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만들어낸 통합의 아이콘 읍바페 이야기
– 이민 가정 출신의 대표팀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가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 최강의 팀들이 우승컵을 놓고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한국은 1승 2패로 32개 참가팀 가운데 19위에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우승 후보인 독일을 2:0으로 이기며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우승컵은 프랑스가 들어 올렸습니다. 크로아티아를 4:2로 이기며 정상에 오른 것입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스타들의 탄생이 예고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의 다국적 혈통 선수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카메룬-알제리계로서 전설을 써나가는 10대 선수 음바페, 기니계로서 세계 최고 게임 조율자인 포그바, 말리계로서 세계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캉테, 카리브해 출신으로 세계 최고 수비수인 바란 등 프랑스는 23명의 국가대표 선수 중 21명이 이민가정 출신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마치 이 팀은 프랑스 대표팀이자 지구의 소수민족 대표팀 같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1998년 월드컵 우승 이래 프랑스 축구의 영웅 계보는 이민가정 출신으로 이어져왔습니다. 지네딘 지단과 카림 벤제마는 알제리계 무슬림이며, 티에리 앙리는 카리브해 출신, 파트리크 비에라는 세네갈계 프랑스인입니다.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인 마린 르펜이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피부색을 문제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축구대표팀의 인종 구성은 논쟁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백인 선수들이 국가대표 차출에 불이익을 받았다거나, 축구협회가 ‘더 하얀’ 대표팀 구성을 위해 인종 쿼터를 계획한다는 음모론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프랑스의 93지나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수십년 동안 옛 노동계급과 공산당의 영향력에 있었고 지금은 아랍과 아프리카 출신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파리 시민들에게, 93지역은 쇠락한 주택 개발 프로젝트, 범죄, 실업률, 그리고 무슬림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프랑스에는 여러 종류의 교외지역이 있지만 이를 뜻하는 프랑스 단어 ‘방리유(banlieue)’는 이민자들로 두드러지는 슬럼을 뜻하는 경멸적 표현이 되었습니다. 방리유 내에는 세계대전 이후 건설된, 르 코르뷔지에의 브루탈리즘 스타일을 띈 거대한 콘크리트 주택 프로젝트들로 채워진 도시(cité)들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유토피아로 구상됐던 이곳은 아쉽게도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집중된 곳이 되었습니다. 교외 지역(suburbs)으로 번역되는 프랑스어 단어 방리유는 언젠가부터 분열과 배제, 차별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여 왔습니다.
여기에는 나름의 역사가 있습니다. 봉디가 속해 있는 센생드니(Seine-Saint-Denis) 주를 비롯한 파리 인근 방리유들에는 아프리카와 아랍 출신 이민자 및 2~3세들이 대거 거주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정부는 몰려드는 옛 식민지 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서민용 아파트를 대거 지었습니다. 이후에도 파리와 가깝고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은 이민자들이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지표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이 프랑스 사회에 완전히 뿌리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파리 인근 방리유 지역들의 실업률(2017년 기준)은 11.4%에 이릅니다. 청년 실업률은 무려 23% 입니다. 주민 평균소득은 프랑스 평균에 못 미치고, 젊은층들에게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습니다. 교육 수준도 낮은 편이며 인구 중 청년층 비율은 평균보다 높습니다. 센생드니 주는 2005년 당시 사소한 사건으로 촉발돼 프랑스 전역으로 대규모 폭동이 번졌던 사건이 시작됐던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이 사건은 수십년 동안 시행됐던 프랑스의 이민자 통합 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올해 초 ESPN 은 봉디의 풍경을 전하며 ”고대 프랑스 마을 위에 누군가 소련 동네를 툭 내려놓은 것만 같다”고 표현했으며 ”오래된 성당이 남아있지만 색이 바랜 1960년대 아파트 단지들도 가득한 곳.” 프랑스 사회에서 소외된 이민자와 서민들의 도시로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곳에서 킬리안 음바페가 태어났고, 그의 축구 커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19세인 음바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스타로 꼽힙니다. 프랑스 국가대표 최연소 월드컵 득점자. 1958년 펠레 이후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 월드컵 결승전 10대 득점자. 러시아 월드컵 최우수 젊은선수상. 프랑스 최초 월드컵 우승(1998년) 이후 출생자 중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선수. 목록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음바페는 10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 높은 기량을 전 세계 축구팬들 앞에 선보였습니다. 폭발적인 스피드, 침착성, 골 결정력, 테크닉, 어시스트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왼쪽 발과 오른쪽 발을 가리지 않고 쓸 줄 알고 좌우 윙포워드와 최전방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췄습니다. 이미 그의 걸출한 기량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전문가들조차 이 19세 청년이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이렇게까지 뛰어난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월드컵에서의 돌풍 덕분에 음파베는 어느덧 축구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뒤를 유력한 선수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어떤 면에서 ‘축구 황제 대관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음바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10대 축구선수로 꼽혔습니다. 6살때부터 지역 축구팀 AS 봉디에서 훈련을 시작한 그는 10대 초반부터 재능을 인정 받으며 유럽의 내로라 하는 유명 축구클럽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음바페는 ‘빅클럽‘보다는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가 많은 팀을 선택했고,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였던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프랑스 프로축구 1부리그 AS 모나코에서 주전으로 도약하며 2016-17 시즌 26골을 넣었습니다. 팀 최연소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습니다.
그러나, 음바페의 고향 봉디가 속해있는, 93지역으로 불리는 센생드니 주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 격리 정책)”에 비유되곤 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총리는 피부색이나 이민자 출신이라는 이유 만으로 이곳 주민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을 일종의 ”가택연금”으로 묘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 실패는 프랑스의 뿌리 깊은 사회 문제로 꼽혀왔던 것입니다.
음바페의 성공이 그의 고향과 프랑스 사회 전체에 남긴 건 결코 작지 않습니다. 봉디 주민들은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음바페의 활약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주민들은 프랑스 국가를 목놓아 불렀고, 다함께 ‘프랑스’를 연호했습니다. 파리 도심에서는 ”교외지역에서 온 탱크탑 차림의 10대 흑인이 도시 출신인 폴로 셔츠 차림의 백인과 어깨동무를 하고 섰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습니다. 더 나아가 주민들은 봉디를 포함한 방리유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라고 합니다. 실빈 토마생 봉디 시장은 가디언에 이번 대회가 ”방리유 전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선사했다고 기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음바페와 그의 또래 선수들이 프랑스 사회를 바꾸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 선수들의 출신 지역인, 방리유의 청소년들에게, 그와 같은 선수들은 자부심과 희망의 원천이자 (이 지역을 둘러싼) 고정관념은 틀렸다는 증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 호주도 어렵게 참가를 했습니다.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호주이지만 아쉽게도 축구 국가 대표팀에서는 아시안을 찾아 볼 수 없있습니다. 호주국가 대표를 할 수 있는 인재가 아직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혹시나 찾아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라는 가벼운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는 읍바페와 같은 선수들이 호주의 이민 사회에도 자라나 통합의 아이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컬리지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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