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를 믿기보다 사랑으로 가르치는 교사를 믿고 싶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어이없는 사건이었습니다. 보육교사가 네 살짜리 아이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친 것도 충격이었지만 여기에 폭행을 당한 아이가 울지도 않고 곧바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김치를 주워 담는 모습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이런 일들이 얼마나 자주 일어 났으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부천 어린이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며 아이를 머리 높이까지 들었다 내팽개치는 폭력이 수차례 반복되는 장면이 공개되었을 때도 이것이 사실인지를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린이집 폭행은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주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늘 그렇듯이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앞다퉈 쏟아낸 각종 대책은 늘 ‘땜빵 대책’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물론 일부 학부모와 어린이집 전·현직 교사들도 ‘감시와 처벌’만 강화한 지금의 대처 방식은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아동 학대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는데 전체 어린이집의 21% 가량인 9천81곳에 설치된 CCTV를 모든 어린이집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부모가 요구하면 CCTV 영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또한 같은 날 당·정 합동 점검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뒤 18일 “교사들의 인권 문제와 결부돼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CCTV는 설치돼야 한다”고 정부 대책에 찬성했으며 복지부는 이달 중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세부대책을 내놓고 조만간 영유아보육법 등을 개정해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보육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놔둔 채 엄벌주의를 앞세운 이번 대책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종덕(58) 인천재능대 아동보육과 교수는 19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이미 사태가 벌어진 뒤 수습하는 미봉책이지 예방책이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일어난 어린이집에도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상습적으로 학대 행위가 벌어졌다”며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아동 학대는 반복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육교사 자격 요건 강화에 대해서도 일부 전·현직 어린이집 교사들은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졸속 행정이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학점을 취득해 얻는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과 달리 현행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은 같은 국가 자격증임에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17개 과목을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습니다. 1년 간 모 사이버대학 평생교육원의 인터넷 강의로 공부해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비교적 쉽게 따고 직장 어린이집에서 5년 간 근무하고 지난해 퇴사한 정모(34·여)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쉽게 자격증을 딸 수 있어도 보수가 적어 보육교사를 찾기 힘들다”며 “취업이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주부들이 인터넷 강의로 자격증을 땄다가도 막상 일해보면 쉽지 않아 금방 그만둔다”고 속내를 떨어 놨습니다. 정씨는 “초임 보육교사가 한 달에 받는 140만원은 호프집 아르바이트 월급 수준”이라며 “자격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도 함께 개선해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처우를 초·중등 교사들 수준으로 개선하면 보육교사 희망자가 몰려 자격 요건 강화는 필연적으로 이어진다는 조언하며 순서를 바꿔 자격 요건부터 강화하면 보육교사 부족 현상을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육교사 강모(29·여)씨 또한 “자격 요건을 강화할 때 보육교사 희망자의 인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 찍지만 말고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운 점을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학부모들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학부모 나선미(38·여)씨는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린 아동학대 근절 촉구 집회에서 “보육교사는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그 힘든 마음을 폭력으로 표출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또한 “열악한 교사 처우 등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동학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CCTV를 믿기보다 사랑으로 가르치는 교사를 믿고 싶다”고 눈물을 흘려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나 나나미’는 “로마의 멸망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라고 하였습니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온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은 무너져 내리는 한국의 보육교사 시스템을 보고만 있어선 않될 것입니다. 작년 4월 가라앉는 배를 어이없이 바라만 보아야 했던 ‘세월호 사건’이 생각납니다. 특별히, 당시 피해자가 어린 학생들이었다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더 어린 미취학 아동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픔니다. 바다 건너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하여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드니에도 한인들이 운영하는 많은 ‘훼밀리 데이 케어(Family Day Care)’ 센터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교회와 연관이 있든지 기독교인들이 운영하는 센터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어떤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우리 센터에 오는 아이를 대할 때 ‘예수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부모는 보내고 싶고 아이들은 오고 싶은 센터가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니라> (마가복음 9: 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