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연재
크리스털워터스(Crystal Waters)의 생태디자인 코스에 다녀와서(1)
목 차
I. 공동모금/자원봉사/지역사회축제/자원보존
II. 생태환경센터(Eco-centre)/지속가능한 개발/생태마을/디자인코스
III. 커뮤니티센터/지역경제/지역교환교역체계
IV. 자원의 순환/지속가능한 개발/주민자치조직
I. 공동모금/자원봉사/지역사회축제/자원보존
크리스털워터스! 정말 탐방하고 싶은 곳이었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멜번(Melbourn)에서 기타를 타고 32시간 만에 브리스번(Brisbane)에 도착하였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웠다. 브리스번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캐나다에서 온 방문객과 공동체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는 트리스털워터스를 방문할 계획인 나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며 조언을 많이 해 주었다. 다음 날 기차에 다시 몸을 싣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랜스버러(Landsborourgh)에 도착하였다.
랜스버러는 박물관과 지역축제가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으며 역사, 산업, 성장과정, 문화, 경제 등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모금함도 눈에 뛰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호주 전 지역에 걸쳐 작은 모금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건물 앞, 슈퍼마켓, 시장, 박물관, 화랑에서 퇴역군인, 청소년,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계층이 중심이 되어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불짜리 꽃을 팔고 있었다. 여기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그들의 잠재적 호의(好意)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었으며 조상 대대로 지켜온 삶의 터에 대하여 긍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평일인 어느 날 우리나라의 재향군인회와 비슷한 퇴역군인 회원들이 거리에서 모금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가 점심시간 바로 전이었다. 나는 슈퍼마켓에서 생활용품을 산 후에 모금함에 성의를 표시하려고 12시 30분쯤 밖으로 나왔다. 모금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회원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치 슈퍼마켓에 왔던 한 아주머니가 나의 모금 분위기를 파악하고 회원들에게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주민들도 모금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성의를 알아차리고 세련된 매너로 안내해 주고 있었다.
재활용가게를 돌아 보았다. 할머니와 중년 여성 회원 몇 분이 자원하여 봉사하고 있었다. 민속춤, 가장행렬, 가요제, 모금운동, 태권도시범, 전시공연 등이 중요한 프로그램이였으며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다양하게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았다. 태권도 시범의 경우 8세부터 50세에 이르는 30여명이 남녀회원들이 참가했는데 유단자들을 중심으로 시범을 보여주었다. 구령은 하나, 둘, 셋…. 열중쉬엇, 뒤로돌아… 우리나라 말이었다. 오랜만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축제가 시작되면서 트럭 위에서는 아코디언, 트럼펫, 플롯, 드럼, 섹소폰 등 온갖 악기를 동원하여 흥을 돋우었고 길거리에서는 라이온즈클럽 부부회원들이 지역사회봉사를 위해 닭꼬치를 바비큐대에 올려놓고 주민들을 맞이하였다. 회원들은 카우보이 모자에 노란색 유니폼 그리고 앞치마를 했으며, 화기애애한 가운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성회원들은 이 행사의 목적에 대하여 방문객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이 클럽의 한 남성회원은 닭꼬치가 맛이 좋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았는지 1개를 더 주었다. 이 행사는 주님들이 한 데 어울려 서로가 관심을 보이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자율적으로 참여한 주민중심적인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랜스버러에서 오후 4시경 멜레니(Maleny)로 출발하였다. 인구규모 3,000여 명의 멜레니는 크리스털워터스의 배후지역으로 호주 북부지역에서 경치가 좋고 아름다운 곳이다. 주말에는 브리스번 등 멀고 가까운 지역에서 이곳으로 오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소도읍지이지만 도로변에는 교회, 화랑, 커뮤니티센터(Community Centre), 박물관, 도서관, 신용협동조합, 공예점 등이 입지하고 있다.
멜레니는 현대식 건물과 오래된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호주의 상징적인 소도읍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비록 낡고 오래되었지만 그것을 보존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예가 많았다. 모든 사람들이 건축양식을 통하여 과거를 이해할 수 있고 현재 그것이 되살아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좋은 사례로 기억될 것 같았다. 갑자기 스웨덴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랜된 미래’가 생각이 났다. 멜레니에서 크리스털워터스로 가는 도중 곳곳에는 자원재활용 모형이 눈에 띄었다. 버려진 통나무를 잘라 머리를 만들고, 나무뿌리로 수염을 붙이고, 못쓰는 철을 이용하여 몸통을 이루게 하고, 썩은 나무로 팔을 만든 사람의 모형이었다.
드디어 오후 5시 30분경 크리스털워터스에 도착하였다. 숲속과 산골짜기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고, 맑은 시냇물은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구릉지와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집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조선 숙종때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살 터를 잡는 데에는 지리(地理), 생리(生理),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을 강조하였는데 이곳도 전체적으로 지리·경제·사회·생태적 환경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짐을 맡기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참가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밤 8시경 숙소로 향했다.
크리스털워터스의 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이었다. 아니 밤하늘의 별들이 바로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가로등도 없고 개구리 소리만 처량하게 들리는 캄캄한 시골길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새벽 5시! 잠자리에서 눈을 뜨니 밖에서는 새소리와 닭울음소리가 요란하였다. 조금 있으니 소들이 “음메” 소리를 내면서 기지개를 폈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니 현관 앞에서 캥거루 네 마리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놀랍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였다.
여기저기에서 캥거루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평화롭게 뛰어 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스리랑카 친구 난다나와 반둘라가 자전거를 타고 오솔길을 지나고 있었다. 별안간 캥거루가 점프를 하면서 자전거를 뛰어 넘어 지면에 가볍게 내딛는 모습을 보며 캥거루들의 다리 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호주의 여러 도시를 탐방하면서 캥거루는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아주 바로 곁에서 볼 수 있었다. 이것은 크리스털워터스 안에 캥거루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게 퍼져 있고,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털워터스는 풍부한 야생생물이 자라고 있다. 오리너구리, 코알라, 주머니쥐, 바늘두더지, 포섬, 박쥐, 개구리(26종 이상), 새(160종 이상), 뱀, 물고기 등은 자주 볼 수 있으나 고양이와 개는 찾아볼 수 없는데 이것은 야생생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체 내규로 사역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하늘에서는 새들이 날아 다니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팔뚝만한 새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날아 오는데 목덜미 뒤로 긴장감이 돌면서 뒤통수가 이상하고 머리카락이 서는 것 같았다.
크리스털워터스의 빡빡하게 들어찬 나무와 숲은 해마다 옷을 갈아입고 있지만 주민들에 의하여 다시 심어지고 관리된다. 이것들은 뗄나무와 건축목재로 사용되며, 야생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있다. 주님들은 전화, 팩스, 이메일로 외부지역과 연결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항상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 이웃끼리 자주 만나 협동하며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여기서설과 스포츠시설도 있고 낚시질, 숲, 산책, 수영, 들새 관찰, 산악자전거, 카누 등은 항상 집 가까이에서 즐긴다.
모든 안내판은 나무로 되어 있다. 카페, 빵집, 생태환경센터, 지역사회센터, 태양열주택, 훈련센터, 청소년의 집, 정보센터, 놀이터, 숙소, 서점,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15개국에서 온 250여 명의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은 지속가능한 공동체생활ㅇ을 영위하기 위해 크리스털워터스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독신으로 15년 동안 살고 있는 Peter씨는 사유재산을 인정받으면서 외부생활도 영위할 수 있는 크리스털워터스에 대하여 매우 만족스럽게 삶을 영위하고 있다.
주민들의 다양한 교육·예술·정신·기술적 배경은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쓰레기 제활용시스템과 혁신적인 건물, 그리고 대안에너지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주민들은 사업(생태디자인상담, 건물, 정원관리, 건강/치료서비스, 교육서비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외부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새들과 동물의 서식처로 그리고 사람들의 평화로운 안식처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털워터스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신선한 음식 등으로 유명하다.(다음호에 계속)
구본영 교수
(지역사회학 박사, 호주 시드니 유학생 선교사)
kbymb@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