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36)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며칠 전 아내가 ‘아침성경읽기’ 후에 물었습니다.
요한복음 2장 1절에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서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라고 쓰여있는데 그 ‘사흘째’가 언제부터 사흘째를 말하는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궁금해서 그 앞 1장 끝 부분에 나오는 나다나엘을 만난 후 사흘째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제가 한 10여분에 걸쳐 그 어려운 불트만의 ‘공관복음 전승사’ 까지 들춰가면서 한 이야기는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같은 비유대인들에게는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사흘째 되는 날’이라고 말하면 알기가 어렵지만, 그 때 요한복음서를 편집한 요한이나, 또 이 복음서의 제 1차적 독자들은 모두 다 유대인들이었기 때문에 그냥 ‘사흘째 되는 날’이라고만 말해도 그것이 ‘안식일 후 사흘째 되는 날’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모든 시간과 날짜의 기준과 표준을 안식일로 삼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자기들 끼리는 ‘4일 후에 만나세’ 라고 말해도 그게 오늘 부터 4일 후가 아니라, 안식일 후 4일째 되는 날을 뜻하는 것이니 지금 우리 요일로 치면 수요일이 되는 것입니다. 하여튼 요한복음서 2장에 나오는 갈릴리 가나에서의 혼인잔치는 ‘사흘째 되는 날’에 열렸으니 ‘안식일’은 지금 우리로써는 토요일이고, 사흘째인, 일, 월, 화, 화요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많은 유대인들은 안식 후 사흘째 되는 날인 화요일을 길일로 여겨서 결혼식을 거행하는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안식일이 시간이나 날짜 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생활을 만들고, 이끌고, 또 규제하는 기준이요, 표준이요, 준거가 됩니다.
무슬림들도 시간으로써의 금요일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들은 오히려 특정한 장소로서 메카를 그들 삶의 표준과 중심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구촌 어디에 가서 살든, 어디로 여행을 하든, 늘 메카를 향하여 하루 5번씩 기도를 하고, 메카순례를 평생의 과제요 목표로 삼고 살아갑니다.
종교적 삶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적 생활 속에는 여러가지 ‘생활의 표준들’이 있습니다. 숫자의 기준은 ‘0’ 입니다. 0을 중심하여 플러스와 마이너스 방향으로 무한히 펼쳐지는 것이 수의 세계입니다. 온도도 빙점인 0도를 중심하여 영하와 영상으로 나누어지지요. 지구의 위도도 런던에 있는 그리니치 (Greenwich) 천문대를 중심하여 동경과 서경으로 나누고 거기에 따라 각 나라나 지역에 따른 표준시가 형성되지요. 오래 전 런던에 갔다가 호기심으로 테임스강을 따라 가다가 그리니치 천문대와 천체 박물관을 둘러보았는데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곳이 세계의 시간을 지배하고 관리, 통제하는 곳임을 실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외에도 우리네 일상적 삶에는 여러가지 기준과 표준치들이 있습니다. 표준어, 표준말, 무게나 거리를 재는 표준 하나치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표준과 기준들은 넓은 땅에 흩어져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어떤 때는 규제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편리하게 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 때, 체육 시간에 운동장에 모이면 선생님이 가운데 있는 학생 하나를 지명하면서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경식이 기준! 전후좌우로 양팔 간격으로 벌려!’ 또 얼마 후엔 다시 호령하셨습니다. ‘경식이 기준! 원위치로 다시 모여!’
바로 그런 것입니다. 인생 살이에는 그 어떤 중심, 표준, 기준이 있습니다. 종교인들 중에는 그것을 어떤 날자로 정하거나, 장소로 정하는 이들도 있고, 일반 사회에서는 법률이나 사회적 전통, 혹은 관습으로 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양반 기준, 사대부 기준, 남자 기준, 어른 기준, 백인 기준, 혹은 물질, 돈, 권력, 명예 같은 것들을 인생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아니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기준, 표준, 중심으로 삼아야 할 것을 생각도 해 보고 이것 저것 찾아도 봅니다. 생활의 standard, mean, criterion을 그려보다가 오늘은 2백 쪽도 않되는 작은 책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 로보트 폴검 지음, 박종서 옮김, 김영사, 1989)를 다시 펼쳤습니다. 그리고 그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제 1장 13쪽 부터 15쪽 사이에 쓰여진 글 몇 개를 옮겨 봅니다.
“내 신조는 이렇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이라는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는 것이다. 내가 배운 것들이 바로 아래에 있다.
* 무엇이든지 나누어 가져라.
* 정정당당하게 행동해라.
* 남을 때리지 말아라.
* 물건은 항상 제 자리에 놓아라.
* 네가 어지럽힌 것은 네가 깨끗이 치워라.
*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아라.
*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땐 미안하다고 말해라.
*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라.
* 화장실을 쓴 다음엔 꼭 물을 내려라.
* 균형잡힌 생활을 해라. 배우고, 생각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균형 있게 해라.
* 밖에 나가서는 차조심하고 손을 꼭 잡고 서로 의지해라.
* 경이로운 일에 눈을 떠라. 컵에 든 작은 씨앗을 기억해라. 그것이, 뿌리가 나고 싹이 돋고 자라나는 것을 아무도 왜, 어떻게 그리 되는 지를 알지 못한다. 우리의 삶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 금붕어, 애완용 흰 쥐, 그리고 컵 안에 심어놓은 작은 씨앗 조차도 다 죽는다. 우리도 꼭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이 속에 들어 있다. 황금률과 사랑의 법칙과 공중도덕, 그리고 생태학과 정치학과 인간의 평등과 건강한 생활까지 !!!”
Carpe die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