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20)
제 모습을 비쳐봅니다
* 미국 남침례교 출신으로써 세계적인 복음주의 설교가로 널리 알려진 빌리 그래함 (Billy Graham) 목사님은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나기 까지 아이젠하워 이후 역대 많은 미국 대통령들의 개인적 멘토 역할을 해 오셨던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목사님 내외분은 연로해지신 후 몇 일에 한 번씩은 가사 도우미가 와서 청소나 음식 등, 집안일을 도와주곤 했습니다.
하루는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와서 집안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전화가 왔답니다.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대통령이 무언가 좀 상담할 것이 있어서 전화를 했었답니다.
그런데 그 때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빌리 그래함목사님은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대통령님 죄송하지만 지금은 제가 저희 집 가사를 돌봐주시는 도우미 아주머니와 이야길 나누는 중이라서 잠시 후 제가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다시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 오래 전 저는 서울에서 목회하던 가까운 친구 목사의 초청을 받아 그가 일하던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잘 꾸려진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정면 벽면에 걸린 커다란 사진 한 장이 먼저 눈에 띠었습니다. 당시 K 대통령 앞에서 그 친구가 약간 머리를 숙인 채 대통령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는 사진이었습니다. 둘러보니 십자가 액자는 다른 쪽 벽면에 걸려있었습니다. ‘청와대엔 왠일로 갔어?’ 제가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습니다. ‘응 알잖아! 내가 저 양반 대통령 만드는데 힘 좀 썼잖아!’
*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부인 Ruth Graham여사에게 신문 기자가 물었습니다.
‘목사님과 75년 동안이나 함께 살면서 혹시 이혼을 생각해 보신적은 없으셨습니까?’
Ruth가 대답했습니다. ‘
‘Divorce? – No! But murder? -Yes!’

(이혼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정말 죽이고 싶은 때는 있었지요!’)
인생의 꾸밈없는 면목을 보여 주네요.
*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부인이 잠들어 있는 무덤 비석을 사진에서 보았습니다.
Ruth Bell Graham June 10, 1920 – June 14, 2007 이라고 쓰여진 다음 그 밑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습니다.
‘End of Construction – Thank you for your Patience’
길거리 공사장 표지판에서 흔히 볼수 있는 말을 그대로 옮겨온 묘비명인데 많은 생각과 함께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제 인생 공사는 이제야 끝이 났습니다. 그 동안 저의 인생살이로 인해 여러가지로 불편을 끼쳐드린 것이 많았을 텐데 끝까지 참고 인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뜻이 담겨 있잖아요?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폐끼친 것들을 고백하면서 ‘지난 삶에 대해 사람들에겐 감사를 표하고 죽음을 마무리’하는 표현이 참 인상적입니다.
‘저 살아오는 동안 불편 많이 드렸습니다. 늘 참아주셔서 여기 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이제 죽음으로 미완의 삶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제 모습을 비쳐봅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