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잡기장

나의 이민목회 이야기 (5)
<내 목회의 첫번째 실패>
앞에서 고백한대로 나는 실패한 목사다. 크고 넓게 보자면 나는 두 가지 면에서 실패한 목회자이다. 그 중 첫째는 처음부터 목회의 목표를 잘못 세웠던 사람이다.
내가 이민교회에서 첫 목회를 시작한 나이는 서른 다섯이었다. 그 나이 정도가 되었다면 정말 깊은 기도와 진지한 고뇌 속에서 분명하고 뚜렷한 목회의 철학, 목회의 목표부터 확실하게 세우고 사역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렇질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항구를 떠난 배와 같았다. 처음 몇 해 동안은 주로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문제, 조국의 통일과 평화문제들을 직수입하여 여과 없이 그런 이슈들만 가지고 목회 현장에서 씨름을 했다. 이런 잇슈들은 당시의 나로써는 정당성과 함께 타당성을 지닌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 이미민자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민자들의 현실적 문제들은 아직 나에게 접근해 오질 않았다. 나라 떠나 이역에 와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어루만질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채 어영구영 몇 년이 지나갔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이민자들의 마음과 영혼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목표라고 하는 것을 하나 세웠는데 문제는 세운 그 목표가 아주 잘못된 것이었다. 교회를 성장시키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목표 설정이 없었던 것도 큰 문제이긴 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후 목표를 잘못 세운 것이었다. 목표를 전도와 교회성장에다 두었으니 당연히 그 후 모든 예배와 교육, 친교와 섬김, 구제와 선교활동 같은 프로그램들은자연히 교회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교회는 양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나는 교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헌금이 많아지고 외형적으로 교회가 커진 것에 대하여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도 내심 속으로는 마치 내가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한 목사인 양 생각하게 되었다. 후배들 중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목사님, 목사님은 목회에 성공하셨습니다. 시드니에서 제일큰 교회를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것은 성공이 아니라 타락이다. 나는한때 타락했다가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리고 그것은 성공이 아니라 타락이라고 고백한다. 부러워하지 마라. 나는 교회에서 교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교회의 진정한 성장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초대형 교회들은 기독교 자본주의의 세례를 받고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지하면서 경영인 예수 (Jesus, A Businessman)를 추종하고 있다.
왜 교회성장을 목표로 세운 것이 잘못된 것인가? 전도하여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자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성장에 목표로 두고 이를 추진해 나가는 목회자 자신의 심리적 동기가 대부분 <인간성 속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이 모티브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고백하건데 나도 그랬다. 물론 나에게도 일정 부분 인간 영혼에 대한 사랑과 구원에 대한 열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겉으로 아름다운 말로 포장된 그 이면에는 인간적 성공욕과 성취욕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교회 성장, 전도, 선교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교회의 사회 참여와 사회구원 같은 목적과 그에 따른 프로그램들 까지 그 근저에는 목회자 자신의 성공과 출세욕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겉으로 말하는 하나님의 영광이나 인간 영혼에 대한 사랑이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에 진정한 목표를 두고 거기에 동기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목사의 세속적이며 이기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적 발상들이 그 저변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백퍼센트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정 부분은 인간 영혼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더 크고 더 끈질긴 심리적 동기는 탐욕이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 DNA를 지닌 탐욕적 존재이다. 교회성장이라는 목표는 명예욕이나 물질욕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탐욕의 동반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회를 대형화해 보려는 시도는 정치권력을 향한 탐욕이나 사업을 확장하여 돈을 벌어보려고 하는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에 대한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겉으로 나타난 표현은 고상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탐욕적 동기는 평생 우리와 함께하는 유혹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는 근본적으로 인격과 신앙, 신학과 인문정신이 몹시 잘못 형성된 목사였다. 내 안에는 극복해 내기가 쉽지 않은 물질주의, 세속주의, 자아중심주의가 굳게 자리를 잡고 있다. 내 목회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나를 위해서 목회한 사람이다. 겉으로는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교회, 이웃, 세상을 떠들어 댔으나 사실 내 속에는 언제나 <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지난 50여 년 동안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해서 일해 온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목회라고 하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다. 나는 내 속에 있는 이기주의적 본성에 포로가 된 사람이다. 나는 사진 한 장을 보아도 언제나 내가 잘 나왔나부터 찾아보지 김목사가 잘 나왔는 지를 먼저 보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근본적으로 자기중심적 사람이요, 영원히 영어에서 ‘I’를 대문자로 쓰는 본성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처음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길을 걸어온 것이다.
예전에 나를 터무니없는 말로 험하고 비난하며 근거 없는 소문을 가지고 악의적인 글을 쓴 사람들이 있었다. 그 때 나는 많이 슬펐고 크게 상처를 받았었다. 그러나 이즈음들어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럴 때 나는 스토아학파의 에피크테투스가 말했던 것 처럼 대해 주었어야 옳았다고 생각하며 후회한다. “아 그 사람들이 그런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나를 욕하는 것을 보니 그이들은 아직도 나의 더 큰 단점들은 잘 모르는가 보군요! 참 다행이네요”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 사이에서 나눈 대화를 전해 주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돌아본다. 선장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통치자들은 백성들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 그들은 결코 자기의 유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그러자 트라시마코스가 이렇게 대답한다. “소크라테스 선생님, 선생님은 너무나 순진 하십니다. 의사가 환자를 위해서 일한다고요? 아닙니다. 그는 자기를 위해서 일합니다. 명성과 돈이 의사의 목표입니다. 선장이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선장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항해 중 자신도 죽지 않고 살아야겠고 또 월급도 많이 받기 위해서 일하는 겁니다. 양치기는 진정 양을 위해서 양을 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그 일을 통해서 젖과 고기와 가죽을 얻고 먹고 살기 위해서 양을 친다고 보십니까? 모든 양치기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양치기들이 양을 치는 것은 그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 양을 치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자기를 위해서 일하고 자기를 위해서 봉사합니다. 다 무엇인가 더 큰 이익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일하는 겁니다”
나의 질문과 반성은 여기에 있다. 목사에게 있어서 목회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신자들의 삶을 바르게 인도하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을 섬기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목사 자신의 명예와 성공, 출세와 칭찬, 존경과 부를 위한 것인가? 오늘 내가 실패한 목사라고 고백하는 것은 목적이 수단이 되고 수단이 목적으로 변해 버린 지난날 나의 목회에 대한 슬프고 아픈 참회이다. 이것을 나는 <나의 신학적 실패>라고 이름 한다. 나는 목회의 목표를 잘못 세우고 헛된 노력을 한 사람이다. (계속)
<이 글은 홍길복 지음 “호주 디아스포라 목회와 신학” 2014년, 한국장로교출판사 발행, 90에서 94쪽 사이에서 옮겨와 일부를 가다듬은 것입니다. *홍길복 (2025. 11. 10) 나의 이민목회 이야기 (5)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4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