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53
(평생 초보엄마인 하람맘의 일상 속 에피소드)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것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가. 지난주 하람이가 일주일을 꼬박 아프면서 건강한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제까지 내 삶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제일 먼저는 바로 하나님을 알고 믿게 된 것인데 만약 누군가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의 종교 수는 과학이 꾸준히 발전하는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1900년에 1,000개에서 현재 10,900개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종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참 구원자 이신 하나님을 만나 새 삶을 얻었으니 이미 우리는 인생역전에 성공한 셈 이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보게 된다. 겉모습은 행복해 보이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참 평안은 그들 가운데 없다. 또한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섬기면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절대 보장해 줄 수 없다. 그러니 주일날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는 당연한 것이 아닌 특별함을 누리는 것이다.
요즘 주변에서 이사 안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집에서 7년 이상을 살았으니 꽤 오래 살긴 했다. 처음엔 세상 물정을 몰라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좋아 집의 컨디션은 상관없이 살게 되었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변덕스럽다. 살고 보니 이것저것 자꾸 집의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래된 집이다 보니 여기저기 문짝이고 수도고 잔 고장이 빈번하고 벽엔 벽화처럼 곰팡이도 올라온다. 찻길 옆이라 소음도 심하고 먼지도 많이 들어오니 이제 이사 가고 싶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한 달에 3만원인 집세를 내기 위해 하루 종일 쓰레기를 줍는 힘든 일을 하며 사는 어느 인도소녀의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났다. 집은 간신히 태양과 비만 가려주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곳이었음에도 집이 있는 것만으로 하루 10시간의 중노동을 버티는 어린 소녀. 그에 반해 깨끗한 물도 수시로 나오고 여름이면 시원하게 겨울이면 따뜻하게 우리 가족을 돌봐온 이 정도의 집에 살았던 것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감사한가.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또 어두운 밤에 환히 불을 켤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4명 중 1명은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그 중 80%가 저개발국가 주민으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촛불과 등유램프로 인해 대부분의 가옥이 합판과 나무로 지어진 판자촌에서는 대형화재가 발생하기도 하고 열악한 생활환경과 어둠은 그로 인한 사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고 말씀하시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신 주님. 이처럼 우리가 받은 특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받은 사랑을 다시 이웃들에게 돌려 줄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요즘 하람이는 나를 괴롭히는 게 취미인 듯하다. 내가 한마디 하면 열 마디를 내뱉고 말도 안 되는 핑계들을 나열하며 고집을 피운다. 늘 멋진 엄마가 되자고 파이팅을 외치지만 막상 하람이와 함께 있다 보면 어느덧 나는 아이를 훈육하기 보다는 그저 대책 없이 소리만 지르는 그런 엄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람이로 인해 안정적이고 둥글게 돌아가던 내 일상은 이제는 늘 변화무쌍하고 바쁘다. 몸도 배로 힘들어 졌고 또 배로 불어났다. 함께 걱정도 많이 늘었다. 경제와 공공 교육, 세금, 의료보험 등에 대해서도 더 많이 염려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있어서 누리는 이 감정들은 온갖 걱정에다 시간적, 경제적 악조건인 상황을 견디게 한다. 하람이를 키우면서 책임감을 가진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고 안전하고 좋은 음식들을 선호하게 되었으며 아이를 밤새 간호하며 새벽 신선한 공기도 맡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습관을 익혔고 어릴 적 부르던 동요도 떠올렸다.
자녀를 키우는 것이 곧 나를 키우는 과정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하람이가 나에게 있는 것이 우리에게 자녀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이것 또한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의 경우 16년째 초저출산 국가로서 2012년만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이 약 19만명정도로 파악 되었다. 이렇게 몇 가지만 떠올려도 나의 삶 거의 대부분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은 전부 하나님의 은혜였음에도 감사함을 잊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나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느낄 만큼 늘 후하게 베푸시는 하나님. 그래서 특별히 식구들에게 저녁 금식을 선포하였다. 당연하게 먹던 밥을 금식함으로 당연한 것에 감사함을 배우려 했는데 오히려 폭식만을 낳았다. 아… 그래도 폭식할 만큼 집에 음식이 있다는 것이니 그것도 감사하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전도사 사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