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계 여성의 복식, 문화인가 종교인가!
호주는 최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보복 테러 대상국으로 지명한 가운데 지난달 10월 27일 ‘얼굴 없는 사람들’(faceless)이라는 단체가 호주 전역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KKK 복면, 모터사이클 헬멧, 니캅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수도인 캔버라 연방의회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하는 일이 있었다.
호주에서는 ‘이슬람 국가’(IS)의 테러 위협이 고조되면서 무슬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속출하는 등 반(反) 이슬람 정서가 확산하는 분위기에서 이들은 부르카가 공공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종종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을 자살폭탄 요원으로 이용한다. 이런 자살폭탄 테러는 여성의 몸을 수색하기를 꺼리는 문화와 맞물려 주로 이슬람권에서 발생했지만 9·11테러 이후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선 자국에서도 이런 테러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 커졌다. 특히 프랑스는 유럽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라 걱정이 더 많다.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슬람 여성의 베일은 형태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부르카(burka), 니캅(niqab), 차도르(chador), 히잡(hijab)이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여성은 가족 앞을 제외하고는 베일을 써서 몸을 가려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를, 얼마나, 어떻게 가릴 지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아 각 국가와 민족의 해석에 따라 지금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베일로 나타나게 됐다. 일반적으로 이슬람 원리주의, 근본주의를 표방할수록 신체 노출이 줄어든다.
‘부르카’는 가장 보수적인 베일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가리고 눈은 망사로 처리해 시야를 확보한다. 손에는 장갑을 끼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이 쓰는 것이 베일이고 이집트에서 베두인족 일부가 착용한다. 대개 푸른색이지만 검은색도 있다.
‘히잡’은 두건 모양이다. 히잡은 아랍어로 ‘ 가리다’ 혹은 ‘ 격리하다’라는 뜻을 가진 말에서 파생됐다. 얼굴만 내놓고 상체는 가슴까지 가린다. 입고 벗기가 쉽고 색상도 다양하다. 튀니지 같은 북아프리카 국가나 시리아에서 많이 쓴다.
‘니캅’은 눈 아래 얼굴을 가리는 수건이다. 주로 히잡과 함께 쓰며 니캅만 따로 쓰지는 않는다. 파키스탄이나 모로코 여성들이 많이 쓴다. 니캅도 색상이 다양하다.
‘차도르’는 이란어 “덮는다”는 의미로 이란에서 쓰는 망토형 베일이다. 검은색이며 속에는 주로 양장을 입는다.
이슬람 여성의 베일이라고 하면 검은색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실은 빨간색부터 검은색까지 가지각색이다. 모로코나 튀니지 같은 나라에선 베이지색 베일을 애용하고, 이란, 사우디, 예멘에선 검은색 베일을 주로 쓴다.
호주 보수파들의 부르카 금지와 토니 애봇 총리의 반대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호주 백인우월주의 과격단체 이른바 ‘얼굴없는 사람들’(faceless)이라 불리는 단체 회원들은 KKK(쿠클럭스클랜) 복면과 오토바이 헬멧, 니캅(이슬람 전통 복식의 하나) 등을 쓴 채 캔버라 연방의회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회 보안담당 직원은 KKK 복면이나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로는 의회에 들어갈 수 없다며 이들의 진입을 제지했다.
세르조 레데갈리 등은 호주 전역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이런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레데갈리는 기자들과 만나 “만약 당신이 무슬림 여성이라면 얼굴 전체를 가리고도 의회 진입이 허용되겠지만 비슷한 복장을 한 다른 그룹은 의회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 오늘 복면을 쓴 우리의 의회 진입이 허용되지 않은 것은 환상적인 일이지만 이런 규정은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의회의 보안규정에 따르면 부르카 차림의 무슬림 여성이 의회에 들어가려면 보안검사 과정에서 얼굴을 보여줘야 하지만 검사가 끝나면 부르카 복장으로 의회에 들어갈 수 있다.
최근 몇몇 보수파 의원들은 부르카 차림의 무슬림 여성이 의회에 진입하면 별도의 유리 칸막이가 둘린 좌석에 앉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토니 애벗 총리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무슬림은 물론이고 인권단체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부르카 금지법’은 근거 없는 이슬람 혐오증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팀 사우트포마세인 호주인종차별위원장은 “누구도 2등 시민처럼 취급 받아서는 안 되며 연방의회 내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 지금까지 어떠한 전문가에게서도 부르카가 특별한 안보위협이 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 억압의 상징’인 부르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일부 이슬람 문화권에선 여성의 베일 착용을 강제하고 어기면 처벌하고 있다. 이란, 탈레반 등이 대표적이다.
아니 수지에르 국제여성인권연맹 회장은 “얼굴을 모두 가리거나 몸과 얼굴을 파묻는 베일은 대놓고 여성의 존재를 없애는 것과 같다 … 부르카 금지법을 옹호해 달라”는 편지를 유럽인권재판소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女)권 신장을 위한 베일 금지 역시 이슬람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럽평의회 인권담당관인 토머스 함마베르그는 “부르카와 니캅 금지로는 억압 받는 여성을 해방시킬 수 없다 … 오히려 부르카 금지법이 유럽 사회에서 이들을 더 소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부르카 금지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한 파키스탄 출신 프랑스 여성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남편을 포함해 누구도 내게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부르카를 쓰고 벗게 할 수 있는게 있다면 그것은 법도 아니고, 여권 신장의 요구도 아닌, 오직 자신뿐이라는 의미다.
에듀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