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31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속 에피소드)
하람이의, 하람이에 의한, 하람이를 위한
오늘 따라 이상하게 기분이 계속 우울했다. 몸이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멍한 게 왜 그런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가 문든 어제 하람이를 심하게 꾸중한 일이 떠올랐다, 평소 에너지가 넘치고 활발한 게 하람이의 장점이지만 간혹 그게 단점이 될 때도 있다. 특히 어제 같은 경우에는 유난히 하람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는 바람에 참지 못하고 결국 회초리를 들고 만 것이다. 큰 목소리로 하람이를 혼내면서 한편으론 왜 이토록 화가 나는지 하람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하람이가 그러는 건 늘 일상처럼 있는 일인데 스스로 내가 이렇게 감정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었나 싶으면서도 끝내 무섭게 하람이를 혼내고서야 모든 일이 끝났다.
그런데 그때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몸의 기운이 쭉 빠지면서 우울해졌던 것이다. 아이를 설득력 있게 훈육(訓育)하지 못하고 내 감정을 앞세워 약한 아이를 다그친 것은 결코 엄마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하나님이 나에게 1명의 자녀만 주신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2~3명을 키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는 나로서는 하람이 한명으로도 족하고 감사할 뿐이다. 하람이는 과연 무엇 때문에 자신이 오늘 그토록 엄마에게 혼이 났는지 알고나 있을까? 그저 무섭게 변한 엄마의 얼굴만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까? 잠든 아이가 그렇게 혼나고도 내 품으로 안기는걸 보며 후회가 물밀 듯 밀려 왔다. 하람이가 아기 였을 때 혼자만의 육아에 나는 너무 피곤해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깨기를 반복하다 나는 어느 날 아기인 하람이의 엉덩이를 따끔하게 한 대 때리고는 둘이 밤새 펑펑 울었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이토록 선명한데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만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내 생각처럼 되는 건 없지만 그래도 아이가 생기는 것은 인간의 일중 가장 은혜롭고 고귀하며 그만큼 힘들고 사랑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하나님의 섭리 안에 탄생한 아이는 어쩌면 그 가정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또 다른 애정표현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람이를 하나님이 잠시 우리에게 맡기신 사랑의 선물이라 생각하지 않고 내 소유인 것 마냥 함부로 대했던 것이다. 하람이가 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의 감동, 처음 옹알이를 하던 던 순간, 얼굴보다 큰 모자를 쓰고 학교에 입학하던 얼마 전, 나는 그 순간순간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론 어는 순간부터 다른 일에 더 집중하며 하람이가 스스로 어른처럼 행동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꾸중하고 탓하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 아이는 아이답고 어른이 어른다운 것이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하람이를 위한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다. 아이가 아이일 시간은 너무 짧다, 아이들은 금방 성장하고 자라나니 아직 시간이 있을 때 하람이를 위한 시간을 좀 더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1. 하람이에게 기도부탁을 한다. 듣는 기도가 익숙한 하람이에게 하루에 한 가지 기도제목을 주고 스스로 입을 열어 기도할 수 있도록 한다.
2. 많이 논다. 산책도 하고 놀이터고 가고 같이 자전거도 타면서 집에서 각자 생활하던 모습을 버리고 함께 노는 시간을 대폭 늘린다. 단 놀아주는 거라 생각하지 말고 진심으로 놀아야 하니 둘이 함께 즐거워할 일을 찾는 게 좋다. 그림그리기나 케익 만들기는 둘 다 좋아하는 일이니 이런 식으로 공동의 즐길 거리를 찾자.
3.눈(snow)을 보러간다. 한번 도 눈을 보지 못한 하람이를 위해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여행계획을 짠다.
4. 내 취향대로 하람이의 옷, 머리스타일을 고집하지 말고 하람이가 좋아하는 대로 그냥 둔다.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선택에 만족한다.
5. 춤을 춘다.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하람이를 위해 막춤이라도 불사르며 하루에 30분씩 춤을 추면 나에게도 일석이조!
그러는 사이 한국에 언니가 둘째를 낳았다. 얼굴도 못 본 조카들. 아이들은 사랑이다. 사랑 그 자체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