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60)
가고싶다.
벌써 5년 전에 한국을 다녀오고는 그 후로 통 가질 못했다. 여러 가지 상황과 형편이 쉽게 갈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 그 사이 언니와 동생은 결혼을 했고 3명의 조카가 생겼다. 부모님은 나의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집을 떠나 삼촌과 이모님들이 계신 지방으로 이사를 가셨고, 남동생은 작년 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참 많은 일들이 나 없이 흘러갔다. 한번 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섭섭하면서도 내가 스스로 결정해 호주에 온 것이니 누구에게 탓할 것도 없다. 종종 통화를 할 때면 부모님은 “언제 한 번 한국에 안 들어 올 거냐?” 라며 입버릇처럼 말씀 하신다. 그럼 난 항상 “가야지…곧 가야지…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요. 일을 빼기도 힘들고 여러 가지 좀 바짝 달려야 할 때 라서요” 그 말에 부모님은 아쉬움을 감추며 “그래…가까운 곳도 아니니…중국만 되도 종종 갈 텐데…아무 일 없으면 됐지 뭐. 몸 챙기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하신다. “네…네…그렇게 할께요. 저희는 잘 지내니 걱정 마시고 아빠 엄마 몸이나 챙기셔요” 단조롭고 짧은 대화. 그러나 그 속에는 빨리 한번 한국에 나와 벌써 2학년이나 된 손자랑 자식얼굴을 보았으면 하는 부모님의 간절한 바람과 그래서 더욱 기도 해주겠다는 애틋한 사랑이 녹아 있다. 나 또한 용돈 한번 제대로 보내 드리지 못하고 늙어가는 부모님 곁에서 함께 하지 못한 죄송한 마음이 배어 있다. 시간이 오래 흘러도 언제나 그립고 가고픈 집.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있는 곳. 눈을 감으면 선하게 떠오르는 익숙한 풍경들 사이에서 문득 나는 나의 진정한 본향인 천국은 얼마나 그리워하며 살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사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천국이다. 나 뿐 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 당장 천국에 갈 수 있다면 세상의 것을 다 내려놓고 그렇게 하겠다는 사람이 몇 이나 있을까. 정말 나는 하나님이 지금 당장 가자하시면 아무 것도 개의치 않고 제 영혼을 받아주세요 라고 할 수 있을까. 잠시 머뭇거려 졌다. 천국을 가고 싶긴 한데 지금?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그렇지 못하다. 말은 늘 천국에 소망을 두고 살아간다고 하면서도 내 소망은 이 땅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붙잡게 되고 연연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건강해야 하고 조금 더 벌어야 하고 그래서 더 가져야 하고, 남이 잘 되는 건 나랑 아무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기운 빠졌던 못난 나는 그래서 한동안 왜 그토록 힘든 시간을 보냈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성경에는 그런 나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신앙의 선배 들이 있다. 믿음으로 본토와 아비와 친척을 떠난 아브라함, 믿음으로 자신의 가진 것들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른 제자들, 그들도 이 땅에서 살았지만 늘 과감하게 떠나는 삶을 살았다. 나 역시 이 땅에 안주하기 보다는 더 나은 천국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거늘 참 어리석었다. 믿는 자라면 떠날 뿐만 아니라 천국을 향하여 가는 자로써 마땅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천국의 소망을 두면 우리 삶의 모습은 진정 변할 것 이다. 본인은 신학을 공부한 사람도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닌 아주 평범하고 오히려 조금 모자란 편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 할 수 있다. 천국에 소망을 둔다면 내 것이 내 것이 아닐 뿐더러 우리는 이전에 비해 조금 더 베풀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기준과 달라 용납할 수 없던 점도 넉넉하게 받아 줄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처한 환경의 문제도 기쁨으로 극복 할 힘이 생겨난다. 그렇게 언제든지 천국을 향하여 가는 여행자. 그래서 삶의 자리를 가볍고 단순하게 만드는 훈련이 나에겐 좀 더 필요 하다. 햇볕이 조금 무더운 주일 오후. 그늘이 시원해 교회 권사님들이 잠시 담소 나누시는 자리에 살짝 끼어 앉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높고 바람은 이제 곧 올 가을을 품고 있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권사님께서 “내가 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정해진 곳이 있으니까” 하신다. 무슨 말씀 이신가 처음에는 몰랐는데 앞에 계신 다른 권사님의 눈가가 촉촉해 지신 걸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괜시리 눈물이 났다. 얼마나 당당한가. 갈 곳을 보장 받은 삶. 나도 이 세상을 이기며 당당하게 살아 갈 테다. 정말 그러기 위해 노력 할 테다. 하람이와 함께^^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 성. 오 거룩한 곳 아버지 집. 내 사모하는 집에 가고자 한 밤을 세웠네. 저 망망한 바다위에 이 몸이 상할지라도 오늘은 이 곳 내일은 저 곳 주 복음 전하리. 아득한 나의 갈 길 다 가고 저 동산에서 편히 쉴 때 내 고생하는 모든 일들을 주께서 아시리. 빈들이나 사막에서 이 몸이 곤할지라도 오 내 주 예수 날 사랑하사 날 지켜 주시리.]
박은정 사모(시드니우리장로교회)
