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시선
순교현장, 그곳에 “순교보다 위대한 배교가 있었다”
올해로 이장호 감독(사진)은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천재선언’ 이후 20번째 작품이자 1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선’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종교적 신념에 대한 뜨거운 질문을 던진다. ‘별들의 고향’, ‘낮은데로 임하소서’, ‘바보선언’ 등 화제작들을 연출한, 1980년대 최고의 감독 이장호 장로가 1995년 ‘천재선언’ 이후 19년 만에 신작 ‘시선’으로 돌아왔다. ‘시선’은 지난 4월 17일 개봉했다.
영화 ‘시선’ 개봉 전 특별시사회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주최로 지난 4월 11일 오전 한국 용산CGV 상영관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서 영화 ‘시선’을 연출한 장로 이장호 감독은 “부활절을 앞두고 시선을 연출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매년 부활절 마다 주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영화를 한편씩 만들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시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기독영화
기독교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진 이장호 감독은 ‘시선’을 통해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전파하지만 비기독교인의 입장도 수용하려 애썼다. 영화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가상의 국가, 가상의 인물로 이뤄졌다.
해외 단기선교봉사 도중 겪게 되는 극한의 피랍상황을 리얼하게 그려내면서도 인간 본연의 내밀한 심리 묘사를 밀도있게 그려낸 영화 ‘시선’ 속에는 노장 감독만이 지닐 수 있는 삶의 관록과 종교적, 사회적 시선이 깊이 있게 담겨 있다.
이장호 감독은 작품 ‘시선’을 시사회에 내놓으며 “이전 작품들은 영화감독의 이기심에서 비롯한 영화들 … 돈을 벌고, 인기와 명예를 얻기 위한 작업이었다. 관객이 인질이 됐다”고 말해 전작들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관객들의 삶과 영혼의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 ‘시선’은 그 숙제를 푼 첫 작품이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 것이다”라고 전하며, 전작들과는 분명 다른 시선의 작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슬람 반군들은 이스말르 정부(가상 정부)에 자신들의 지도자 우딘뚜기만의 석방(가상 인물)을 요구하는 동시에 한국정부에는 인질들의 몸값을 요구하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시에는 인질들을 한명씩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죽음에 대한 공포의 그림자가 옥죄여 오자 그동안 평범하게 만 보였던 선교팀원들 내면의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장로는 시도 때도 없이 기도를 하는 아내를 나무라고 아내는 평생 여자를 업신 여긴 장로에게 반발한다. 일행을 안내하던 세속적인 현지선교사도 불신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등장인물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세속적으로 변질된 선교사, 믿음이 없는 장로, 다정한 부부로 보이지만 실은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이미 이혼을 결심한 부인, 다정한 남편이자 충실한 교인으로 보이지만 실은 불륜대상인 여성 신도와 함께 선교를 떠난 남성, 불륜남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 등 선교를 목표로 현지를 찾은 8명의 한국인과 현지 선교사는 모두 인간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이런 나약한 인간들이 극한 상황에서 어떤 심리변화를 일으키며 또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줄기다.
목숨을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에서 선교팀 개개인의 적나라한 실상이 드러나고 마침내 목숨이냐 종교적 신념이냐 택일하는 상황이 된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순교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들이지만 진짜 순교는 혼자 목숨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내 종교적 신념을 위해 타인이 죽는걸 방치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봉착한다.
특히 초반부터 한결같이 순교적 신앙을 지켰던 단기선교팀의 목사는 기꺼이 순교한 각오로 선교단을 이끌었지만 다른 팀원들을 인질로 성경을 찢으며 배교를 유도할 때 일행을 살리기 위해 성경을 난도질하며 한없는 눈물을 흘린다. 이런 경험은 이미 현지안내를 맡았던 세속적으로 보였던 현지선교사에게도 있었던 것이었다. 이때 나오는 한마디가 “순교보다 위대한 배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대사가 언급된다.
이런 장면이 나오는 사이 이장호 감독은 삶과 죽음, 선과 악, 믿음과 불신에 대해 날선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과연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임운규 목사(본지 발행인)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