀의 삶에 개입하는 스타일입니다.
2002년부터 10년간 스탠퍼드대 1학년 담당 학장을 지낸 ‘줄리 리트콧 하임스’ 교수는 “자녀와 수시로 통화하고 강의실에 등장해 수강신청을 대신하기도하며 교수 상담을 신청하는 학부모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하며 “‘헬리콥터 부모’ 수준에서 진화한 이 ‘잔디 깎기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성공에 대한 압박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학생들은 홀로서기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좌절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작년 자살을 시도한 펜실베이니아대생 ‘캐서린 드윗(20)’은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시킬때만 행복감을 느껴왔는데 대학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크게 좌절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이곳 먼 호주까지 와서 사는 이유가 아이들의 교육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환경속에서 키우고 싶은 부모의 결심이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했던 것입니다. 어떤 분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인생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아이들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희생을 보상 받기 위하여 아이들을 다그치는 것은 결코 아이들을 위한 방법은 아닐 겁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닙니다. 물론, 부모도 아이의 소유가 될 수 없습니다. 부모와 아이는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개체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한 보호자가 되어야 하고 아이는 그런 부모를 존경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를 관찰하는 부모가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부모가 된다고 합니다. 혹시나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타이거 맘’이나 ‘잔디깍기 맘’이 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십시오. 이런 것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큰 돌봄이 될 것입니다.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사도행전 20: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