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 24
애국자
한국에 살 때는 몰랐는데 호주에 사는 지금은 한국이 너무나 좋고 그립고 가고 싶다. 세상이 많이 좋아져 한국을 직접 가지 않아도 무료화상통화로 한국에 있는 식구들의 얼굴을 자주 보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호주에 와서 1~2년간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분주했는데 그에 비해 마음은 늘 허전하고 공허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향수병이었던 게다,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하기도 하고 꿈과 현실이 잘 분간 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꿈은 한국에 내가 아는 어느 장소에 있는 상황인데 꿈속에서조차 호주에 다시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고 그렇게 꿈에서 깨면 현실속의 내가 어색하고 적응이 잘 되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래서 매일 한국 비디오를 빌려보며 그리움을 달랬고 내가 왜 난방도 잘 되지 않는 천장 놓은 호주 집에 덩그러니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자주 했다. 그런 나의 향수병 증상이 차차 나아지기 시작한 것은 하람이를 호주에서 낳고부터 이다.한국보다는 어쩌면 호주가 편한 하람이를 위해 정신을 차리고 호주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람이 에게는 호주가 우리 집일 텐데 나는 언제까지고 한국을 그리워하며 호주를 잠시 머물 곳으로 생각할 것인가. 그런 약간의 힘든 노력을 통해 지금의 나는 어느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호주의 누구처럼 새벽형 인간에 가깝게 변했다. 그것은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저녁을 먹고 몇 가지 간단한 일들을 한 후에는 마땅히 나갈 곳도 없고 하니 일찍 잠을 잔다. 그러면 규칙적인 시간에 그냥 잠이 깬다. 그게 습관처럼 익숙해진 것 뿐이다.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애완용 토끼 밍키가 먹을 민들레 잎을 좀 뽑고 해가 좋은 날은 가드닝을 하며(너무 작은 마당이라 가드닝 이라 하기에도 조금 부끄럽지만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심은 라벤더며 민트 등의 허브가 잘 자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가 내리는 날은 하람이의 작아진 옷이나 고무줄등을 수선하는 등의 조금은 느린 생활을 하고 있다.
평범하지만 행복하고 조용한 일상 그 자체 이지만 나는 그래도 가끔 시끄럽고 정신없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떠올린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은 정말 선진국 이구나’ 라는 말을 비가 와서 또는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인터넷이 느려지거나 안 될 때마다 입에 붙이고 살았다. ‘한국 옷이 정말 좋네’, ‘한국 사람들이 진짜 빠르고 부지런 하구나’ 등등…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한국의 좋은 것들을 자랑하고픈 애국자가 되어 있었다. 한국의 자랑거리를 찾자면 너무나 많지만 굳이 나열하자면 가장 먼저 문맹률 1%정도 밖에 안 되는 높은 교육수준을 말할 수 있겠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전체인구의 92퍼센트가 문맹이라고 하니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밖에도 세계에서 인정하는 건강식품인 김치, 우리나라 사계절과 잘 어울리는 선이 아름다운 한복. 비록 작은 땅 덩어리 이지만 또 어디를 가나 구경할 곳이 천지고 함께 먹거리가 넘쳐난다. 특별히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질 만큼 종류도 많고 맛도 좋다.
다양함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에는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중 하나인 닭 꼬치는 닭고기를 구운 간단한 꼬치요리이다. 대부분 달콤하고 매운 소스가 제공되지만 마요네즈에서 밝은 오렌지색 치즈 분말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찌거나 튀겨도 맛있고 구워도 좋은 만두를 빼 놓을 수 없다. 다진 고기, 김치, 두부, 각종야채, 양파, 마늘과 생강을 얇은 피에 넣어 만든 만두는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요즘같이 아침, 저녁으로 호주날씨가 쌀쌀해 지기 시작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나는 길거리에서 쉽게 사먹던 뜨끈하고 단 붕어빵이 떠오른다. 붕어빵은 와플과 비슷한데 팬케이크와 같은 반죽에 고구마, 밤, 단팥 등을 채워 넣은 영양 간식이다. 보통 겨울에 먹으면 그 맛이 몇 배는 더해진다. 그리고 혹시 감자핫도그라고 아시는지. 길거리를 걷는 동안 핫도그와 감자튀김을 모두 먹는데 어려움을 깨닫고 핫도그 반죽에 감자튀김을 뒤덮은 새로운 종류의 핫도그이다. 이 외에도 떡볶이, 순대, 꼬치어묵, 호떡 다 하자면 하루라도 부족하다. 그래서 더욱 그리운 나라 대한민국 [大韓民國, The Republic of Korea]. 지금 한국은 벚꽃이 한창 이라는데… 이런 나를 누가 나 좀 한국에 택배로 보내주세요!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