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92) _ 1월 26일자
“냉장고 고민”

한국에서 나오는 잡지 중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월간지가 있습니다. ‘환경보존’ 이나 ‘생태계 지킴이’를 주제로 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와 자연과 환경을 아름답게 지키고 보존함으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평화롭게 만들어가자는 운동을 목표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 잡지에서 읽은 것입니다.
얼마전 생태언론인 김미수씨가 냉장고와 헤어져, 냉장고 없이, 생태부엌살림을 통하여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쓴 글이었습니다.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저도 제 아내에게, 우리도 지금 20년도 훨씬 넘게 오래 쓰고 있는 우리집 냉장고와 세탁기가 고장이 나면, 새 냉장고나 새 세탁기 사지 말고, 그런 가전 제품 없이 한번 살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제 아내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기에, 그럴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시드니 인구 500만에 아마도 300만개 정도의 냉장고와 300만개 정도의 세탁기가 있을텐데 그것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일시에 가동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거기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 열기, 소음, 이산화탄소, 각종 각종 자연공해들이 얼마나 크고 심각하겠소? 그것이 호주 전역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온 세계로 확대된다고 생각해 봅시다. 자동차를 비롯한 이런 각종 전기 전자 제품들이 이 지구를 얼마나 뜨겁게 만들고 시끄럽게 만들고 먼지투성이로 가득 채워 가겠소? 그러니 우리 부터라도 작은 실천을 통하여 지구 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덜게해 봅시다’

계속해서 몇일동안 이야길 나누다가 “차차 생각해 보는 것”으로 약간 진전이 되었습니다. “우리 지금 쓰고 있는 이 냉장고와 세탁기가 못쓰게 될때는 다시 새것 사지 말기로 합시다!” “차차 생각해 볼께요”
몇일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 Global warming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자동차를 비롯하여 TV, 음향기기,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모발폰 등등, 우리들 가정에 들어 있는 이 수 많은 전기, 전자제품들을 인구수 만큼 곱해보니 숨이 턱턱 막혀 오는듯 합니다.
인간은 지혜로운 것 같애도 정말 미련합니다. 그 인간 중에는 당연히 저와 우리 가정도 포함됩니다. 내일 죽을 줄은 모르고, 오늘만 좋으면 그만인듯 살아갑니다. 내로남불은 정치계의 속어 만이 아니라, 인류 모두의 공통된 정신질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금년이 저희는 결혼한지 꼭 50년이 됩니다. 50년전 우리 결혼 할 때, 우린 집도, 자동차도, TV도, 전축도, 컴퓨터도, 전화도, 냉장고도, 세탁기도 하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때 우린 하나도 힘든지도 몰랐고 불행하지 않게 살았습니다.
글쎄요? 쉬운 결단은 아니겠지만, 고민아라도 한번 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우리 집 냉장고 하나, 세탁기 하나 없앤다고 해서 이 뜨거워지는 세계에 무슨 기후변화, climate changing에 무슨 도움이 될수 있을까, 답답한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를 되뇌이곤 합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