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66) 중에서 _ 9월 25일자

“여행자 수칙”
물론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이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같은 책들은 신학이나 철학에서만이 아니라 인류의 정신사에 미친 영향이 대단히 큽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랫동안 아껴오던 그런 종류의 고전들을 몇달전 서제를 정리하면서 모두 인문학친구들에게 1, 2 불에 나누어드렸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오하려 저는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나 쑤쑤의 ‘멈추어야 할 때 나아가야 할 때 돌아봐야 할 때’ 같은 작은 책들 몇권은 꿍쳐두고 자주 들여다 보곤합니다. 고전 축에도 들지 못하는 그런 글들이 오히려 하루 하루의 삶에서는 더 실제적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 미적분을 포함하는 고등수학이 모든 자연계의 근본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러나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1,2,3 부터 시작하여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같은 산수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쉬운 가르침에는 어려운 실천이 따라옵니다’ ‘다 아는 이야기가 제일 어려운 이야기 입니다’
‘거짓말하지 말아라’
‘정직하게 살아라’
‘참아라’
‘화를 내지 말아라’
‘규칙을 지켜라’
‘사랑해라. 베풀어라. 나누어라’
이런 것을 위해서 굳이 ‘순수이성비판’이나 ‘기독교강요’를 펼치거나 부처님, 공자님, 소크라테스, 예수님에게 물어 볼 필요는 없습니다.
쑤쑤의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주제는 단순합니다. ‘인생은 나그네’라는 것입니다. Visitor parking에다는 차를 오래 세워둘수가 없습니다. 그래서는 않됩니다. 모든 사람은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잠시 여행을 온 나그네들입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항성에서 여행 중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여인숙입니다. 우리는 지구 여인숙의 숙박객들 입니다. 여행자의 짐은 적고, 작고,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어리석은 여행자들은 이것 저것 많이 챙기고 낄낄거리면서 힘들게 끌고 다닙니다. 그져 꼭 필요한 것 몇가지만 가지고 다니는 것이 여행의 지혜입니다. 지구여행은 아무리 좋아도 두번 다시 올일이 없으니 미련일랑 갖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 몸도 가벼워야 하지만 마음이 더 가벼워야 합니다. 사실 우린 인생살이가 피곤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피곤한 사람들입니다. 체면치례, 허영심, 이기심, 경쟁의식, 독점욕, 완벽주의 같은 것들이 우릴 많이 지치게 만듭니다. 여행중이라는 사실을 잊기 때문에 자꾸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겁니다.
타인을 부러워하지 마십시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완전한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조금 천천히 걸으십시요.
빨리 자라는 나무가 꼭 쓸모있는 목재는 아닙니다.
소유하는 것에게는 꼭 소유 당하게 되어있습니다.
가지가 많으면 열매가 적고, 가지가 적으면 열매가 많습니다.
많다고해서 꼭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줄때나 베풀때는 언젠가 다시 받으리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건 베푸는 게 아니라 장사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시간을 방법을 연구하십시요. 혼자서 심심한 사람은 여럿이서도 심심합니다.
모든 것을 다 알려고하지 마십시요.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리 친한 사이에서도 모르는 것이 좀 있는 것이 좋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일 때가 많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십시요. 이건 사실 굉장한 기술과 지혜를 요구하는 겁니다.
인생이란 기다림 때문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위의 글들은 쑤쑤의 책 “멈추어야 할 때, 나아가야 할 때, 돌아봐야 할 때” (김정자 옮김, 다연, 2025) 에서 밑줄 친 글들입니다.
그런데 쑤쑤는 지구여행자인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도 던집니다.
이 인생 여행길에,
당산은 가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가끔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말동무가 있으십니까?
진정 당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 한둘은 있으십니까?
그리고 진정 당신이 믿고, 존경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다시 읽으면서 제가 저에게 묻는 질문들입니다.
오늘도 주어진 인생의 여행길이 안전하시고 보람있으시길 빌며,
Carpe diem !
Bonam fortunam !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