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연재
호주 크리스털 워터스(Crystal Waters) 생태공동체
자연과 인간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곳
화려하고 값진 금은보화가 숨겨진 보물섬을 찾아가는 길은 늘 어지럽고 힘들지만, 크리스털 워터스로 가는 길은 이정표가 친절하게 일러준다. 호주 퀸즐랜드 북서쪽 외딴 숲속에 자리잡은 크리스털 워터스, 늘 앞서 나가는 과학의 편리함, 기름지고 넘치는 물질적 풍요, 세련되고 빛나는 라이프스타일이 없는 곳이 왜 꿈의 이상향인지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하나씩 설명된다.
구릉 여기저기 연못과 저수지가 눈동자처럼 또렷이 박혀있고, 길은 흙냄새를 풍기며 포장되지 않아 소박하며, 빽빽이 들어선 나무는 숲을 이루어 그 사이 너무 복잡하고 크지 않게 지어진 집들과 화음을 맞추듯 어우러져 있다. 아름답다! 그 첫 느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숲에서는 캥거루가 튀어나온다. 마을 곳곳 삼삼오오 무리지어 평화롭게 뜀박질하는 캥거루 떼는 제 아무리 호주가 캥거루의 나라라 해도 보기 쉽지 않은 광경이다. 세계 최초의 생태공동체마을을 표방하며 지어진 크리스털 워터스의 제1원칙인 ‘철저히 자연 그대로, 자연과 함께’를 몸소 간증하는 야생동물은 캥거루 말고도 마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크리스털 워터스에는 풍부한 야생생물이 자라고 있다. 오리너구리, 코알라, 주머니쥐, 바늘두더쥐, 포섬, 박쥐, 개구리(26종 이상), 새(160종 시아) 등. 그러나 고양이와 개는 찾아 볼 수 없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체 내규로 사육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들과 동물들의 서식처로, 그리고 사람들의 평화로운 안식처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털 워터스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신선한 음식 등으로 유명하다. 크리스털 워터스의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과 숲은 해마다 옷을 갈아입고 있지만 주민들에 의하여 다시 심어지고 관리된다. 이것들은 인간에도 유용한 이로움을 주지만, 무엇보다 야생생물의 서식지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지구생태 특별시
크리스털 워터스 입구에 들어서면 첫눈에 찾아볼 수 있는 건물이 있는데 바로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커뮤니티센터이다. 누구든지 출입이 자유로우며 공동체의 역사, 교육, 관광, 시설이용을 비롯하여 각종 코스, 프로그램, 업종, 생태디자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커뮤니티센터는 크리스털 워터스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나가다가도 한 번씩 들르게 된다. 가구별로 우편함이 설치되어 있으며, 각종 공지사항, 생활용품, 행사일정 등에 관한 정보도 수집할 수 있고 친교활동도 행해진다.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회의는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정기적으로 개최되는데 주님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토론문화에 익숙해진다.
이곳에는 15개국에서 온 250여명의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공동체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크리스털 워터스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주민들은 전화, 이메일 등으로 외부와의 연결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 이웃과 자주 만나고 협동하며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크리스털 워터스 내에는 여느 도시와 같이 스포츠시설 및 각종 편의 시설도 있고 낚시, 수영, 산악자전거, 카누 등의 여가를 집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여기서 독신으로 15년 동안 살고 있는 피터(Peter)씨는 사유재산을 인정받으면서 외부생활도 영위할 수 있는 이곳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다양한 문화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의 교육, 예술, 정신, 기술적 다양성을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로 발산된다.
주민들은 각자의 사업(생태디자인상담, 건물·정원관리, 건강·치료서비스, 교육서비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외부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기업의 유형은 생태마을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 퍼머컬쳐 정원사, 생태관광, 생활기능농장, 치즈제조, 조직적인 정원관리, 자연화장품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런 크리스털 워터스의 기업들을 ‘지속가능한 기업’이라는 모토로 자원을 보존하고 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곳에서는 주부들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사에 전념하다가도 잠시 시간을 내어 제품에 대한 홍보 및 판촉활동을 한다. 관광객들이나 코스 참가자들이 식사 후에 쉬는 시간에 방문하여 치즈 원료와 효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주문을 받아 판매하기도 한다. 따라서 판매자와 소비자가 함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결국 공동체경제활동은 작은 업종들에 의해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공동체자치를 가능하게 하며, 건전하고 민주적인 공동체로 발전해 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동기가 된다. 왜냐하면 작은 지역사회 안에서의 개별적인 경제활동은 비용이 많이 들어 유용한 경제정보를 수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마케팅은 시간, 공간, 비용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가져올 수 있다. 즉, 공동마케팅은 조직화된 경제활동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지역경제를 건전하게 만든다.
퍼머컬쳐의 철학으로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삶
크리스털 워터스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모토로 ‘퍼머컬쳐(permaculture)’를 표방하고 있다. 퍼머컬쳐란 ‘영구적인(permanent)’에 ‘문화(culture)’ 또는 ‘농업(agriculture)’을 붙인 합성어로서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일종의 생명운동이며, 자연과 공생하는 무공해농법과 자급자족적인 공동체로서의 삶이다.
크리스털 워터스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지구적 생태마을 너트워크(The global ecovillage network)’는 환경과 디자인 그리고 지역사회개발에 관한 특별코스를 개설하고 운영해 오고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일 퍼머컬쳐 코스는 크리스털 워터스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코스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정원관리기술과 신선한 건강식품 재배법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근처에 있는 여러 지역을 견학하며 현장체험을 통해 퍼머컬쳐의 개념과 생활에 실제로 적용되는 삶의 방식에 대해 배운다.
퍼머컬쳐 디자인코스는 참가자들에게 생태주택의 지다인과 지역사회를 활력있게 하며 생태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특히 퍼머컬쳐 실습은 이론을 바탕으로 생태경제적 측면의 상호연계성을 강조하며 인간과 지역사회의 의미있는 관계를 다룬다. 농업기술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퍼머컬쳐의 핵심이다.
숫자가 제일 중요하지는 않다
크리스털 워터스의 건축물들은 생태적으로 지어진다. 생태 환경센터 역시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되었다. 이 설계에는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와 장기적인 크리스털 워터스의 비전까지 반영되어 장애인들도 접근이 용이하다. 태양열 에너지와 적합기술을 이용한 벽은 한여름에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고 겨울에는 따뜻함을 유지해 준다. 실내공간에서는 세미나, 영화상영, 각종회의, 오락, 컴퓨터, 도서열람 등이 가능하며, 좌담, 레크레이션, 공연, 도서전시 등의 장소로도 활용된다. 실내공간을 신발을 신지 않는 맨발공간으로 디자인 하였으며 걷기에는 아주 편한 나무로 바닥을 제작하였다. 창문은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더운 공기가 이 창문들을 통해 밖으로 이동한다. 지붕은 아연 알루미눔을 입힌 강철을 재료로 선택하였다. 왜냐하면 강철은 아주 놓은 에너지 효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혁신적인 건물과 대안에너지 활동은 방문객들에게 무척 깊은 인상을 남기는 부분이다.
크리스털 워터스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순환하며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웃으면서 욕식을 줄이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숫자나 물량을 기준 삼지 않고, 개발활동을 경제적 가치 이상의 그 무엇을 지향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형태는 수수하지만 좀 느리고 아름다웠고, 과거를 돌아볼 줄 알고 전통을 보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귀한 가치가 살아있는 듯 했다. 크리스털 워터스 주민들의 삶! 이곳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파괴된 삶의 모습을 바꾸고 공동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배움의 장이다.
우리는 개발이 곧 경제성장인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과 삶의 질 향상에 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힐 일이다. 개발로 인하여 공동체가 파괴된다든가 경쟁심과 욕심이 과도하게 높아진다면 그것은 소외와 불평등만 가증시켜 인간성의 상실을 초래한다. 아무리 바빠도 그 가운데 여유가 있는 크리스털 워터스 주민들의 삶이 아름답다.
구본영 선교사
(지역사회학 박사, 예·성 목사, 호주 시드니 유학생 선교사)
kbymb@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