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34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 속 에피소드)
죽어야 사는 여자
주일 아침. 아이들과 성경공부를 하며 각자의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은 서툰 고백들이 대다수 이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영어가 어려운 나를 위해 서툰 한국말로 어렵게 풀어 이야기 하면서도 아이들은 꽤나 진지하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아이들에게 특별히 조금은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던져 보았다. 바로 [만약 내가 언제 죽을지 알고 있다면?] 이다.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죽음이란 것에 대해 고민해 보았을 테지만 아이들은 조금 당황한 듯 했다.
죽음이란 단어 자체가 아마 본인들과는 상관없는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단 한 번도 떠올려 본적이 없을 수도 있다. 한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죽을 날을 알고 있다면 정말 괴로울 것 같아요. 매일매일 그날이 가까워질수록 힘들어 지고 아무 것도 못 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마 우울증에 걸릴 거예요) 그러자 또 한 아이가 (오히려 저는 죽을 날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 것 같은데요. 많은 것에 도전해 보고 신앙생활도 더 잘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후회가 없도록 말 이예요 물론 솔직히 조금은 무섭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예수님을 믿으니까 천국에 갈수 있잖아요) 라고 대답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작 정말 중요한 영혼과 그 후의 문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우리가 영원히 죽지 않고 이 땅에서 살아 갈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러며 조용히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당하신 신이자 사람이셨던 예수님을 묵상했다.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희생으로 보여주신 예수님의 사랑에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은혜의 시간 이었다. 아이들의 이런 솔직한 대답이 바로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죽음이란 고통스럽고 두렵고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의 모든 상황이 지독히 절망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아무 희망도 의욕도 없었으며 머릿속은 까만 펜으로 마구 낙서해 놓은 것처럼 뒤죽박죽 이었다.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파 어딘가로 탈출하고 싶은 마음만 간절했다. 그런데 그때 나에게 힘을 준 것이 바로 ‘죽음’이었다. 혹시 나쁜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을 테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은 동일하게 죽음이란 끝이 있고 그 후에야 비로써 진정한 삶이 있다는 천국의 소망을 마음에 깨닫게 된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복잡한 상황이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더불어 건강도, 물질도, 관계도 그 모든 것이 잠시 머무는 이 세상의 것이기에 안달복달 하던 마음이 신기하게 수그러든다.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당황하지 않고 끝! 모든 상황이 쉽게 정리가 된다.
생각해 보니 죽음이란 것은 우리 삶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죽음을 싫어하고 부정적으로 여기면서도 우리가 하는 모든 말에 죽겠다 만큼 더한 최상급 표현이 없으니 말이다. 죽을 만큼 사랑해 라던가, 죽을 만큼 맛있다, 좋아 죽을 것 같네 등등 약간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중국을 통일한 무소불위의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꿈꾸며 신하들에게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늙지 않는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명령했다. 심지어 불로초 탐사에 나선 신복 서복이라는 사람은 제주도 한라산에까지 불로장생의 선약을 구하러 먼 길을 왔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진시황은 결국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오십 살의 나이로 죽게 되었다. 대 제국을 만들었던 진시황이 가장 두려워하던 죽음. 많은 것을 누리고 가졌지만 그는 죽음 앞에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것으로 힘을 얻는다. 그 모든 것이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예수님을 믿으면 설사 고난이 닥쳐온다 해도 넉넉히 승리할 수 있고 조금 실패 할지라도 매사 잘 견딜힘이 생긴다. 이런 나를 보고 신랑은 어느 영화의 제목을 따다 붙인다. [죽어야 사는 여자!] 라고 말이다. 그러나 저의 삶은 이 영화처럼 막장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마세요~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