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37)
‘제 장례식에 놀러 오실래요’
어제 소개한 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쓴 로버트 풀검 (Robert Fulghum)은 본래 미국 북서부에 있는 시애틀에서 목회하던 목사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교회 근처에 있던 한 유치원에서 이런 저런 행사가 있을 때엔 그 유치원 원장이 풀검 목사를 청하여 아이들에게 그져 ‘좋은 이야기’를 좀 들려달라고 해서 가끔 가서 아이들 앞에서 그야말로 ‘짧고도 좋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그 자리에 그 지역 출신의 연방상원의원이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상원의원이 풀검목사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풀검목사의 스토리 원고를 받아, 그걸 복사해 가지고 가서 워싱턴 의회 연설 때 그걸 낭독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풀검목사의 ‘유치원 스토리들’은 일약 CBS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보도 되었고, 수천만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어서 나온 책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이고 그후 그는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오늘 잡기장의 제목으로 붙인 것도 그 가운데 하나 입니다.

‘제 장례식에 놀러오실래요?’ (로버트 풀검 저, 이계영옮김, 김영사, 2000)의 본래 영어책 이름은 ‘From Beginning To End’입니다. 곧이 곧대로 직역하면 ‘처음부터 끝까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듯 제목만 보면 죽음에 대한 엣세이 같이 보이지만, 실제 영어 표제에 나타난 것 처럼 우리의 출생과 성장, 교육과 일, 만남과 헤어짐, 결혼과 이혼, 그리고 병고와 죽음을 모두 아우르는 글입니다.
그러나 폴검이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장례식 입니다. 이제 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는 가까운 친척들과 이웃과 친구들을 주로 초청하여 생일 파티도했고 결혼식도 치루어 왔는데 이제는 미리 장례식 자리도 한번 마련해서 그런 이들을 초청해서 신나고 흥겨운 ‘장례식 파티를 열어 보자’고 제안 합니다. 눈물이 아닌 웃음, 아픔이 아닌 기쁨, 아쉬움이 아닌 진정한 감사가 넘쳐나는 ‘미리 해 보는 장례식’을 통하여 인생의 반전을 일으켜 보자는 이야기 입니다.
좀 안목을 넓혀서 보면, 이 책은 목사로서의 폴검이 입학식, 졸업식, 동창회, 결혼식, 그리고 장례식 등등 인생의 크고 작은 경조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이해해 보려는 ‘새로운 가정의례준칙’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참 로버트 풀검 이란 사람은 인생을 따뜻하게 보고, 또 따뜻하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행복했던 생일 파티나 결혼식 만이 아니라, 실패와 절망, 이별과 죽음 까지도 아울러, 인생살이에서 일어나는 온갖 모든 일들을 따뜻하고 온화하고 그래서 아름답게 만들어 보자는 주장을 펼치어 나갑니다. 그의 말대로 모든 사람은 거이가 종교적이고,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이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어떤 형식의 종교이던, ‘종교적 통과의례’의 연속 입니다. 그리고 그 종교들의 내면에는 인간에게 희망과 기쁨, 사랑과 아름다움을 주려는 목표와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마치 공장에서 30분에 한개씩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드시 결혼식을 거행하는 것 보다는, 그것과는 비교 할 수 없이 훨씬 더 많은 생각과 준비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이혼식은 우리 인생을 한 단계 앞으로 나가게 해 주는 희망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혼식은, 같이 하든, 따로 따로 하든, 그들이 지니기 쉬운 당혹감이나 수치심이나 죄의식을 벗어버리는 종교의식이 되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출생, 세례, 성장, 결혼, 이혼, 질병, 사별 등, 인생의 모든 통과의례란 차별이나 구별 없이, 똑같이 거룩한 것이며 축복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 합니다.
그는 또 말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 나를 알고 싶은 사람은 거울을 보면 된다. 그리고 그 거울은 아주 큰 거울 이어야 한다 !’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인생의 큰 거울은 무엇일까요? 그는 일러줍니다. – ‘가족입니다. 이웃입니다. 친구들 입니다. 그들을 쳐다보고,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안아줄 때, 그들에게서 내 모습이 나타납니다. 우리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것은 나를 비춰주는 가족이라는 거울, 친구와 이웃이라는 거울이 없거나, 있어도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당신은 가끔 공동묘지에 가 보곤 하십니까? 당신은 당신이 죽은 후에 뭍히게 될 당신의 묘자리에 가서 오후 한 나절을 보내 보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지금 늙었거나 어떤 치명적인 병에 걸려서가 아닙니다. 아직은 젊고 건강한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 그렇게 해 보십시오. 그럼 거기서 당신은 인생의 활기 찬 새로운 오후를 만나게 될 것 입니다’

–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코로나가 풀리면 우리 부부도 우리가 죽으면 묻힐 공동묘지, 우리 묘자리에 점심을 싸들고 가야지, 그리고 거기서 감사와 기쁨을 노래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묘지는 나를 만나기에 제일 좋은 자리이며 동시에 나를 새롭게해 주고, 나를 깨끗케 해 주는 성지와 같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 추가 : 로버트 풀검 자신이 정한 그의 6가지 신념
1. 나는 지식 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2. 나는 신화가 역사 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있다고 믿는다.
3. 나는 꿈이 현실 보다 더 강하다고 믿는다.
4. 나는 희망은 언제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5. 나는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라고 믿는다.
6. 나는 사랑이 죽음 보다 강하다고 믿는다.
Carpe diem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