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세 번째 잡기장 (99) _ 2월 4일
“진흙탕속에 있는 내 모습”

연꽃은 진흙속에 있으면서도 그 몸을 더럽히지 않습니다.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진흙탕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더러운 것이 닿아도 그 추한 흔적을 털어버리고,
온갖 더러운 냄새 조차도 모두 향기로 바꾸어 냅니다.
연꽃은 불교사상을 상징합니다.
그 향기와 고결함, 그 맑고 깨끗함이, 속세의 진흙같은 탐욕과 추함 속에서도 자신을 깨끗하게 지켜 진리의 꽃을 피운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그 일이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진흙같은 이 세상, 흙탕물같은 이 속세를 벗어나, 가능한 자기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이 세속을 멀리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꽃까지는 피우지 못해도 제 한몸 추하게는 하지 않으려고, 산과 절과 암자를 찿아갑니다. 사막과 깍아지른 절벽과 인적 없는 수도원을 찿아 거기에 제 몸을 맡깁니다. 출가하여 수행하는 스님과 수도승들과 수도사들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떤이들은 아예 처음부터 진흙탕속에 그냥 제 몸과 마음을 다 맡겨 버리고 함께 살아보자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지금도 그 옛날 이방원의 초청장을 기꺼이 받아들여 얽히고 설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만수산 드렁칡”이란 무엇 일까요? 문자적으로, 개성에 있는 한 산과 그 산속에 묻혀있는 칡넝쿨을 말하는 것일까요? 분명 아닐 것입니다. 권력과 금력, 명예와 성공출세에 얽혀져 있는 탐욕, 거짓, 위선, 불의, 악행 같은 심성과 행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주는 악의 구조적 씨스템을 뜻하는 것일 겝니다.
눈을 들어 사방을 돌아봅니다. 만수산 드렁칡과 거기 얽혀있는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정치인들 부터 시작하여 종교인들 까지,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부터 평범한 필부필부들 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 참 낯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홍길복 – 제 얼굴입니다.
코로나 같은 드렁칡이야 없어질 날이 오겠지만, 최후의 심판이 있기 전에는 없어질 것 같지않은 이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난 스스로는 도저히 빠져 나올수 있을 것 같질 못한데 누가 날 건져 줄수 있을까요?
이 아침도 두 손을 모읍니다.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주강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3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