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나는 이북이 좋다.
혹, 글 제목을 보고 북한을 떠올리셨다면 당신은 레드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북은 우리가 떠나온 나라의 북쪽에 있는 춥고 배고픈 곳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럼 무엇이란 말이냐? 전자책(e-BOOK)을 이르는 것이다. 혹, 이북이라는 제목에 낚이셨더라도 괘념치 말고 전자책(이북) 세계를 소개받아 보시라.
어떤사람은 이민생활에 대해 항시 뭔가 이삿짐을 덜 풀어 둔 채 살아가는 찜찜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것은 호주에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하는 우리네 삶에 대한 짠한 표현이지만, 나는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이삿짐을 다 풀지 못했다. 이민 올 때 싸온 책 박스들이 좀 많았고, 이민 온 이후에도 책들을 계속 사다 날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사 모으는 재미를 이어가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번째는 배송료 부담이요, 두번째는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아파트 주차장에 책 박스들을 쌓아두었는데, 주차장에 어떤 것도 쌓아두지 말라는 레터를 받기도 했다.
땅 떵어리도 큰 나라에서 왜 이렇게 아파트를 작게 짓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러던 중 전자책을 알게 되었고 이제 전자책은 내 삶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더운 여름날 마시는 시원한 청량음료 같은 것이랄까 ?
그럼에도, 나는 사실 전자책 읽는 것보다는 종이책 읽는 맛을 더 좋아한다. 종이 넘기는 맛을 어떻게 전자기기가 따라가겠는가 ? 둘중의 하나만 고르라면 당연히 종이책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면 왜 전자책, 곧 이북을 소개하느냐 ?
그 놈도 그 나름의 맛이 있고,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북의 좋은 점을 열거해 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원하는 책을 실시간으로 구입해서 볼 수 있다는 거다.
배송료 부담 없이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고 다운로드 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선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가 인기 짱이던데, 땡길까 말까 고민이다.
두번째로는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이 많이 꼽혀있는 책장을 자랑으로 알던 허영심은 진작에 버렸기에 멋진 서재에 대한 미련은 없다. 오히려 항상 내 손안에 수백, 수천권의 책을 담을 수 있는 책장이 있다는 뿌듯함이 더 좋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골라 읽는 재미, 큰 부자가 된 느낌이다.
세번째로는 글자 크기다.
어김없이 찾아온 노안때문에 글자가 작은 책은 보기 힘든데, 전자책은 글자 크기를 조절 할 수 있어서 읽기 편하다. 글자가 크니, 시원시원 해 부러 ~
네번째로는 묘한 맛이다.
전자책도 나름대로 페이지 넘기는 맛이 있고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다. 나만 그런 것 같진 않다. 전자책을 알고 나서 책을 훨씬 더 많이 읽게 되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다음으로 이북 리더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이북 리더는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전용기기(e-Book Reader)를 뜻한다. 이북 리더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해하기 쉽게 질문식으로 풀어보겠다.
1. 영어와 한글 책 두 가지를 모두 사서 볼 수 있는 기기가 있는가 ?
없다. 물론 기기에서 영어와 한글이 표현은 되지만 책을 사 읽는 것은 별개의 얘기다. 영어책을 주로 읽을 분은 아마존닷컴에서 킨들을 사면 되고, 한글 책을 사서 읽기 원하면 한국에서 기기를 사야한다. 한국에서도 교보문고를 이용할 분은 교보문고 전용 이북리더를 사야하고, 그 외에는 예스24같은 서점에서 다른 기기를 사야한다.
한국내에서는 현재 ‘교보문고 vs 다른 서점 연합’으로 구도가 잡혀있다고 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교보문고 웹사이트나 예스24 웹사이트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아마존닷컴의 킨들을 사서 한국 서점의 책들을 구매해 집어 넣을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다만, 저작권이 없는 책이거나 풀려있는 책들은 한국책이라도 킨들에 넣어서 볼 수 있다. vise versa. 저작권이 풀린 책은 영어책이라도 한국 기기에 넣어서 볼 수 있다.
2. 테블릿으로 이북을 읽으면 어떤가 ?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다. 컬러 테블릿은 오랜 시간 보면 눈에 피로가 많이 오기 때문에 진정한 이북리더기라 할 수 없다.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볼 수 있는 방법들은 있지만 자신의 눈을 생각해 전용리더기를 구입하시길 권한다. 이북 전용리더기인 킨들은 120불 정도하며 한국 리더기들도 15만원쯤 하기에 큰 부담은 아니지 싶다.
3. 읽을만한 책은 많은가?
아쉽지만 아니다. 미국의 아마존 닷컴에서는 이북판매가 종이책 판매를 넘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이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전자책으로 제공되는 책들이 많지 않지만, 그 중에서 땡기는 것으로 골라 읽는다.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 그리고 점차 전자책 발행이 늘고 있어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영어의 경우 구텐버그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어서 무료 전자책들이 많이 배포되고 있다.
사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분들이 이북리더기에 접근하는 것이 조금 어렵다. 또한 아직은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기기들도 안정되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북은 작은 투자로 소박한 기쁨을 주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자녀들에게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 테블릿 대신에 이북리더기를 들려주면 어떨까? 작가들의 드넓은 세계를 배우고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데 있어 전자책도 하나의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자 시작한 부족한 글. 이만 줄인다.
한성면 (새순교회 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