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94) _ 1월 28일

“도서관 관광”
주로 자연이나 역사적 유적지만 돌아보는 것을 관광이라고 여겼던 시대는 점차 지나가고 있는듯 합니다. 대학에는 관광학과가 있고 관광사업은 현대 비지니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의 종류도 참 많습니다. 단순한 신혼여행이나 효도관광의 영역을 크게 넘어서고 있습니다. 역사관광, 자연관광, 민속관광, 레저관광, 박물관관광, 미술관관광, 고궁관광, 동식물관광, 사파리관광, 사찰관광, 교회관광과 성지순례등을 지나 요즘은 여러가지 다양한 테마관광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생태계관광을 비롯하여 음악, 미술, 건축, 혹은 각종 음식과 요리관광 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 것 중엔 도서관관광도 있습니다. 세계의 유명 도서관을 찿아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요,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 와싱톤 D.C를 몇 번이나 방문했지만 생각의 폭이 늘 한편으로만 기울어져 있는 사람인지라 거기에서 그 유명한 세계 최대의 도서관인 미의회도서관 (The Library of Congress)엔 한 번도 들리지 못한 것이 참 아쉽습니다. 말이 의회 도서관이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데도 말입니다. 하여튼 미의회 도서관은 도서만이 아니라 사진, 지도, 악보, 녹음기록, 필림 등 소장 자료만해도 1억 6500만개 이상이고, 도서관 직원만해도 3,200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니 관광으로라도 한번은 가볼 수 있는 곳이라 여겨집니다. ‘세계가 멸망해도 이 도서관만 존재한다면 인류의 문명은 보존 될 것이다’ 라고 자부하는 곳이니까요.

제가 방문해본 도서관 중에서 퍽 인상 깊은 곳은 지금은 사라져 그 터만 남은 곳이지만 고대 에페소스에 세워졌던 “셀축 도서관” (The Ruins of the Library of Celsus in Ancient Ephesus)입니다. 지금부터 2300년 전에 세워졌고 당시 약 1만 5천권 이상의 두루마리 도서를 소장하고 있었던 인류 문명의 보물창고 자리 – 2년전 우리 인문학 여행팀도 한번 방문했던 곳입니다.
또 하나 강한 인상은 런던에 있는 대영도서관 (The British Library)을 방문해 본 것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 대충 보고온 것이지만, 그래도 대영도서관을 한번 들어가 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지하 서고 5층에 지상 9층의 열람실을 갖춘 이 엄청난 국립도서관은 서고의 길이만도 총 625km요, 소장 장서는 2,500만권이요, 마그나 칼타 원본을 비롯한 수 많은 성서 희귀 사본과 필사본이 31만개나 되고, 셰익스피어의 자필 원고와 각종 저널, 지도, 원고, 음성 녹음 등 약 1억 5천 만개 이상의 자료들을 가진 도서관이라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입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전에 Oxford 대학을 견학 갔을 때, 잠간 들려본 ‘보들리 도서관’ (Bodleian Library of Oxford)에 대한 인상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영국에서는 대영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보들리도서관에는 고대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시대의 각종 두루마리와 파피러스 등 고대 필사본 (Manuscript)만 해도 1만 5천개나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보들리 도서관은 그 누구에게든지 도서나 자료를 일체 대출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열람하고 싶은 책이나 자료가 있으시면 한 달이던 일 년이던 매일 도서관에 와서 보십시요. 비록 여왕님이라 하더라도!’

우리 도서관 김동숙 관장님은 가보고 싶은 도서관이 어디 한두 곳이겠습니까만, 저는 앞으로 기회가 있어 우리 인문학교실에서 이집트 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고대 알렉산드리아 (Alexandria)에 세워졌던 도서관 자리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기원전 4세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만들었던 인류 지성의 출발지요, 보고였던, 당시에 이미 70만권 이상의 파피로스를 소장했다고 하는 믿기 어려운 그 도서관 자리를 꼭 한번은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네스코와 이집트 정부가 고대의 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여 그 옆에 현대식 새 도서관을 신축하였다는데, 그 메인 홀의 열람석이 2,000석이요, 개인 스타디 룸이 180개요, 장서만도 800만권이라고 하는데 거기도 꼭 들러보고 싶습니다.
저는 요즘 우리 동네 도서관 관광을 주로 하는 편 입니다. 전에는 어번 (Auburn Library)에 자주 갔었는데 요즘은 파라마타 (Parramatta Library)에 속해 있는 웬트워스 포인트 (Wentworth Point Library)로 도서실 관광을 갑니다. 저희 집에서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새 건물에, 2층으로된 열람실 등이 아주 넓고, 깨끗하고, 직원들도 참 친절합니다. 그리고 한국어 책, 한국영화, 한국DBD, CD 등도 꽤 많은 편입니다. 한달에 한번 정도 그야말로, 이 코로나 시대, 관광 삼아, 운동 삼아 걸어가서, 한 두어 시간, 좋은 공간에서 놀다오기에 참 좋습니다. 최근에 찿은 좋은 관광지 중 한 곳 입니다. 한국사람들 이용율이 조금씩 높아지니까 한국어로 된 자료들도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통계를 보니 호주 사람들은 1년에 1회 이상 도서관 방문자가 약 950만 이나 된다고 합니다. 아마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찿는 이들이 중복된 조사이겠지만, 하여튼 호주에서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 숫자 보다는 공공 도서관 방문자가 월등히 많다고 합니다.
더울 때는 시원해서 좋고, 추울 때는 따뜻해서 좋고, 돈들지 않는 도서관 관광을 추천해 봅니다.
(추천도서: 세계도서관 기행, 유종필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2018)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추천도서 소개
세계 도서관 기행 : 오래된 서가에 기대앉아 시대의 지성과 호흡하다
유종필 / 웅진지식하우스 / 2018.2.23
‘세계 도서관 기행’은 과거 국회도서관장을 지냈고, 현재 서울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있으면서 도서관 문화 사업에 매진 중인 저자가 전 세계 유수의 도서관에서 세계의 지성과 호흡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생생한 컬러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이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서는 혁명의 땅 쿠바에서 만난 카스트로의 도서관과 교육 강국 덴마크의 왕립도서관, 알프스가 품은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수도원도서관이 추가되어 여행의 감동과 사색의 깊이를 더했다.
도서관은 학문과 지혜의 수도요, 새로운 사상과 지식의 요람이다. 또한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새겨진 지식의 나이테인 동시에, 지식과 정보의 유비쿼터스가 만들어나갈 첨단의 미래다. 도서관 마니아이자 한 사람의 탐독가로서 세계의 도서관을 누빈 저자와 함께 책이 만든 아름다운 공간 속 위대한 지식과 통찰의 세계를 지금 만나보자.

○ 목차
개정증보3판 프롤로그 나의 도서관 기행은 끝나지 않았다
초판 프롤로그 인간 지성의 위대함을 만나다
이집트 세계가 축복하는 도서관의 성지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영국 새천년을 도서관 복원으로 시작하는 나라
대영도서관, 영국 하원도서관
이탈리아 암흑의 중세를 구원한 금서의 제국
안젤리카수도원도서관
오스트리아 세계를 매료시킨 책의 성소
아드몬트수도원도서관
독일 히틀러가 남긴 분서의 교훈을 기억하는 나라
베를린국립도서관, 독일 의회도서관
프랑스 인류 지식의 상징으로 부상한 문화대국
미테랑국립도서관, 리슐리외국립도서관
덴마크 지식 강국을 꿈꾸는 바이킹의 후예들
덴마크 왕립도서관
러시아 도스토예프스키의 영혼이 숨 쉬는 도서관의 숲
러시아 과학아카데미도서관,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도서관, 러시아 국립도서관, 옐친대통령도서관, 러시아 국가도서관, 모스크바대학도서관, 성 알렉시 2세 도서관, 러시아 국립예술도서관, 사회과학연구소 도서관, 러시아 의회도서관
미국 시민의 일상과 밀착한 도서관 공화국
미국 의회도서관, 뉴욕공공도서관, 보스턴공공도서관, 하버드로스쿨 도서관, 옌칭도서관, 케네디대통령도서관, 로스앤젤레스공공도서관, 샌프란시스코공공도서관
아르헨티나 보르헤스가 꿈꾼 천국의 도서관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브라질 신화와 지식으로 희망을 밝히는 작은도서관
쿠리치바 ‘지식의 등대’, 우루과이 국립도서관
쿠바 혁명의 성공을 이끈 도서관의 힘
호세 마르티 국립도서관
중국 도서관으로 만리장성 쌓는 나라
중국 국가도서관, 북경대학도서관, 청화대학도서관, 상해도서관
일본 진리를 수호하는 도서관 선진국
일본 국회도서관
북한 인민의 학습을 독려하는 도서관 현장
인민대학습당
한국 고전과 디지털이 어우러진 풍경
규장각, 느티나무도서관, 김대중도서관, 한국점자도서관, LG상남도서관, 아르코예술정보관, 종달새전화도서관, 제주 한라도서관, 우당도서관, 바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에필로그 Is Library Useless?
부록 서울 관악구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도서관’ 운동
참고 문헌
사진 제공
○ 저자소개 : 유종필 (YOO JONG-PIL, 柳鍾珌)
8년 동안 관악구청장으로 재직하며 ‘사람 중심 관악특별구’라는 슬로건으로 관악을 크게 변화시켰다. 다산목민대상, 대한민국지식대상, 대한민국브랜드대상 등을 수상했고 매니페스토대회 8년 연속 수상의 대기록을 세웠다. 개인적으로도 ‘올해의 좋은 자치단체장’에 두 차례 선정되었다.
문학, 역사, 철학에 탐닉하는 등 탈정치 인문학적 행보를 즐긴다. 구청장 퇴임 후에는 여러 강연과 토론에 참여하며, 신문 칼럼을 쓰고, TV 시사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뛰어난 유머감각과 적확한 비유,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풍부한 예화 등 그의 독특한 언어능력은 각박한 현실정치를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도서관장 시절 세계의 위대한 도서관 70여 곳을 심층 탐방하여 베스트셀러 《세계 도서관 기행》을 펴내고,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독도도서관 분관을 설치하는 등 도서관운동을 적극 전개하여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와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KTV 대표이사, 언론노련 집행위원, 민주당 대변인, 청와대 비서관 (정무 · 정책)으로 일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후보 공보특보 (대변인 역), 국회도서관장 (차관급), 한국학술정보협의회장,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장, 민선 5, 6기 관악구청장을 역임했다.
○ 책 속으로
책은 밥이다. 늘 곁에 두고 섭취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매우 실용적인 물건이다. 인류 최고 발명품 중 하나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모든 기술과 바꿀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는 소크라테스도 있고 플라톤도 있다. 세종대왕도 있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있다. 동서고금의 위대한 천재들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만나서 그들의 뇌 속으로 들어가 교감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진정한 삶이 시작되는 곳이다. — p.6
도서관 홀은 길이 70미터, 너비 14미터, 높이 약 13미터로 수도원도서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60개의 창문 중에서 48개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은 풍부한 조명 효과로 방문자들을 경탄하게 만든다. 이 조명 효과는 인간의 동공을 통해 뇌를 자극함으로써 절대자를 숭배하고 싶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새하얀 책장 역시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다. 12개의 연보라색 대리석 기둥은 고결한 느낌을 준다. 흰색과 회색, 갈색 등 3색의 마름모꼴 대리석 7천2백여 개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바닥은 주사위와 같은 입체감을 보이는 착시 효과를 유발하여 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 p.77
놀라운 것은 이 기간에 도서관은 단 하루도 문을 닫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겨울 혹한이 유달리 극심하여 영하 30~40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갔지만 유리창도 깨져 없고 난방도 못한 상태에서 도서관을 운영했다는 설명이 믿기지 않는다. 심지어 군대와 병원을 위해 이동도서관까지 운영했다. 살인적 추위와 배고픔, 날아오는 포탄 속에서 도서관의 자료와 열람자를 보호하기 위해 죽음과의 사투를 벌인 결과 당시 직원의 절반 정도가 사망했다고 한다. 도서관은 설립 250주년인 1964년 ‘적기노동훈장’을 받았다. 총격으로 깨진 유리창, 여직원들이 두꺼운 옷과 털모자를 걸치고 독일군의 공습을 감시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모습, 독서에 열중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그때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 p.157
도서관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공간이자 정보와 문화의 중심지로서 수천 년 동안 진화해왔다. 이를 넘어서 지식정보혁명 시대인 현대의 도서관은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틈틈이 도서관에 기부하는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다”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방황할 때 집가까운 도서관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르고 영감을 받아 창업을 하여 대성공을 이룬 것을 말한다. 미국은 도시를 조성할 때 학교, 경찰서, 소방서와 함께 도서관을 우선 짓는다고 한다.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도서관 입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 p.254
뉴욕공공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나타나는 넓은 중앙홀은 영화 〈섹스 앤드 시티〉에서 결혼식장으로 거론되는 곳인데, 실제로 결혼식장으로 고가에 임대되고 있다. 장미열람실 입구 벽에는 《실낙원》의 저자 존 밀턴의 명구를 고어체 그대로 적어 걸어놓았다. “좋은 책은 영혼의 보혈이니, 영원히 잊히지 않도록 소중하게 여길지어다.” — p.267
왜 동네의 작은도서관을 등대 모양으로 지었을까? 현명한 그들은 그 모티프를 역사에서 찾았다. 기원전 3세기 세계 최초의 알렉산드리아도서관과 파로스 등대세계 7대 불가사의를 합성한 창작품인 것이다. 도서관과 등대 모두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지시로 건립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등대가 선박을 올바로 인도하는 것처럼 지식의 등대는 사람을
좋은 길로 인도하고 세상을 밝힌다는 사실을 중의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 p.328
○ 출판사 서평
– 북유럽과 알프스를 지나 카리브해로 이어지는 도서관 기행, 그 세 번째 이야기
2010년 초판, 2012년 개정증보판을 거쳐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세계 도서관 기행』이 다시 돌아왔다. 도서관은 운명이요, 삶이라는 저자가 그간 방문한 전 세계 유수의 도서관 중 특히 매혹적인 16개국 50개 도서관 이야기를 생생한 컬러 사진과 함께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등 남아메리카 도서관이 더해진 2판에 이어 이번 개정판에는 덴마크, 오스트리아, 쿠바의 도서관이 추가되었다.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애칭을 가진 덴마크 왕립도서관은 세계적 동화작가 안데르센과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숨결을 간직한 채, 해질녘 운하 위를 찬란한 지식의 빛으로 물들이며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한다.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여덟 곳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아드몬트수도원도서관은 천장을 뒤덮은 화려한 프레스코화, 연보라색 대리석 기둥 사이 새하얀 책장을 가득 메운 오래된 고서적들, 기하학 무늬의 대리석 바닥과 각종 예술품들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아름다움으로 방문객을 매료한다. 과거 우리에게는 금단의 땅이었던 카리브해의 보석, 쿠바의 호세 마르티 국립도서관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 지도자 카스트로의 행적과 함께 혁명과 저항의 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세계 도서관 기행』은 한 사람의 탐독가이자 도서관 전도사로서 전 세계를 누빈 저자가 여러 도서관들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사실들을 기록한 것이자 인류가 이룩한 거대한 지식 체계와 위대한 통찰을 후대에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고민과 사색을 담은 에세이기도 하다. 이제 『세계 도서관 기행』과 역사와 철학, 책과 사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간 속을 거닐어보자.
– 오대양 육대주를 가로질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장 지적인 여행
세계 최초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부터 세계 최대의 미국 의회도서관까지, 전 세계 16개국 50개 도서관을 넘나드는 이 여행기는 역사, 문화, 철학, 사람 이야기와 함께 시대와 호흡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이 책은 프랑스와 영국, 미국과 같은 서구 선진국의 도서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옛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독립과 독재, 혁명으로 점철된 남아메리카의 도서관까지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방이 왜 러시아에 있는지, 브라질의 동네 도서관은 왜 등대의 형상을 하고 있는지, 영국 대영도서관의 책 조형물에는 왜 족쇄가 채워져 있는지와 같은 도서관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들이 가득하다. 마오쩌둥, 레닌, 대처, 보르헤스, 오바마, 김대중 등 위대한 지도자와 학자, 문인과 사상가 들을 잉태한 도서관 현장을 돌아보는 재미 또한 이 책이 주는 수많은 묘미 중 하나다. 올해 고려 건국 1100년을 맞이해 국내 전시를 추진하고 있는 『직지심체요절』과 2011년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온 조선왕조의궤를 프랑스에서 발견해 반환 운동의 단초를 마련한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는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슬픈 역사와 더불어 국가 문화유산을 보존·전승해야 하는 의무를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백두산부터 제주도까지 이어지는 도서관 대장정
책과 도서관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온 저자는 국내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세계 유수의 도서관을 순례하는 와중에 틈틈이 국내의 크고 작은 도서관을 다녀왔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등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굵직한 도서관들 외에도 정조의 위대한 실험이었던 규장각, 동네 어린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된 용인 느티나무도서관,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 김대중도서관, 여행길에 들르면 좋을 제주 바람도서관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뿐만 아니라 2005년 방문했던 북한의 인민대학습당도 이 책에 실었다. 그야말로 백두산에 제주도까지 이어진 도서관 대장정이다.
창덕궁 부용지 뒤편에 자리한 우리 도서관의 효시, 규장각에선 정조가 남긴 인문 숭상의 정신을 만날 수 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로 서고를 이전했지만, 당시 왕실도서관이자 학술 기관의 역할을 담당했던 2층 건물의 규장각은 지금도 천혜의 경치와 기품을 자아내고 있다. 학자들이 경연(經筵)하던 도서관도 있지만, 책을 좀처럼 읽기 힘든 이들을 위한 도서관도 있다. 한국점자도서관은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책을 제작하고, 그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문화를 향유해온 곳이다. 전화를 걸면 책을 음성으로 전해주는 종달새전화도서관도 저자가 소개한 소중한 우리네 도서관이다. 책의 말미에는 자신이 맡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작은도서관 사업을 「부록」으로 소개했다. 도서관 정책과 독서 운동에 관한 훌륭한 참고 자료다.
– 도서관에서 찾는 꿈, 미래, 그리고 행복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말이 있다. 저자는 16개국 70여 곳의 도서관을 여행하며 인류의 지성이 켜켜이 쌓인 나이테를 읽는 동시에, 유비쿼터스와 만난 첨단 지식과 도시의 미래를 발견했다. 때론 진귀한 고서적의 향기에 취하고, 오래된 서가에 기대 앉아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다. 또한 디지털화 작업이 한창인 각국의 도서관에서 지식의 미래와 전 세계로 넘나드는 도서 교류의 현장을 만났다.
흔히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서관에는 수만 갈래의 길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갈고닦은 만큼의 정직한 결과를 선물한다. “도서관에서 네잎클로버의 특별한 ‘행운’대신 세잎클로버의 일상적 ‘행복’을 찾으라”는 저자의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책을 좋아하고 사색을 즐길 줄 아는 탐독가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것이 바로 ‘세계 도서관 기행’ 아닐까. 그곳에 가면 인류의 영혼이 숨 쉬고 있고, 모든 이들 각자의 꿈과 미래가 있다. 이 책 『세계 도서관 기행』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몇 장의 도서관 사진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내일을 찾는 또 한 번의 도전일지 모른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