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31)
혼밥이야기와 ‘모든 사람은 혼자다’
함께 늙어가는 은퇴목사 중, 가수 최백호씨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를 정말 최백호씨 보다 더 잘 부르는 친구 목사가 있습니다. 최백호씨도 노래방에 가서 자기 노래를 불러도 70점을 받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런 그이가 요즈음 한 TV에서 ‘혼밥인생’이란 프로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혼밥 뿐만이 아니라 홀로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밥시대니, 혼밥인생이니 하지만 요즘은 밥만 혼자 먹는 것이 아닙니다. 혼여, 혼차, 혼곡, 혼놀, 혼영시대라고 합니다. 여행도 혼자가고, 차도 혼자 마시고, 노래도 혼자 부르고, 놀아도 혼자 놀고, 영화도 혼자 본다는 뜻이랍니다. 요즘은 여럿이 한 자리에 앉아서도 모두들 제각기 자기 모발폰을 들고 따로 따로 이야기하고, 회의 같은 것도 굳이 한자리에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화상을 통해 다 따로 따로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전에는 식당에 가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면 좀 낯설게 보거나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 코로나 시대 이후엔 혼밥하는 사람은 진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 합니다. 같이 모여서 밥먹고, 모여서 술 마시고, 여럿이서 어울려서 여행다니는 것은 위험하고, 남을 배려해 주지 않는 나쁜 행동이라고 합니다.
2020년 한국에서는 성인 어른의 23%, 약 877만 가구가 1인 가구, 즉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호주도 지난 2017년 통계 때, 이미 25%가 1인 가구였다고 합니다. ‘가정이란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정의는 옛말이 된지 오래 입니다.
시몬 드 보브아르의 책 중에 ‘모든 사람은 혼자다’ (Pyrrhus et Cineas, 박정자 옮김, 꾸리에북스, 2016)라는 책이 있습니다. 철학 책이 아니라 엣세이 집 입니다. 그러나 그리 쉬운 글은 아닌 것이, 이 엣세이의 주제가 실존적 인간의 모습을 그리려는 데 촛점이 있기 때문 입니다. 보브아르는 여기에서 실존적 인간으로써 우리는 늘 ‘혼자’이며, ‘단독자’라고 말 합니다. 인간은 자기를 얽어매고 있는 온갖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유인이며, 동시에 그 자유 때문에 또한 고독한 존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녀가 남긴 생각과 어록들을 다시 추수려 봅니다.
* 모든 인간은 홀로 태어나, 홀로 살다가, 홀로 갑니다.
* 모든 결정적 순간은 혼자서 맞이하는 것이 인생살이 입니다.

*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하여 다 이방인 입니다.
* 솔직히 우리는 친한 사람 보다는 낯선 사람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나의 속내를 다 드러낼 수도 없고, 또 드러내서도 않됩니다.
* 외로움과 고독은 인간의 본질입니다.
* 인간은 군중 속에서도 고독하고, 여럿이 함께 있어도 외롭습니다.
* 혼자 있으면 자유스럽지만, 그러나 그 자유에는 늘 외로움이 있습니다.
* 신체적으로 멀어지면 정신적으로도 멀어집니다.
* 우리는 모두들 같은 버스나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갈지라도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면 모두 따로 따로 제 길을 갑니다. 인생이란 그런 겁니다.
* 우리의 모든 생각이나 행동의 다음엔 항상, ‘그 다음은 뭐지?’가 따라 옵니다. 우리는 끝없는, 다음, 다음, 다음 속에서 살아갑니다.
* 사물에 대한 가치나 의미는 자기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 모든 결정은 타인으로 부터 아무런 도움도 없이 내려야하고 또 그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자기가 져야 합니다.
* 우리는 우리 부모에게 요청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우리 자녀들 역시 그들이 낳아 달라고 요청해서 낳은 것이 아닙니다.
* 타인은 사실 나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는데, 우리는 그들이 무엇인가 나한테 기대하고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우리는 착각이라고 합니다.
* 등산하는 사람은 히말라야에서 살려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산에 오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집으로 돌아 갑니다. 사람은 직장이든, 여행이든, 교회이든, 사람을 만나든, 그 어디를 가더라도 반드시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돌아 갈 집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집입니다.
* 개개인의 인간은 언젠가는 다 죽습니다. 그러나 집단으로서의 인류는 그 생명을 이어 갑니다.
*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하여 내 인생을 선택하거나, 나를 대신하여 살아주지는 못합니다. 모든 선택은 나의 결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유인 입니다. 허지만 이 자유에는 늘 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불안하고 고독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최백호씨의 노래 중 ‘사랑은 언제나 고독의 친구였던 거지’를 다시 들어 봅니다.)
Carpe die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