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묘비명을 생각한다
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
도산에서 물러나 만년을 숨어산 진성 이씨의 묘

乘化歸盡 復何兮也 (승화귀진 부하혜야)
퇴계 선생의 묘비명이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자연의 한조각으로 돌아갔으니 다시 무엇을 구하리요” _ 박광하 (본지 고문) ‘고 박원순 영결식에 즈음해서’
조선의 유학자 퇴계 이황의 묘비명 내용이다.
퇴계의 ‘자작’ 묘비명으로, 퇴계가 자신의 묘비명을 스스로 짓게 된 것은 자신이 죽은 후 제자나 지인이 쓸 경우, 꾸미고 과장되이 지어 남세스러움을 살까 저어한 때문이다. 묘비명은 대철학자답게 자신의 생애를 4언 24구, 96자로 압축한 것으로, ‘조그만’ 돌에다 새기게 했다.
生而大癡 壯而多疾 中何嗜學 晩何叨爵
學求愈邈 爵辭愈嬰 進行之跲 退藏之貞
深慚國恩 亶畏聖言 有山嶷嶷 有水源源
婆娑初服 脫略衆訕 我懷伊阻 我佩誰玩
我思古人 實獲我心 寧知來世 不獲今兮
憂中有樂 樂中有憂 乘化歸盡 復何求兮
나면서 크게 어리석었고 자라서는 병이 많았다.
중년에 학문을 좋아하게 되었고 느지막에 벼슬길에 들었네.
학문은 갈수록 멀어지고 벼슬은 마다해도 자꾸 내려지네.
나아가기가 어려우매 물러나 은거하기로 뜻을 굳혔네.
나라의 은혜 생각하면 심히 부끄러우나 진실로 성현의 말씀이 두려웠네.
산 높디높고 물 쉼 없이 흐르는 곳.
벼슬을 벗어던지고 돌아오니 뭇 비방이 사라졌구나.
내 품은 생각 여기서 그친다면 누가 내 패옥을 즐겨하리오.
내가 고인을 생각하매, 고인이 먼저 내 마음을 얻었으니,
오는 세상에서 어찌 오늘의 내 마음을 모른다 하리.
근심 속에 낙이 있었고, 즐거움 속에 근심이 있었네.
조화를 좇아 사라짐이여,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 퇴계의 묘비명 – 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

도산에서 물러나 만년을 숨어산 진성 이씨의 묘
퇴계 이황께서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쓴 묘갈 자명 (自銘, 스스로 쓴 비명)이다.
생이대치 장이다질 중하기학 만하도작 (生而大癡 壯而多疾 中何嗜學 晩何叨爵)
– 타고남이 크게 어리석었고, 장성해서는 병도 많았네, 중년엔 어쩌다 학문을 좋아했으며, 만년에는 어찌하여 벼슬길에 들어섰나.
학구유막 작사유영 진행지겁 퇴장지정 (學求猶邈 爵辭猶嬰 進行之跲 退藏之貞)
– 학문은 구할수록 더욱 아득해지고, 벼슬은 사양할수록 오히려 얽혀드는구나, 세상에 나아가선 서툴렀으니, 물러나 은거할 뜻 굳게하였다.
심참국은 단외성언 유산억억 유수원원 (深慙國恩 亶畏聖言 有山嶷嶷 有水源源)
– 나라 은혜에 심히 부끄럽고, 성현의 말씀을 진실로 경외하였네, 산은 높디높고, 물은 끊임없이 흐르는구나.
파사초복 탈략중산 아회이조 아패수완 (婆娑初服 脫略衆訕 我懷伊阻 我佩誰玩)
– 벼슬 버리고 돌아와 한가로이 지내며, 뭇 비방을 벗어났다네, 내 품은 생각 이제 그치었으니, 내가 지닌 뜻을 누가 즐기리.
(중략)
우중유락 락중유우 승화귀진 부하구혜 (憂中有樂 樂中有憂 乘化歸盡 復何求兮)
– 근심 속에 즐거움이 있었고, 즐거움 속에서도 근심은 있었네. 조화를 타고 자연으로 돌아가나니,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묘갈 명은 주로 고인에 대한 나쁜 것은 빼고 좋은 점만 기록하는 속성이 있으나 퇴계 선생께서는 사후에 제자들이 칭찬할 것이 걱정이 되었는지 돌아가시기 전에 겸손한 마음으로 행적 위주로 꾸밈이 없고 진실하게 묘갈 자명을 쓰셨다.
묘갈과 묘비는 개인과 가문의 역사이자 후손들의 지표이다.
○ 퇴계 이황 묘소와 자명 (自銘)

퇴계 선생이 죽기 며칠 전에 쓴 자명 (自銘, 스스로 쓴 비명)이다. 8언 연시로 구성되어 있다.
生而大癡 壯而多疾 中何嗜學 晩何叨爵 (생이대치 장이다질 중하기학 만하도작),
叨: 탐낼 도
타고남이 크게 어리석고 자라서는 병도 많았는데 중년엔 어쩌다 학문을 즐겨했고, 만년에 어이하여 벼슬을 받았던고
學求愈邈 爵辭愈嬰 進行之跲 退藏之貞 (학구유막 작사유영 진행지겁 퇴장지정),
愈:나을 유, 더욱, 邈: 멀 막, 嬰: 간난아기 영, 더하다. 跲: 넘어질 겁
학문은 구할수록 아득하고, 벼슬은 사양해도 더욱 주어지는데 나아감에는 잘못도 있었고, 물러서는 갈무리에는 곧게 하였네.
深慚國恩 亶畏聖言 有山嶷嶷 有水源源 (심참국은 단외성언 유산억억 유수원원),
慚: 부끄러울 참, 亶: 미뿔 단, 嶷: 산이름 의, 높다. 源: 근원 원, 끊이지 않고 흐르는 모양
나라 은혜에 심히 부끄럽고, 성현의 말씀 진실로 두려운데 산은 의연하게 높이 솟아 있고, 물은 끊임없이 흐르는구나.
婆娑初服 脫略衆訕 我懷伊阻 我佩誰玩 (파사초복 탈략중산 아회이조 아패수완),
婆: 할미 파, 娑: 춤출 사, 訕: 헐 뜯을 산, 伊: 저 이, 阻: 막힐 조, 佩: 찰 패,
처음 뜻대로 자유롭게 소요하니, 뭇사람의 비웃음을 벗었지만 내가 품은 생각 누가 알 것이며, 내가 지닌 패물 누가 즐겨 줄 것인가
我思古人 實獲我心 寧知來世 不獲今兮 (아사고인 실획아심 영지래세 불획금혜)
내 옛사람을 생각하니, 진실로 내 마음과 부합하는 구나 어찌 오늘 세상을 알리요만은 지금과 부합하지 않겠는가?
憂中有樂 樂中有憂 乘化歸盡 復何求兮 (우중유락 락중유우 승화귀진 부하구혜)
근심 속에 즐거움이 있었고, 즐거움 속에서도 근심은 있었네. 천명으로 살다가 돌아가니, 이 세상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요.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