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149)

중심축
사전적으로 중심축이란 1) ‘사물의 한 가운데’를 이르는 말로서 중간, 중심을 뜻하며 2) 더 나아가 어떤 일이나 사건의 핵심, 즉 기본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주로 Axis, the central axis, 혹은 the central point로 표기 합니다. 이는 마치 시소에서 이쪽과 저쪽, 양쪽의 균형을 잡아 주기 위해서 한 가운데다 놓는 받침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심축이란 어떤 것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활을 합니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이 균형을 잡아 주어야 할 중심축이, 균형축이 지나치게 오래,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퍽 많은 부분에서 공평과 공의가 깨어지고, 사회적 양극화를 가져온 원인이 바로 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중심축’ 때문이요,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세상과 역사는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 합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안든,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은 변합니다. 중심축은 서서히 움직여 왔고, 지금도 움직이고 있고, 또 앞으로도 움직일 것 입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어른에서 젊은이로, 기성세대에서 신세대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엘리트에서 시민으로, 전문가에서 교양인으로, 제 1세계에서 제 3세계로, 속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래도 인간과 역사의 중심축은 변화의 변화를 거듭해 갑니다. 물론 많은 경우, 이런 중심축의 이동과 변화는 반복적이거나 윤회적 모습으로도 보이지만, 그래도 그 저변은 직선적 발전과 보다 나은 미래를 지향한다고 봅니다.
전에는 화자, speaker, 즉 말을 하는 사람이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말을 듣는 사람, 즉 listener가 중심축으로 바꾸어 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선생에서 학생으로, 필자, 저자, writer에서, 독자, reader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서, 그 그림을 보는 사람으로, 음악을 작곡하거나 부르는 사람에서, 그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도 서울 중심에서 지방 중심으로, 회사도 경영자 중심에서 노동자 중심으로, 사업도 해외 무역 중심에서 해외 투자 중심으로, 마치 온 세상이 오프 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하듯이, 나타난 현상 만이 아니라 밑에 깔려있는 바탕이, 기본이, 중심축이 이동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중심축의 변화와 움직임은 그 동안의 역사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이제는 그 기울어진 불균형과 불평등을 똑바로 맞추어 보자는 데서 출발한 것 입니다. 남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북쪽으로 기울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을 균형있게 맞추자는 것 입니다. 그 동안은 너무 오랫동안 남성, 어른, 선생, 전문가, 엘리트, 서양, 서울, 말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그림 그리고 노래하는 사람, 회사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무게의 중심을 두어왔었는데, 이제는 좀 더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여성, 젊은이, 학생, 동양, 지방, 보통사람, 상식선, 교양인, 듣는 사람, 읽는 사람, 보는 사람 노동자, 소비자들 중심으로 끌어당겨 균형을 맞추어 나가자는 것 입니다. 너무 오래 한 쪽으로 기울어 졌던 운동장, 그래서 기울어진 줄도 모르고 지내왔던 그 운동장을 가능한 한, 남쪽과 북쪽이 균형을 맞추어 공평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 입니다.
모든 사물은 중심이 똑바로 서 있어야 무너지지 않습니다. 팽이도, 운동도, 건물도, 그리고 건강과 사람됨도 중심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곧 쓰러집니다.
세상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날엔 변방이라고 여겼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힘과 가치와 쓸모가 없다고 여겼던 것들이 조금씩 중심으로, 가운대로 이동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심축의 이동형상은 사실 우리 인간들의 생각이, 사고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표시 입니다. 이는 단순히 외형적 무게의 이동만이 아니라, 내적, 정신적 가치관이 변한다는 뜻 입니다. 전에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일을 이루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전에는 성공이나 출세가 삶의 중심축이었다면, 이제는 하루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으로 삶의 중심이 변하고 있다는 뜻 입니다.

나는 이런 중심축의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일까요? 불안한가요! 거부감이 생기나요? 그래서 반대하는 편인가요? 혹시 나는 보수주의자는 이닐까요? 기득권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닐까요?
나는 그래도, 비교적으로 역사의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는 것에 대하여, 많이 긍정적이고 지지하며 찬성하는 편인가요? 솔직하게 나 자신의 정체성을 테스트 해 봅니다.
전에는 나 자신이 모든 것의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타인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할 것 입니다.
전에는 인간이 중심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부터는 자연이 중심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입니다.
전에는 지구가 중심축이라고 여겼지만, 이제 부터는 우주를 바라 보아야 하겠습니다.
전에는 땅이 중심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부터는 바다를 중심으로도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전에는 돈과 물질이 모든 것의 중심축이었지만, 이제 부터는 마음과 인격을 중심으로 삼겠습니다.
김삼오 박사의 말대로, 전에는 갑이 중심이요, 선진국이 중심이었으나, 이제부터는 을이 중심이 되고, 경제 발전을 넘어서서 글로벌 에티켓과 예의와 매너를 소중히 여겨, 내 일상적 삶의 중심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저 자신에게 다시 묻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나는 내 인생의 중심축이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는 사람은 아닌가?
나는 혹시 세상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닌가?
(추천도서 : 세계사의 중심축이 이동한다, 다마키 도이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사람과 나무사이, 2020)
Carpe diem !!!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