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19)
매운 음식 열전
한국에서 틈새라면이라는 음식점에 간 적이 있다. 타이틀 그대로 주 메뉴는 라면인데 상당히 매운맛이 특징 이다.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나로써도 참기 힘들만큼 매웠는데 어떤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살짝 궁금해 졌다. 주방을 넌지시 보니 라면 면발은 우리가 흔히 먹는 보통의 라면이다. 그렇다면 비밀은 국물에 있을 텐데 단순히 강렬한 매운 맛만 나는 게 아니라 감칠맛이 감도는 게 배합이 아주 잘 된 듯 했다. 콩나물과 대파 약간의 떡이 섞인 빨개떡(라면의 이름이다)은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끝 맛은 칼칼 하다. 그리고 얼마나 매운지 입안이 얼얼해 잠시 쉬다 먹기를 몇 번 반복해야 했다.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파인애플이라고 불려지는 단무지를 많이 먹어 배도 몹시 불렀다. 같이 먹은 친구가 음식점은 여러 가지 메뉴를 내놓으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차라리 여기처럼 한두 가지 메뉴로 승부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하였다.
어쨌든 이후로 한국에는 여러 가지 매운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생겨났다. 본인도 한국에서 살았다면 찾아서 먹고 다닐 정도로 매니아가 되었을 것인데 호주에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맛있으면서도 매운 음식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지방 연소율이 더 높다며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메뉴로 여러 매운 음식을 소개한 것을 본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어쨌든 혀가 타 들어가는 매운맛이 난 좋다. 호주의 더운 여름을 견디다 보면 그래서 인지 자꾸 매운 음식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간단하면서도 여름철 몸보신하기에 좋은 음식은 뭐가 있을까. 대표적인 것으로 닭볶음탕을 강력추천한다.
닭고기는 더운 여름 불끈 힘이 솟게 하는 보양식인데 특히 닭고기에 배인 매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닭볶음탕은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다. 참고로 꼭 필요한 재료는 아니지만 고구마를 함께 넣으면 전분을 따로 넣지 않아도 국물이 걸쭉해지고 달콤한 맛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닭은 한번 살짝 삶은 후 찬물에 담가두면 더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하실 것. 닭볶음탕에 비해 시간이 좀 덜 드는 쫄깃쫄깃한 ‘오징어 볶음’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게 매운맛에 계속 먹게 되는 음식중 하나. 뜨끈한 밥과 바로 비벼 먹으면 더 맛이 있다. 그 밖에도 매운 치즈 닭발, 청향고추를 듬뿍 넣은 김치만두, 그리고 누구나 좋아하는 떡볶이, 처음에 먹을 때는 별로 맵다는 생각이 안 들지만 면 절반가량을 먹는 순간 매운 맛이 확 올라오는 해물 짬뽕. 그 맛의 비결은 국물에서 나오는데 여기에는 청양고추, 중국 일초, 베트남 땡초, 인도 땡초의 4가지 고춧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인 슈퍼에 갔더니 캡사이신을 팔길래 요리할 때 넣으면 좋을 듯싶어 하나 샀다.
나도 호주 사람이 다 되었는지 어느 날 김치찌개에 아무 생각 없이 캡사이신을 넣었다가 속이 뒤집혀 죽다 살아났다. 이런 나를 닮았는지 어린 하람이도 요즘에는 매운 음식을 곧잘 찾는다. 오히려 남편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데 그래서 내가 먹기엔 좀 매콤한 정도인데도 남편은 연신 혼자 땀을 흘리며 먹는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결혼 한지 얼마 안되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매운 해물 찜 집에 갔는데 매운 걸 잘 못 먹는 남편의 입맛을 고려해 가장 안 매운 걸 선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눈물, 콧물을 마구 쏟으며 먹다가 결국 반도 먹지 못한 채 포기하고 나왔다. 그 후론 내 머릿속에 ‘남편은 맵고 뜨거운 걸 못 먹는 다’ 라는 사실이 각인되어 음식을 만들 때 가능한 맵지 않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늘 담백하고 밋밋한 음식에 길들여졌다. 하지만 조금은 피곤하고 지친 오늘 같은 날은 정말 혀가 얼얼하고 땀이 쭉 날 정도로 매운 게 당긴다. 그렇게 먹고 나면 개운함이 밀려오니 푹 자기만 하면 된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