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희망사항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한 남자는 자신의 희망사항을 이렇게 노래했다. 2016년이 밝은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비록 호주에 살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해를 맞았지만 말이다. 나만 그런 걸까? 이상하게도 새해가 되면 기분이 참 우울해 진다. 나이 한살 더 먹은 것도 그리 반갑지 않고 책임감 없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도 너무 답답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의 한 부분 중 아버지와 딸의 대화 내용이다. 아버지는 의기소침해진 딸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 딸은 꿈이 뭐야? 어떤 사람이 젤로 되고 싶어? 아빠가 언니보다 너 팍팍 밀어줄 테니까 얘기해봐” “없어. 난 꿈이 없어 아빠.. 한심하지? 나 진짜 멍청한가봐” 꿈이 없다는 고3 딸에게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 괜찮다고 하는 아버지의 말. 그런데 사실 나 또한 꿈이 없다. 꿈을 포기한게 하니라 꿈 자체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희망사항이나 앞으로의 진로 등을 수없이 강조해서 들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고민 하는 것이 아니라 꿈이 없어 고민한다. 학창 시절에는 집과 학교를 들락날락 거리며 그냥 시간을 보낸 것이지 희망적인 생각 같은 건 하지 못했다. 대학을 진학 할 때도 목적을 두고 과를 정한 것이 아니라 성적에 맞춰 갔던 것이고 다행히 선택한 식품영양과가 잘 맞았을 뿐이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다음코스인 직장에 취직 했다. 전공한 과에 맞춰 영양사가 된 것이다. 아무 고민 없이 10년을 다녔고 평범하고 안정된 직장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이건 분명 나의 희망이나 꿈이랑은 상관없는 일 이었다. 왜냐하면 내 안에 진정한 기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난 왜 이럴까…희망도 꿈도 없다니 정말 한심하다. 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다. 결혼해서 호주에 와 아이를 낳고 이렇게 저렇게 살고는 있지만 남편의 사역을 옆에서 돕는 것이 또는 하람이를 키우는 것만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닌 것이 확실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처럼 새해가 되면 한없이 고꾸라지는 것 이다. 그렇다면 나의 꿈, 희망은 뭘까 호주에 정착 하는 것? 그래. 이것도 희망사항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정착한다면 그 다음은 뭘까. 물질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 맞다. 조금 속물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솔직한 심정이다. 그것까지 이룬다면 그 다음 나의 꿈은 무엇이 될까? 건강하게 장수하며 오래 사는 것? 그러나 나는 또다시 너무 뻔한 결말에 희망을 접는다. 아직 누리지 못해 단지 그래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진정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람이가 벌써 2학년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조금 컸다고 앵그리버드니 토마스같은 장난감 보다는 레고를 더 찾는다. 부모님들이 다 아시겠지만 레고는 참 비싼 장난감이다. 작은 것도 보통 20불이 넘는다. 그런데 그런 것은 도대체 성이 안차는지 자꾸 크고 어마어마한 것을 사달라고 조른다. 비교적 나는 강하게 타이르고 설득하는 편에 속하는데 남편은 마음이 약하다. 하람이가 몇 번 조르면 못 이기는 척 사주고는 엄마에게 늘 비밀로 하라고 한다. 그러나 어디 하람이가 그러겠는가. 사고 나면 냉큼 나에게 와서 자랑을 하는데 결국 모든 비난과 화살은 아빠에게 쏟아진다. “하람아! 그런데 왜 레고가 좋은 건데? 한번 조립하면 망가질까봐 잘 건드리지도 못하면서”하고 물었더니 “내방이 멋있어 지잖아. 보면 기분이 좋아” 아니, 고작 그 이유라니? 그러자고 비싼 레고를 샀던 거니? 정말 너무 어이가 없다. 조립 하는 게 재미있다거나 어떤 캐릭터가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장식용이라면 싸고 좋은 것도 많잖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아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래도 그것만으로 행복하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우리 꿈의 목적은 늘 희망과 사랑이다. 좀 더 행복하고 좀 더 즐겁게 살기 위해 우리는 꿈을 꾼다. 그렇다면 어떤 꿈이 우리에게 영원한 기쁨을 줄 것인가. <재산을 잃어도 좋다. 원컨대 하나님의 거룩한 얼굴을 잃지 않기를, 병들어 괴로워도 좋다. 원컨대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의심하지 않기를, 사람에게 버림받아도 좋다. 원컨대 하나님께 버림받지 않기를, 하나님은 나의 전부. 하나님을 잃으면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우리에게 아버지를 보여 주소서. 그러면 족하리이다. 내 일생의 목적은 하나님을 보고 그 분을 내 소유로 삼는 것, 오직 그 뿐이다.-일일일생->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 그것만이 나의 꿈이 되는 시점이 올까. 그분께 나의 삶을 온전히 맡기고 이끄심에 따라 부유함이나 건강함이나 권세나 세상의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그런 날이 올까. 그래서 2016년 올해는 내 꿈을 내가 정하기보다는 하나님께 맡겨볼까 싶다. 하나님이 주실 꿈을 품고 가는 한해. 꿈이 없는게 아니라 하나님이 넣어 주실 때까지 비워 둔 것이라 나름 위로 하며.
박은정 사모(우리장로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