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칼럼
틀짜기
어릴 적. 1970년대 대한민국에 대홍수가 났을 때, 그 중심에 있었다. 물의 위력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함을 바라보면서 망연자실 했던 시간들…
대자연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한숨을 지었던 시간들이었다. 물이 땅을 적당히 적실 때는 땅이 풍요로우며 풍성한 열매를 맺고, 아름다우며, 그것이 과분하게 넘칠 때에는 세상의 모든 더러운 것들, 잘못된 것들을 사라지게 하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풍을 통해 이 땅의 버려진 양심의 쓰레기들이 정화되는 기능이 있듯이, 물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에 꼭 필요한 것이 수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넘치면 몸에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듯 물은 인간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대로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 물을 통해 한 가지 배울 수 있는 것을 나누고자 한다. 물은 자기의 틀이 없다. 환경이 주어지는 대로, 모양이 있는 대로 담겨지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는 담겨진 대로 필요하게 사용되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물은 쓰여 지게 된다. 어떤 곳에서는 물이 많아 그것을 너무도 쉽게 버리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곳에서든 그것을 마시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오랫동안 청소년들과 함께 하면서 한 가지 터득한 사실이 있다. 청소년 시기에 어떤 가치관과 기준을 간직하느냐에 따라서 청소년들의 미래가 결정되기도 하고 그 주변이 긍정적이든 부적이든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데 청소년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와 부모들이 자녀들을 산업화 과정에서 모든 물건들을 일률적인 규격과 틀에 맞춰 대량생산하는 체계를 만들어 다가오는 시대를 기계적인 세계로 만들어 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 핵심이 바로 청소년기에는 어떤 틀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늘 변화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태어나면서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틀이 고착되어가게 된다. 그러기에 청소년들에게 어떤 틀을 만들어주느냐가 너무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틀을 만들어 주면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지고, 부정적인 틀을 만들어 주면 부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특별히 청소년들에게는 더더욱 상상을 초월한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인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과 사회에까지도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기에 틀을 만들어 주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그 것을 위한 체계를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 환경적인 것마저도 초월할 수 있도록 청소년기의 특성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는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선험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냥 주어진 대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결과로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사역을 해 오면서 부딪혔던 큰 고민이 있었다. 청소년들과 많은 시간들을 함께 해 보지만, 그들이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변하지 않는 가정의 환경으로 인해 원래의 자리로 다시 희귀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이 구축이 더 절실한 것이다. 시스템이 만들어진 후에는 부모세대를 위한 교육을 통해 자녀들을 바로 이해하며, 그들을 담아낼 수 있는 틀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지켜보며 협조자로 서야 할 것이다. 이렇게 동행하게 될 때, 우리가 맞이하게 될 다음세대는 좀 더 건강한 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과 교회, 지역사회, 국가 등 모든 커뮤니티가 하나 되어 이 일을 감당할 때 작은 희망을 그려볼 수 있다. 이 일을 이제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할 때, 미래를 위한 아름다운 틀이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윤석영 목사(히스교회 시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