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환영합니다(Willkommen)!”
난민을 섬기는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며
지중해는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지역에 둘러 쌓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에게문명을 꽃피운 지역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하는 멋진 풍경의 사진들과 그림들은 너무나 낭만적입니다. 그리스 신화등에 등장하는 웅장한 바다와 성경에 나온는 ‘큰 바다’ 또한 지중해를 의미합니다. 이렇듯 지중해는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요즘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로 불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떠난 난민들이 목숨을 건 탈출이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리비아 근해에서 600여명의 난민이 타고 있던 선박이 전복돼 20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4월에도 리비아 해안에서 난민선이 전복돼 770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행렬은 멈출줄을 모름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온 난민이 7월말 현재 22만4천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난민선 전복 등으로 목숨을 잃은 난민이 무려 2천100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들 가운데 육지를 통하여 탈출을 하는 사람들은 헝가리를 통하여 유럽으로의 탈출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뉴스에서는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일 헝가리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를 지나온 난민들을 태운 열차가 독일의 뮌헨역 플랫폼에 도착했습니다. 열차가 멈춰선 뒤 아직도 겁에 질린 표정의 난민들이 하나둘씩 나오자 줄지어 서있던 독일인들은 “환영합니다(Willkommen)!” 라며 힘것 소리를 쳤습니다. 이들 사이에 있던 한 신부는 난민에게 다가가 일일이 손을 잡고 격려했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등을 나눠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엄마 품에 안긴 채 열차 밖으로 나오는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풍선과 인형을 선물하기도 했고 중년의 한 남성은 난민들에게 옷가지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고된 여정에 지쳐있던 난민들은 독일인들의 따뜻한 환영에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살았다’라는 표정과 함께 환한 미소로 가득찼습니다. 어떤 사람은 간단한 영어로 “감사합니다 독일”, “독일 사랑해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메르켈은 천사(angel)”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기를 안은 한 난민 여성은 기쁨의 눈물을 닦으며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뮌헨 중앙역은 난민 쉼터가 되었습니다. 이동식 화장실과 의료 지원 센터가 들어왔고 음식과 각종 구호품 상자가 문비되었습니다. 이날 하루 뮌헨에 도착한 난민은 8000여명에 이르고 상당수가 시리아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서 왔습니다. 뮌헨시는 6일에는 난민 4500여명이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뮌헨에 도착한 난민들은 “우리를 반겨준 나라는 독일밖에 없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독일에 도착한 난민들은 연방정부의 분류 심사를 거쳐 독일 각 주(州)에 흩어져 있는 난민수용시설로 들어 갑니다. 이들은 앞으로 매월 현금으로 143~216유로(18만9000~28만6000원·성인 기준)를 받고, 음식·거주·의료 지원도 보장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 외무장관 회의에서 “독일이 이번에 난민을 받아들인 것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려해 내린 예외적 조치”라고 밝히며 독일의 이번 조치가 난민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뮌헨역에서 난민들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던 한 남성은 “난민에게 내미는 독일의 손길은 과거 전쟁을 일으켜 많은 이를 고통스럽게 했던 독일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왠지 이 말을 들으며 일본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독일인이 난민 구호에 뜻을 모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날 독일 도르트문트역에선 ‘네오나치’ 등 독일의 극단주의자들이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난민을 환영하는 독일인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일부 극우세력들은 난민 임시 처소에 불을 지르려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답니다. 또한 난민 수용에 유연한 사회민주당(SPD)도 극단주의자들의 당사를 폭파하겠다는 폭탄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 난민 문제로 인하여 독일 사회과 분열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합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독일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난민 관련 비용이 약 100억유로(13조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난민 1인당 1만2000~1만3000유로(1593만~1726만원)가 드는 셈인데 이 때문에 독일의 정치 지도자인 ‘지그마어 가브리엘’부총리는 “난민 문제가 독일 통일 이후 최대 난제”라고 말하고 메르켈 총리 또한 “난민 문제가 그리스 경제 위기보다 EU에 더 큰 도전”이라고 말하며 유럽연합의 다른 회원국도 난민 수용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메르켈 총리가 펼치고 있는 친(親)난민 정책에는 EU 회원국과 난민 문제를 분담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차피 EU에 들어오는 난민 40%가 ‘기회의 땅’ 독일로 모여들고 있으니 이들을 수용하는 모범을 보이면서 다른 EU 회원국이 난민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움직이는 일에 정치적 요소가 빠질 수는 없지만 이번 난민 문제를 통한 영향력의 확대는 ‘역시 메르켈’이라는 말을 나오게 만듭니다.
이런 독일의 행보에는 얼마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에이란 쿠르디’의 희생이 컸습니다. 3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인 에에란 쿠르디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아침 터키 해변에서 발견돼 전 세계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리게 했으며 이 소년의 죽음은 난민 수용에 제한적이었던 유럽 국가들의 마음을 여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빨간색 티셔츠와 파란 반바지의 이 꼬마는 터키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모래에 얼굴을 묻은 상태로 발견되었지만 그 모습이 잠을 자는 모습과 같았다고 합니다. 터키 언론 ‘아나돌루’는 쿠르디는 올해 초부터 고향에서 IS가 쿠르드 족과 잔혹한 전쟁을 벌이면서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고 합니다. 터키에서 소형 보트에 몸을 싣고 2일 그리스의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가 배가 뒤집히면서 쿠르디의 5살 된 형 ‘갈립’과 엄마도 함께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쿠르디 일행을 태운 소형 보트 2대는 23명을 태웠는데, 2대가 모두 전복되면서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모두 12명이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쿠르디의 가족이 올해 초 캐나다 정부에 난민 자격으로 이민신청을 했지만 거부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터키의 ‘도안’ 통신이 찍어 주요 외신이 보도한 쿠르디의 마지막 사진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파도에 씻겨져 버린 인류애(humanity washed ashore)’라는 글과 함께 공유되면서 애도의 물결로 이어졌고, 정부에 대한 난민수용 청원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가슴 아픈 사연은 제한적이었던 유럽의 난민수용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유럽 연합(EU)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는 독일입니다. 그런 독일이 국우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0% 의 난민들을 자국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자신들 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도 많을덴데 민감한 문제까지 관심을 갖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목사의 딸로 성장한 메르켈 총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위 안에서 링컨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주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 같지만 전쟁과 기근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난민의 문제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깊이 생각하며 기도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특별히,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이번 주일에는 특별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요한복음 13: 15)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 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크리스챤 커뮤니티’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Facebook/jameskiho.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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