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2
유치원 가는길
오늘은 일주일에 두 번 하람이 유치원 가는 날
평소 같으면 아빠가 차로 데려다 주겠지만 학생캠프에 간 아빠대신 오늘만큼은 우리 둘이 손 꼭 잡고 걸어가야 한다. 아주 먼 거리는 아니나 차가 많이 다니고 공장근처를 끼고 돌아야 하는 위험요소가 약간은 있어 차로 이동했었는데 오늘은 하늘도 높고 바람도 잔잔하니 좀 서둘러 느긋하게 걸어 가보자 한다. 먼저 집 앞 아담한 카페에서 모카와 베이비치노를 주문한 후 우리둘은 햇볕이 따스한 의자에 잠시 앉아 갈 힘을 보충 받는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카페는 커피맛도 좋고 한적해 어느 때나 우리 자리 하나쯤은 있어 좋다. 자 어느 정도 마셨으니 그럼 이제 출발해 볼까! 부지런히 준비하고 나온 아침이지만 호주의 일터는 벌써 한나절이 지난 시간인지라 휴식시간 간식을 까먹고 있는 사람들이 거리마다 즐비하다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일터 가운데를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나와 하람이가 미안해질 정도로 새벽부터 돌아가는 삶의 터전. 우리는 조금 겸허한 마음으로 지나간다.
벌써 지루해하는 하람이를 위해 나는 기도따라하기 게임을 시작했다
한글도 영어도 아직은 어색한 아들을 위해 내가 하는 기도를 또박또박 따라하는 방법의 이 게임은 “하나님 아버지 좋은 날씨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내가 먼저 시작하면 하람이가 똑같이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오늘 유치원가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게 해주시고“ 하는 찰나 하람이가 갑자기 “아빠! 장난감 사가지고 오게 해주세요” 라고 외친다. 나도 질세라 “하람이가 아빠 엄마 말씀 잘듣게 해주세요“ 하니 하람이 또한 앞뒤 문장 생각안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기도를 마구 쏟아낸다 나 역시 ”하람이 엉덩이의 종기 좀 빨리 고쳐주세요“ 까지 하고 나서야 우리 둘의 기도게임은 끝이 났다. 기도가 아이의 삶에 흡수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갑자기 힘들다 힘들다를 외치던 아이의 걸음이 빨라 진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람이의 걸음을 재촉하는가 보다. 소란스럽고 다소 시끄럽지만 누구 말대로 Happy Noise! 아이들의 소리는 바람을 타고 우리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하람이를 데려다 놓고 나오는 길 귀여운 얼굴의 애기엄마가 말을 걸어 왔다
하람이 엄마가 맞냐고 하시며 하람이가 아이랑 친하게 잘 지내주어 아이가 유치원 가는날만 기다린다며 하람이를 좋아해 일부러 같은 날로 시간을 바꾸었다면서 웃는다 그제서야 나는 하람이 또한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사랑받으며 지내고 있구나 싶어 이제까지 여느 엄마처럼 잘 돌보지 못했던 하람이에 대한 불안함과 미안한 마음을 내려놓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사역과 학업을 함께 해야 하는 남편은 그래서 밤에 일을 한다. 가끔 시간이 없을 때는 함께 일을 거들고 밤12시가 지나서야 들어오는데 어느날 하람이가 옷도 갈이 입지 않은채 쉐어하는 누나방에서 고단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서 바라본적이 있다.
호주에서의 삶이 이렇듯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대신해 돌봐줄 가족도 없고 시간에 쫓기며 닥치는대로 일해 가끔은 한국의 평범했을 일상을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하루벌어 하루사는 특별한 삶을 경험하면서 아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한편으론 대견하다.
가족모두 함께 겪으며 성장하는 느린 美學. 빠르진 않지만 하나님 앞에서 온전해 지는 삶.
잠든 아들을 들쳐업고 나오는데 많이 무거워진걸 느꼈다. 우리가 돌보지 않은 순간에도 하나님이 눈동자와 같이 돌보시는 아들의 시간이 보이는 듯 하다.
우리는 지금 함께 자라는 중이다.
박은정 사모(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