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37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 속 에피소드)
기똥찬 이야기
하람이가 어렸을 때 잠깐 동안 열성엄마였던 나는 천 기저귀가 좋다하여 사용하기로 결심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어느 신문에서 0세 영아 12.2명당 한 명꼴로 기저귀 발진에 걸린다는 내용을 보았기 때문 이었다. 기저귀 발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어야 하지만 경제 불황으로 가계비를 절감하기 위해 부모들이 기저귀 구입비를 줄이면서 기저귀 발진율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다. 종이 기저귀는 몇 차례 소변을 보아도 겉면이 축축하지 않아 잘 못 느끼는데, 천 기저귀는 아이가 즉시 반응을 해서 자주 갈아주기 때문에 발진이 생길 확률이 적다며 천기저귀 사용을 강력 추천하고 있었다. 또한 그렇게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다 보면 아이와 스킨십을 많이 하게 되어 정서적으로도 좋고 인지가 발달하니 배변훈련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니 아기를 가진 엄마의 마음을 이보다 더 설레게 하는 말이 있을까. 나는 다짜고짜 마음의 준비 없이 천기저귀 사용을 강행했다. 그렇게 천기저귀를 사용한 첫날. 얼마 뒤 하람이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왕성한 배변활동을 시작 했다. 황금빛의 찰지고 윤기 나는 덩어리였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나의 자신감은 갑자기극도로 작아졌다.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손으로 조물조물 하지 않으면 도저히 떨어져 나가지 않을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 옆에 듬직하게 앉아있는 큰 형상 하나 바로 남편이 눈에 띄었다. 나는 재빠르게 남편에게 무시무시한 천기저귀를 넘겼다.
“아니 이걸 내가 어떻게 해요?” 집게손으로 간신히 기저귀 끝을 잡고 있는 남편의 원망스런 한마디. 나는 당장 어떤 아빠가 자식이 싸놓은 응가를 더럽게 생각 하느냐 부터 시작해서 누구 아빠는 애가 아프면 먹기도 한 다더라 라며 다그쳤다. 이런 나의 잔소리가 싫었는지 아니면 정말 감동을 받은 건지 생각보다 쉽게 설득당한 남편이 결국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한참 뒤 대단한 일을 한 것 마냥 으쓱해서 들어왔다. 햇빛이 찬란한 오후. 밖의 빨래 걸이에는 하얀 천 기저귀가 바람에 팔랑 거리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 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남편이 나간 얼마 후 일어났다. 자고 먹고 싸고 가 전부인 아기 하람이의 엉덩이가 다시 한번 질펀하게 덩어리를 뱉어낸 것이다. 고민에 휩싸인 나는 남편도 빨았는데 나라고 못 할까 싶어 자신을 냈지만 다시 한 번 엄청난 기저귀의 현실을 보는 순간 용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천기저귀를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저녁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아무래도 그냥 일회용 기저귀를 쓰는 게 좋겠다면서 비용 면에서는 천기저귀보다 조금 더 들겠지만 세탁할 일이 없어 시간도 절약 되고 요즘 나오는 제품 들은 흡수성이 좋아 한 두 번 소변을 봐도 뽀송뽀송 하다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남편은 아직도 그런 줄 알고 있었을 텐데 이번 기회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아무리 엄마라도 만질 수 없는 게 있었노라고 말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우리의 몸은 정말로 신기하다. 모든 사람과 수많은 생물들이 일정주기 마다 꼬박꼬박 이렇듯 미지의 물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은 우리 몸 안에 있을 때는 그렇게 더러 운지 모르다가 막상 밖으로 배출 되면 우리는 그것이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 것 마냥 가장 비천하고 불쾌한 취급을 한다. 외견상으로 볼 때 너무나 나약한 질감과 특유의 냄새, 그리고 별로 호감 가지 않는 비주얼로 많은 사람들에게 차별과 박해를 받는 것 이다. 어쨌든 잠시 나는 우리의 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죄를 알게 모르게 내안에 간직하고 있다. 죄를 많이 가지고 있다 보면 살짝 배가 아프기도 하고 더부룩하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참아 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그다지 불편함도 없다. 죄가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내 안에 있을 때는 죄가 있는 게 어쩌면 당연 하단 생각도 하면서 누구나 다 그럴 것 이라며 정당화 시킨다. 그렇게 우리의 영은 변비 상태에 돌입 하는데 그때쯤에는 아무리 뱉어 내고 싶어도 내 힘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되지 않는다. 늘 주님과 동행하면서 죄를 회개하고 삶을 돌아보는 것이 그래서 참 중요한 것 이다. 나중에 한꺼번에 묵은 죄들을 빼내려면 엄청난 고통을 동반 한다. 진짜 변비가 그런 것처럼. 오랜만에 친구들과 나들이를 나온 하람이가 너무 좋았는지 길거리에 이름 모를 강아지가 살짝 놓고 간 선물을 냅다 밟아 버렸다. 처음엔 진흙이 묻었겠지 했는데 아니다. 이건 진짜다.
많은 길 중 하필 구석에 놓인 그것을 어떻게 제대로 밟았는지 재주도 좋다. 그러고 나서 하람이도 내내 신경 쓰이는지 걸음걸이가 어기적어기적 이상 하 길래 “오늘 하람이 럭키가이네” 하면서 살살 다독였다.
더러운 것 같지만 한편으로 보면 오랜 세월 인류에게 매우 귀한 자원으로 쓰였던 그것. 오늘은 이상하게 자꾸 묵상이 되어져 나도 모르게 개똥철학을 늘어놓은 건 아닌지… …^^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