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50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 속 에피소드)
나의 부르심
내 이름은 ‘박은정’이다. 영어 이름은 Olivia. 단지 평화라는 뜻이 좋아 선택한 이름이다. 그리고 하람이에겐 엄마, 한글학교에서는 공주 선생님이라 불리는데 특히 이 애칭은 아이들에게 긴 시간 교육을 통해 얻어낸 대표적 성과중 하나다. 그리고 가장 많이 불려지는 사모님.
호주에 와서는 더더욱 그렇게 많이 불렸다. 하지만 그 호칭이 아직 나에게는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사역자의 아내이기 때문에 사모님으로 불리기에는 여러 가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기억속의 사모님은 지금의 연예인들처럼 항상 베일에 싸인 비밀스런 존재였다. 조용하고 말수도 적으셨지만 늘 교회의 정해진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분이셨다. 목사님의 사역을 위해 내조하시고 성도들에게는 인자하셨으나 본인의 자녀들에게는 엄격한 어머니셨다.
그런데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많은 존경할만한 사모님들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허점투성이라는 것이다. 제일 먼저 난 조신한 성격이 못된다. 크게 웃고 떠들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파워가 넘치는 여사님들과 일해서 일까.
영양사를 하다보면 여사님들의 걸쭉한 농담도 웃어 넘길줄 아는 노련함이 필요하다. 풋내기처럼 굴면 나이가 어리다고 놀림거리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여사님들에게는 또 얼마나 많은 인생 스토리가 있는지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은 기본이다. 그런 시간을 꽤 오래 보냈으니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두 번째로 난 지혜로운 어머니도 아니다. 아직도 하루에 몇 번씩 하람이와 싸우는 게 일이고 최근에는 꾸준히 하람이와 성경을 쓰기로 약속하고 몇 번 지키기는 했으나 자꾸 헤이해지니 말이다.
그밖에도 코미디프로그램을 좋아해 종종 따라 하기도 하고 집에서 하람이와 막춤도 춘다. 찬양도 좋아하지만 가요도 종종 듣는 편이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잘 참지 못하며 예쁜 것을 보면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는 나약하고 별로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가 사모님 이라 불릴 때마다 얼마나 송구스러웠겠는가.
자고로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힘든 수고도 기쁘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장님은 어떠할까. 직원들을 단지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함께 성장해갈 동반자로 아끼고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 더불어 직원들이 믿고 따라갈 만큼 모범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를 가진 리더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공직자들은 국민의 생각을 잘 읽고 반영 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 하며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보다는 국민중심의 국가운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것에 대한 준비가 미비하기에 가정에서 직장에서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호칭에 맞지 않는 나도 그로인해 여러 마음의 문제가 있었다. 왠지 모를 책임감과 영적 부담감,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사모님의 모습과는 전혀 맞는 구석이 없는 나의 삶. 그래서 늘 남편에게 투정처럼 ‘나는 사모감이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여전히 실수투성이의 삶을 살고 지쳐서 돌아온 어느 날 나는 마음에 평안히 임하는 조용한 음성을 느꼈다. 하나님은 나에게 사모가 될 만한 그릇이라 감당케 하신 것이 아니고 그런 사람이 되라고 맡기셨다는 것이다. 맞다. 정답이다. 그렇게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못난 나를 인정하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한 걸. 당장 어떻게 그 길에 다다를 수 있겠는가. 평생을 달려갈 길이지.
이런 감사할 직분을 두고도 굳이 가끔의 애로점 이라고 하면 호칭에 자유롭고 싶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로지 사모님으로 불리고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 외엔 마땅히 누군가를 부를 일도 비록 없지만 그래도 편하게 언니나 오빠라던가 또는 친구야 라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기도 한 것이다. 내 이름을 들어 본적은 또 언제 인지. 너무 오래다.
어쨌든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 나는 평생 호칭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축복되고 감동스런 이름 ‘사모님’
이 세상 다하는 날 영광된 나팔소리와 함께 들을 하나님의 부르심이면 족하다. “은정아! 네 이름은 내가 실컷 불러 줄게”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전도사 사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