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9)
호주
호주~
흔히들 오페라 하우스가 아름답고 석양이 빛나는 나라라고 한다.
정말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는 신비한 조개모양의 지붕이 환상적인 그림 같고 무지개 빛으로 지는 석양은 경이롭기 까지 하다. 핑크빛이 감도는 달링하버의 한가로움도 좋고 음악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시티의 복잡함도 좋다.
하람이가 조금 어릴 적에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이라도 가면 곳이 공원이고 달력의 한 장면과 같은 풍경들이 집근처에 펼쳐진다. 호주는 자연이 많이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나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호주의 대다수(?)사람들은 참으로 여유 있고 친절하다.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를 걷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친근하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특히 임산부나 아기와 함께이면 더욱 관대한 나라 호주.
좁은 길에 들어서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유모차를 끌고 가는 나에게 먼저 양보하며 길에서는 어디든 사람이 다 건너 갈 때까지 차가 기다려준다. 이렇게 지체가 되면 한국에서는 빵빵거리며 욕지기라도 한바탕 퍼부어야 정상인 상황이다.
앞에 차가서면 뒤차 또한 조금도 지루해 하지 않고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준다. 이 모습이 처음에는 조금 황당하고 답답했지만 대신 호주의 약간 느리게 사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동네의 길거리는 한적하고 깔끔하며 가족문화가 발달한 나라인 만큼 이른 시간에 가게 문들이 닫히고 사람들은 가족들과 즐기며 행복한 저녁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일찍 잠이 들고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들이 많다. 생각하면 할수록 참으로 이상적인 나라이다.
그러나 내게는 이런 좋은 점에 비해 몇 가지 적응 안 되는 점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어디에나 불쑥 불쑥 나타나는 대형벌레와 곤충이다. 환경이 깨끗하다보니 곤충들도 참 많고 사이즈도 크다. 특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작고 잽싼 바퀴벌레를 상상한다면 호주바퀴벌레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 정도의 크기로 경악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어찌나 당당한지 사람이
있어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들거나 날아다니기 까지 한다. 잠자리나 메뚜기 같은 곤충도 싫어하는 나로서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에는 여러 종류의 살충제가 항시 상비되어있고 전기파리채등의 용품도 대기 중이다, 큰 바퀴벌레는 보통 나무나 풀밭에 사는 것으로 집 바퀴는 아니고 창문이나 굴뚝을 통해 집으로 들어온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여름밤에 화장실 한번 갈려고 복도로 나오면 나는 어둠속의 한걸음 한걸음이 정말 불안
하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싹 사라지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몇 년이 지나도 도대체가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아 하나님께 담대함을 달라고 기도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어쩔 수 없이 하람이 때문에라도 용기 내어 바퀴벌레를 잡아야 할 상황이 생긴다. 그럴때는 파리채로 살짝 기절시키거나 너무 크면 책으로 덮어두고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을 쓴다, 어쨌든 이 정도면 나또한 많이 진화된 편인데 역시 엄마라는 타이틀은 참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쉽게 볼 수 있는 도마뱀. 한국에서는 도마뱀이라면 깊은 야산이나 동물원의 파충류관 에서나 볼 수 있는데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것부터 사이즈가 큰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편이다. 하람이가 어느 사이엔가 손가락만한 도마뱀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 정도라면 다 이해 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난방이 되지 않는 호주의 집이다. 요즘은 많이 개선이 되었겠지만 한국처럼 온돌이나 중앙난방은 되지 않기 때문에 집안공기부터가 참으로 썰렁하다, 호주사람들도 벽난로나 전기히터를 사용하긴 큰 효과는 없는 듯하다. 호주사람들이야 워낙 어렸을 적부터 이런 생활이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하긴 어린아이들도 맨발로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을 자주 봤고 아침 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여미는 나와는 다르게 반팔과 반바지로 거리를 활보하는 호주인들의 모습은 아주 일상적 이니까, 하지만 나 같은 토종 한국인이라면 정말 이런 때 뜨끈한 아랫목이며 찜질방 생각이 매우 간절하다. 개운하게 땀도 흘리고 거기에 얼음동동 식혜와 훈제계란은 환상의 궁합이 아닌가. 호주에 와서 너무나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들에 행복을 기대하는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박은정 사모 (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